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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으면 숙제하라고 하겠어?"…장기투자는 '선택권'이다

  • 2026.02.03(화) 07:00

<엄마와 딸의 마음이 반짝이는 경제에세이> #4

"엄마가 돈이 많으면, 너한테 공부하라는 소리도 안해! 엄마가 나이들면 너를 계속 먹여살릴 수 없으니까 숙제하라는 거잖아!"

소영이에게 또 화를 냈다. 하루 종일 숙제하라는 잔소리에 소영이는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책상에 앉기는 앉는데, 연필은 움직이지 않았다.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딴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하루를 흘려보냈고 결국 내 인내심은 폭발했다.

"학원 숙제만 하라는데 왜 이렇게 질질 끌어? 숙제하기 싫으면 학원 안 다니면 돼. 엄마도 힘들게 벌어서 학원비 내는 거라고"

소영이는 훌쩍이며 말했다.

"숙제가 싫어.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며,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소영아, 엄마가 돈이 아주 많아서 너한테 많은 것을 물려줄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잔소리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먹고 살 걱정이 덜하니까"

내가 지금 얼마나 거친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았다. 그래서 덧붙였다.

"그런데 돈이 많아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아.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네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힘이야. 엄마가 공부하라는 건, 네가 나중에 직업을 고를 때 선택지를 넓혀주고 싶어서야.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 행복할 수 있으니까"

소영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도 말했다.

"숙제하려고 하면 유튜브가 보고 싶고 만들기도 하고 싶어. 슬라임도 하고 싶단 말이야"

그 말에 나는 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표정을 가다듬고 웃음을 꾹 참았다. 아이를 혼낼 때는 진지해야 한다.

"그 마음은 사실 투자랑 비슷해. 지금 숙제를 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기투자야. 주식도 하루아침에 수익이 나면 좋겠지만, 그건 단기투자지"

"단기투자?"

"응. 벼락치기로 점수는 올릴 수 있어. 하지만 오래 남지는 않잖아. 반대로 조금씩 오래 한 공부는 네 머릿속에 남고, 나중에 더 큰 시험을 볼 때 힘이 돼. 그게 장기투자야"

소영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장기투자가 더 좋은 건 알겠는데… 공부하는 게 싫은 걸 어떡해?"

"어른도 그래. 장기투자는 늘 시간이 필요해. 그래서 자꾸 미루지"

나는 소영이 눈을 보며 덧붙였다.

"단기투자는 성과가 빨리 나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크게 잃을 수도 있어. 그래서 사람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을 하거든. 위험이 크면 수익이 클 수도 있다는 뜻이야"

"그럼 숙제 안 하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야?"

소영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숙제를 안 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야. 그런데 숙제를 계속 미루는 습관은 지금은 편할 수 있지만, 선택의 폭을 조금씩 줄일 수 있어"

그제야 내가 얼마나 흥분해 있었는지, 소영이가 얼마나 작아져 있었는지 깨달았다.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엄마도 걱정돼서 그랬어. 엄마가 바라는 건 하나야. 소영이가 어른이 됐을 때, 엄마 도움 없이도 자기 힘으로 삶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소영이는 망설이다가 연필을 잡고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결심인지 알았다.

장기투자의 마법은 복리가 아니라 습관이었다. 

오늘의 내가 조금씩 지불하는 비용이, 내일의 나에게 자유가 되는 방식. 내가 소영이에게 지금 가르치려는 건, 공부가 아니라 미래의 나를 덜 힘들게 하는 법이었다.

사실 '돈이 많으면'이라는 말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내가 나이 들어서 지금처럼 벌지 못하게 되더라도, 아이의 미래가 흔들리지 않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날 불안하게 한 것이다.

나는 숙제하지 않은 아이에게 화를 냈지만 정작 화내고 싶었던 건,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고 사는 내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 인생도 장기투자를 할 순간이 온 것 같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오늘의 10분을 미루지 않는 습관부터 말이다. 오늘의 작은 노력이 내일 더 많은 선택지를 열어줄테니 말이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경제용어] 장기투자가 뭘까?

◎ 주식투자
주식은 회사의 '아주 작은 조각'이에요.
이 작은 조각을 산 만큼, 나는 그 회사의 주인을 조금 하는 거예요.
회사가 잘 되길 바라며 이 조각을 사는 걸 '주식투자'라고 해요.

회사는 주식을 판 돈으로 사업을 하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벌어요.
회사가 돈을 잘 벌어서 인기가 많아지면, 주식을 사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요.
그래서 주식값이 올라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100원에 산 주식이 1000원이 되면, 나는 900원을 번 거예요.

하지만 회사 사업이 잘 되지 않으면 주식값이 내려갈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100원에 산 주식이 10원이 되면, 나는 90원을 잃는 거예요.

◎ 장기투자 vs 단기투자
어른들은 주식투자를 할 때 흔히 장기투자 또는 단기투자를 한다고 말해요.

장기투자는 주식을 사서 몇 년 동안 보관했다가 회사가 커지는 걸 기다리는 방식이에요.
주식가격이 올라도 이걸 금방 팔지 않아요. 회사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속 기다리죠.
시간이 걸리지만, 나중에 더 큰 수익을 받을 수 있어요.

단기투자는 주식을 샀다가 며칠 또는 몇 달 안에 파는 걸 뜻해요.
빨리 돈을 벌고 싶은 어른들은 단기투자를 해서 금방 수익을 보고 싶어 해요.
금방 수익을 본다는 장점은 있지만, 반대로 크게 잃을 수도 있어요.

◎ 단리 vs 복리
은행에 돈을 저축하면 이자가 붙어요. 이자가 붙는 방식은 두 가지예요.

단리는 처음에 저축한 돈(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돈이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늘어요.

하지만 복리는 원금뿐 아니라 이미 불어난 이자에도 이자가 붙어요.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돈이 점점 더 빨리 늘어요.

100만원을 저축했고 이자는 5%라고 예를 들어볼게요.

단리의 경우 1년차에는 100만원의 5%인 5만원의 이자가 생겨요. 2년차에는 10만원, 3년차에는 15만원의 누적 이자가 생겨요.

반면 복리는 1년차에 생긴 5만원에 이자를 더해 2년차에 105만원에 대한 이자 5%를 더한 10만2500원의 누적 이자가 생겨요. 3년차에는 110만2500원에 대한 누적 이자인 15만7625원이 생기는 거죠.

이렇게 10년 또는 20년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요?

10년차가 됐을 때, 단리는 누적 이자가 50만원, 복리는 62만9000원이 돼요.
20년차가 됐을 때, 단리는 누적 이자가 100만원, 복리는 165만3000원이 돼요.

같은 돈인데, 단리일 때와 복리일 때 차이가 크죠?
그래서 복리를 장기투자의 마법 또는 시간의 마법이라고 불러요.
단리는 계단처럼 똑같이 올라가고, 복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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