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제복 입은 관세공무원 멋있는데 왜 무시해?"

  • 2025.10.20(월) 07:00

<엄마와 초등학생 딸의 택스에세이> #18

우와~ 경찰과 군인만 제복을 입는 줄 알았는데, 관세공무원도 제복을 입다니 너무 멋있어

관세청이 만든 마약탐지견 캐릭터 '마타'가 입은 제복을 보고 근사하다며 탄성을 지르는 소영이를 보며 나는 무심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관세공무원들은 사람들이 무시한다고 제복 입기 싫다고 하던데…"

나는 들리지 않게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소영이는 귀신같이 듣고 화들짝 놀랐다.

"엄마, 제복은 아무나 입는 게 아니잖아. 경찰이나 군인, 소방관도 입잖아. 그 분들은 훌륭한 일을 하는데 왜 무시해? 오히려 제복 입은 사람들 말을 더 잘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과거 서울본부세관에서 직원들과 함께 했던 날을 떠올렸다.

관세청은 근무 부서에 따라 제복 또는 사복을 입는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보니 제복을 입은 직원들은 대부분 구내식당을 가길래 궁금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제복을 입고 나가면 커피 하나 사는 것도 눈치가 보여요. 행동도 더 조심하라고 해서 제복 입고는 밖으로 잘 안 나가요. 인천공항세관에서도 제복 입고 통관 검사 하잖아요. 제복 입으면 사람들이 오히려 더 쉽게 생각하고 거칠게 말해요"

문득 경찰인 친구의 말도 겹쳐졌다.

"난 경찰 제복 입고 근무하는 게 제일 싫어. 제복만 입으면 다 만만하게 보고 무시한다니까. 어떤 민원인은 '내가 준 돈으로 월급 받으면서 왜 이러냐'고 소리지르더라"

이 말을 들은 소영이는 충격을 받았다. 함께 만났던 엄마의 친구가 경찰이어서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한다니 화가 난 듯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세금을 얼마나 내기에 그러는 거야?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아. 그런데 제복을 입지 않는 국세청 공무원에게도 그렇게 화를 내는 사람이 있어. 학교 선생님도 공무원이잖아. 만약 소영이 반 친구가 선생님께 혼났는데 그 학생이 '선생님은 우리 부모님이 낸 돈으로 월급 받으면서 왜 이래요?'라고 말한다면 어때?"

"그런 학생이 있겠어? 그러면 정말 나쁜 어린이지. 그리고 선생님 월급을 학생의 부모님이 다 내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그리고 내가 세금을 낸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막말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야. 월급은 일한 것에 대한 대가야. 그런 말을 들으라고 주는 돈이 아니잖아. 오히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사회 전체가 혜택을 누리잖아. 그 덕에 학교도, 경찰도, 관세청도, 소방서도 돌아가는 거지"

이에 더해 나는 과거에 들었던 세무서에 동전을 뿌리며 욕설을 퍼붓거나, 공항에서 신고하지 않은 양주가 적발되자 병을 깨겠다고 위협하는 악성 민원 사례들을 말해주며 한마디 덧붙였다.

"공무원들은 넉넉하지 않은 월급에도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야. 존중해야겠지. 그리고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 역시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그 덕분에 누구나 공공서비스를 누리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소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엄마가 제일 안 훌륭하네. 엄마는 노트북 키보드만 두드리잖아"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항변했다. 

"엄마는 소영이가 살아갈 대한민국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면서 기사 쓰는 거야.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세금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면, 엄마도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이겠지?"

[어린이도 이해하는 세금 이야기] 공무원 월급은 왜 세금으로 주나요?

경찰, 소방관, 학교 선생님, 주민센터 직원, 국세청·관세청 직원까지 모두 공무원이에요. 공무원은 회사에서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대신 나라 전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죠.

공무원들은 어떻게 월급을 받을까요? 바로 모두가 함께 내는 세금으로 받아요. 

세금은 나라가 필요한 일을 하도록 우리 모두가 조금씩 모으는 큰 저금통과 같아요. 이 돈으로 학교가 세워지고, 도로가 닦이고, 병원과 도서관이 운영돼요. 그리고 이 일을 실제로 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공무원이랍니다.

가끔 어떤 어른들은 공무원을 향해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왜 이래?"라고 화를 내기도 해요. 

하지만 세금은 한 사람의 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모은 공동의 돈이에요. 공무원이 받는 월급도 고객이 주는 용돈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대가예요. 우리 모두가 조금씩 낸 세금으로 나라 살림을 꾸리고, 그 일을 하는 공무원에게는 일한 만큼 보수가 주어지는 거죠.

만약 세금이 없다면 경찰차가 다니는 도로도, 불을 끄는 소방서도, 학교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세금을 내는 일과 공무원에게 월급을 주는 일은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편하게 살아가기 위한 약속이자 함께 지키는 규칙이에요.

다음에 제복을 입은 공무원을 만나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우리 모두가 조금씩 모은 세금으로 이 분이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구나. 정말 고마운 분이다'라고 말이에요.

세금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뒷받침하는 힘이에요. 그 힘을 바탕으로 공무원들은 오늘도 우리 곁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답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