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세금 문제만큼 기업을 곤혹스럽게 하는 일도 드뭅니다. 국가마다 세법이 다른 데다, 예상치 못한 세무조사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 해외 현장에서 우리 기업과 교민의 세금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국세관(국세청 출신 주재관)'입니다. 올해 말에는 국세관 절반 이상이 교체됩니다. 그동안 해외 현장에서 거둔 성과를 살펴봤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국세관은 모두 9명입니다. 미국 뉴욕과 워싱턴, 중국 베이징과 상해에 각각 2명이 나가 있고, 일본 도쿄와 베트남 하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멕시코 멕시코시티에도 1명씩 근무합니다.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도 1명이 파견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명이 새 얼굴로 바뀝니다. 교체 지역은 뉴욕·도쿄·베이징·자카르타·하노이입니다. 외교부 선발 절차를 통과한 이들은 현재 파견 전 교육을 받고 있으며, 11월 말부터 현지 공관에서 우리 기업과 교민의 세금 문제를 지원합니다.
세무조사 뒤집고 조사팀도 바꿨다
국세관의 역할은 단순한 세법 안내에 그치지 않습니다. 현지 과세당국과 직접 협의해 무리한 세무조사나 과도한 과세에 대응하기도 합니다.
이런 역할이 두드러지는 곳 가운데 하나가 멕시코입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멕시코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우리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많이 구축한 국가"라며 "외국기업 유치에는 적극적이지만 세무조사에 들어가면 글로벌 기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과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24년 현재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92곳으로, 중남미 지역에 진출한 전체 기업(268곳)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사례 1. 실제 멕시코에서는 한 우리 기업이 현지 세무당국으로부터 당초보다 확대된 세무조사를 받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국세관은 곧바로 현지 조사팀과 협의에 나섰습니다. 세무조사 현장 담당자를 다른 국가의 정부기관이 직접 면담하는 것은 멕시코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합니다.
국세관은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며 조사 범위 확대가 부당하다는 점을 적극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부과 예정이던 가산세도 50% 감면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례 2.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국세청이 과거 승인한 방식마저 세무조사 과정에서 뒤집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십년간 현지에서 사업한 한 우리 기업이 법인 합병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팀은 기존 평가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기업 가치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국세관은 대사관 명의의 공식 서한을 조사팀 소속 세무서에 보냈습니다.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정식으로 제기한 것입니다. 결국 현지 과세당국은 조사팀을 교체했습니다. 외국 정부기관의 문제 제기로 세무조사팀이 바뀐 것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조치였습니다.

사례 3. 기업만 국세관을 찾는 건 아닙니다. 멕시코에서 수십년간 생활해 온 한 교민은 한국에 있는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했습니다. 급히 귀국해 장례를 치른 뒤 다시 멕시코로 돌아왔지만, 국내 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한국에서 신고·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한국 세법이 낯설었던 이 교민은 국세관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신고 절차를 밟았습니다. 국세관은 한국 국세청과 직접 소통하며 상속세를 기한 내 신고·납부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국세관은 주로 4급 공무원이 맡고 있으며, 3년여의 파견 기간을 마치면 원소속 부처(국세청)로 복귀합니다. 워싱턴과 멕시코시티 국세관도 하반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후임자 선발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국세관 진용이 사실상 새롭게 꾸려지는 셈입니다.
해외 세무분쟁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만큼, 새 국세관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우리 기업과 교민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쏠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