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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가방 세금은 얼마?"…관세청 버전 챗GPT는 어떨까?

  • 2025.11.03(월) 07:00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현지에서 산 2000달러짜리 가방을 보며 스마트폰을 연다. 

"유럽에서 산 2000달러 가방이 있는데, 세금은 얼마이고 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곧바로 "면세 한도 800달러를 제외한 1200달러에 15% 세율을 적용한 180달러로, 납부해야 할 세액은 약 25만2000원입니다. 자진신고 시 30% 감면됩니다"라는 답변을 받는다.

관세청이 내년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통관 종합상담 시스템'이 구현할 장면이다. 전자상거래와 해외여행자 수가 급증하면서 관세 민원행정에 챗GPT 같은 AI가 본격 등장할 날이 머지 않은 것이다.

내년 상반기엔 AI가 '통관 종합상담'

개인통관 종합상담 시스템은 여행자나 해외직구 이용자가 가장 자주 묻는 통관 신고 방법과 예상 세액, 반입 제한 규정 등에 실시간으로 답변한다.

기존에는 면세 범위를 초과한 물품의 예상 세액을 알아보려면 별도의 조회 시스템에서 물품 분류와 수량과 총액을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반면 개통을 앞둔 시스템에서는 한 번의 질문으로 세액 계산부터 면세 기준, 위험물 정보, 해외 반입 제한 품목, 공항·항만 분실물 조회까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로 출국하는 여행자가 비타민을 소지해도 되는지, 공항 세관 검색대에 두고 온 가방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등과 같은 민원을 한 시스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관세청은 이 시스템을 오는 12월 정부혁신박람회에 출품하고, 내년 2월 시범운영을 거쳐 상반기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지난 9월 관세청 비전선포식에서는 '인공지능(AI) 관세행정 미래관'을 마련해 AI 기술을 접목한 관세행정의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은 관세청이 미래 구현 계획인 대민 서비스 내용. [사진: 강지선 기자]

지난 9월 열린 관세청 비전 선포식에서는 또 다른 미래형 시스템인 '통관안전 AI'의 모습이 공개됐다. 시연에서 '쿠팡의 의약품 카테고리에서 의심 제품을 알려달라'고 질문하자, AI가 실제 의심 제품 리스트와 상세 설명을 제시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향후 민간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데이터를 연계해 정보 제공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통관뿐 아니라 기업 지원을 위한 AI 상담 서비스도 개발을 고려 중이다.

최근 통상정책이나 수출입 제도가 수시로 바뀌는 점을 고려해, 정책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기업지원 AI 서비스 구축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설명이다. AI가 최신 법령 등을 자동으로 반영해 기업에 맞춤형 안내를 제공하는 구조로 파악된다.

해외직구, 컨테이너 화물 고위험 물품 선별

국민이 체감하고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는 이제 막 시작할 계획이지만, 세관 현장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AI가 많은 일을 도맡아 왔다.

관세청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AI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 올해는 해외직구 물품과 국제우편 분야에 이를 확대 적용했다.

내년 1월부터 세관에 투입될 이 시스템은 국제우편이나 특송으로 들어오는 물품 가운데 위험 가능성이 높은 화물은 집중 검사하고, 정상 물품은 그대로 통관한다. AI가 물품 신고 내역과 과거 적발 사례를 학습해, 업체·품목·국가별 패턴을 분석하고 위험도를 자동 평가하는 것이다.

관세청은 수입 화물 역시, 이 위험관리 AI를 도입해 세관 직원이 일일이 대장을 확인하던 검사방식을 벗어나 대량의 신고 물품 중 이상 징후가 있는 화물만을 정밀 검사하면서 통관 과정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채봉규 관세청 AI 혁신팀장은 "AI 도입 후 우범 화물의 선별 정확도가 높아졌고, 평균 통관 기간도 2~3일로 단축됐다"며 "미국 등 선진국이 1~2주가 걸리는 것에 비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AI 동료가 필요한 관세청

관세청이 그리는 AI 행정의 미래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와 내부 행정 지원이 동시에 발전하는 구조다.

관세청은 제한된 인력으로 국경 관리와 통관 심사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세관 직원들이 직접 활용할 내부용 AI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는 이유다.

특히 심사·평가 업무에서 정확도 높은 답변을 위해 내부 업무망에 생성형 AI인 '과세가격 질의응답 챗봇'을 구축, 개발하고 있다. 세관 직원이 복잡한 가격 결정이나 원산지 판정 사례를 물으면 AI가 법령과 과거 사례를 종합해 답변하도록 하는 형태다.

미래에는 직원들이 수입 물품의 성분표를 촬영하거나 제품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기존 판례·통관 사례를 불러와 설명하는 기능도 구상 중이다.

채 팀장은 "대민 서비스 외에도 국가안보, 위험물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 AI 도입을 추진 중"이라며 "내년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을 통해 전체적인 설계도를 그리고, 적용이 시급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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