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위공무원 인사가 2일 밤 10시에 긴급 발표됐다. 통상 인사 발령은 1~3일 전에 예고되지만, 당일(2일자) 발령 인사를 늦은 밤에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후문이다.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 후 처음으로 단행한 이번 고공단 인사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이번 인사는 정중동이 아니라 파격과 균형, 그리고 정치적 맥락이 교차했다는 평가다. 국세청 내·외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관례를 깬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와 정치적 고려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관전포인트1. 파격의 이면
이번 인사의 주목받는 인물은 김학선 신임 광주청장이다. 그는 부이사관에서 고공단 나급으로 승진한 직후 지방청장으로 임명됐다. 국세청 인사 관례를 잘 아는 이들에게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통상 승진자는 부산청 국장을 거쳐 중부청·서울청 국장을 밟고, 본청 국장을 지낸 뒤 지방청장으로 간다. 김 광주청장은 이 과정을 3~4단계나 생략한 셈이다.
지난 2005년, 9급 출신이었던 김보현 전 대전청장이 대전청 조사1국장에서 곧바로 대전청장으로 승진했던 사례가 유일한 비교 대상이다.
국세청은 이를 두고 비고시 출신을 배려한 균형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배려라는 시각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기한다.
1968년생인 김 광주청장이 내년 상반기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은 임기는 9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사실상 마지막 자리인 셈이다.
더구나 충북 충주 출신이라는 지역 배경을 고려하면 대전청 조사1국장을 하던 김 광주청장이 대전청장으로 가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만, 그를 굳이 광주청으로 보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대전 명석고 출신인 정용대 대전청장에 대한 배려가 그 이유라고 해석하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청 중에서는 대전청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로 꼽히는 데다, 대전청 조사2국장인 김동근 국장도 대전 명석고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아예 근거가 없는 해석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관전포인트2. 서울청 조사4국장
또 하나의 파격은 서울청 조사4국장이다. 이 자리는 국세청 내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힌다.
서울청 조사4국은 정권의 의도를 파악하고 민감한 비정기 세무조사를 수행하는 곳이기에 조사 경험과 리더십이 필수로, 이제 막 고공단에 진입한 인물이 배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물론 직전 서울청 조사4국장인 김진우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이 역외정보담당관에서 곧바로 조사4국장으로 발탁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직 안팎에서 인정받은 '조사통'으로 그의 인사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반면 이성글 서울청 조사4국장의 조사 업무 경험은 본청 조사분석과장·국제조사과장 정도로, 직접 세무조사를 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인사 배경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관전포인트3. 정권교체
이번 인사에는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변수가 있었다. 전례를 보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조사국장은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다. 이전 정권의 조사국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영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김영기 전 조사국장, 2017년 임경구 전 조사국장이었다.
이에 본청 조사국장이던 민주원 대구청장과 김진우 원장이 정권교체의 영향으로 비슷한 경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실 이들의 경우 국세청 내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로 정권교체가 없었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있었던 인물이다.
다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이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할 수는 없더라도 나름대로의 배려를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 원장이 경북 영주 출신인 것을 감안하면 대구청장으로 발령을 내주는 것이 합리적인 배려라는 지적이다.
민 대구청장의 경우 지방청장에 발탁되긴 했지만, 이를 영전으로 보기는 무리라는 시각이다. 이미 인천청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서울 출신인 그가 대구청의 특수한 지역적 분위기 때문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