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통계청을 '국가데이터처'로 승격하면서, 대전청사에서는 기관 명칭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습니다. 우리나라 행정기관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어서 어색함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조달청은 그럼 '기브미(give me)청'이라고 해야 하나?"같은 농담이 오갈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농담 섞인 이야기 속에서 주목되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관세청입니다. 관세청도 나중에는 '마약(단속)청'이 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들리는데요.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요?

관세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관세, 통관, 불법물품 부정수입 단속 같은 전통적 업무들이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관세는 옛말'이라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관세청 단속의 무게중심이 완전히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관세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마약 1㎏만 적발돼도 큰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1~2㎏ 수준으로는 어디 알리기도 애매할 정도"라는 상황을 전했습니다. 국내에 반입되는 마약의 물량이 워낙 많아졌다는 뜻이겠죠.
그렇다면 실제 통계는 어떨까요?
관세청의 전통 업무라 할 수 있는 밀수·부정수입 등 관세사범 단속금액은 지난해 전년대비 약 20% 감소했습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특히 밀수입 단속금액은 1년새 3816억원에서 1415억원으로 63% 줄었고, 관세포탈 실적 역시 3022억원에서 1523억원으로 50% 감소했는데요. 온라인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불법 물품을 부정수입하다 적발된 금액은 2023년 2698억원에서 지난해 205억원으로 92% 급감했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관세 업무 대신 수사 성격이 강한 분야의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는데요. 특히 마약수입 적발 금액은 2023년 704건 613억원에서 2024년 862건 866억원으로 1년새 41%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올 7월까지 전국 세관에서 적발된 마약은 1조924억원 규모로, 올 연말까지의 적발량과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관세청이 마약 단속에 더 많은 힘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듯 통계로도 설명이 되는데요. 마약과 함께 관세청의 집중 업무가 불법 외환거래 조사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 캄보디아 사건 등 몇 년 사이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들이 한국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범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보이스피싱 같은 사이버 사기는 물론이고 불법도박, 마약까지 모두 국경 바깥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인데요. 국내에서 챙긴 범죄수익은 그대로 해외 본거지로 흘러들어가 조직의 자금줄이 됩니다.
환치기, 외화 무단 반출, 무역거래를 위장한 자금세탁을 통해 그 자금줄을 대고 있는 것이죠. 불법 외환거래가 곧 마약 유통의 기반이 되는 셈입니다.
외환사범 단속 실적만 봐도 그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요. 불법 송금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2023년 174건 1조6544억원에서 지난해 270건 2조300억원으로 적발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고, 자금세탁 역시 같은 기간 1430억원에서 1950억원 규모로 36% 늘었습니다.
테더 등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법 외환거래가 급증하면서 마약 밀수 통로도 다양해지고, 케타민 같은 이른바 '클럽 마약'이 올해 100㎏ 넘게 적발된 사실만으로도 향후 관세청의 주업무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결국 통계청이 국가데이터처가 됐듯, 관세청도 미래에는 이름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이 같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요즘은 관세보다 마약에 꽂혀있다'고 말할 정도로 업무 비중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명칭보다 중요한 건 결국 '무슨 일을 하느냐'겠죠. 관세청을 둘러싼 이런 변화는 행정기관 이름을 둘러싼 농담 속에서 과연 기관의 명칭은 기능을 얼마나 반영해야 하는지, 그리고 관세청의 기능은 앞으로 어디로 향할 것인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