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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세관에 수상한 직원이 왔다…한 달 업무 하루 만에 끝?

  • 2026.07.14(화) 07:00

[세관 신입은 일잘러]②복잡한 FTA 원산지 검증 빠르게!

세관에 수상한 신입 직원이 들어왔다. 이름은 한달음 주무관.

점심도 먹지 않고,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점심시간이 돼도 말없이 자리를 지킨다. 그런데 품목번호 하나만 입력하면 한 달 넘게 걸리던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위험 분석을 1~2일 만에 끝낸다. 그래서 이름도 '한달음'이다.

다른 직원들은 "자료가 너무 많다", "외국어 자료라 시간이 걸린다", "협정별 기준이 복잡하다"고 하소연하지만, 한 주무관은 보고서 초안까지 정리해놓고도 불평 한마디 없다.

옆자리 직원들의 머릿속 계산기가 바빠졌다. '이 속도면 올해의 관세인이 되는 거 아니야?', '몇 년 뒤엔 고위공무원단?', '이러다 관세청장까지?'

대체 비결이 뭘까. 직원들이 한 주무관 주변을 슬금슬금 기웃거리자, 그가 조용히 말했다.

"전 승진 필요 없어요. 전기만 주세요."

FTA 원산지 정보분석은 세관 직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업무 중 하나다.

수입품에는 원산지가 있다. 사람으로 치면 국적, 물건으로 치면 출생지와 같다. 어디서 만들어졌는지에 따라 관세율과 FTA 특혜관세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FTA 특혜관세는 세금을 깎아주는 할인쿠폰과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 원산지가 다르거나, 협정에서 정한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특혜관세를 적용받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야 할 세금을 덜 낸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검증하는 것은 세관 직원의 몫이다.

이 일은 쉽지 않다. FTA 원산지 위험을 분석하려면 품목번호(HS코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관세율표, 수출입 통계, 각 협정별 원산지 기준, 해외 생산국 정보, 산업 구조, 글로벌 시장 동향 등 많은 자료를 함께 살펴야 한다. 협정마다 기준이 다르고, 자료도 여러 나라 언어로 되어 있어 더 어렵다.

그동안 이 과정은 대부분 세관 직원들의 수작업에 의존했다.

분석 대상을 정하고, 자료를 찾고, 통계를 비교하고, 위험요인을 정리한 뒤 보고서까지 작성해야 했다. 담당자의 경험과 역량에 따라 분석 품질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고, 하나의 분석을 마무리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한달음 주무관의 활약은 세관 직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현실에 이런 직원이 있을까 싶지만, 서울세관에는 실제로 있다.

이 직원의 정체는 바로 서울세관이 직접 개발한 'FTA 원산지 정보분석 모델'이다. 사람은 아니지만, AI를 활용한 이 모델 덕분에 직원들은 한 달 걸리던 업무를 1~2일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

이 모델은 GPT, 클로드(Claude), 그록(Grok)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한다. 품목번호만 입력하면 FTA 협정별 원산지 위반 위험도를 분석하고, 보고서 초안까지 작성해준다.

이 모델은 실제 현장에서 성과도 냈다. 서울세관은 한·중국 FTA를 적용받는 중국산 식료품과 초콜릿을 대상으로 이 모델을 활용해 원산지 위험성을 미리 분석했다. 이후 실제 검증에 들어가자, 수입업체가 기존 신고 내용을 바로잡고 약 4억5000만원을 자발적으로 수정 신고했다.

이 모델의 특징은 한 명의 AI에게만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세관이 개발한 FTA 원산지 정보분석 모델. [제공: 관세청]

GPT, 클로드, 그록을 동시에 불러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비교한다. 세 명의 분석관을 한 회의실에 앉혀놓고 같은 사건 기록을 검토시키는 셈이다. 하나의 AI가 놓칠 수 있는 오류나 부정확한 정보를 다른 AI의 답변과 교차 검증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품목이 어느 나라에서 주로 생산되는지, 수입신고된 원산지가 글로벌 공급망 흐름에 맞는지, 제3국을 거쳐 원산지를 우회했을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결국 AI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하나다. '이 물건이 정말 신고한 나라에서 만들어졌는가?'다.

다만 AI가 세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원산지 위험 신호를 찾아내면, 최종 판단은 세관 직원이 한다. 검증에 착수할지, 추가 확인이 필요한지는 사람이 판단한다. AI는 일종의 탐지견 역할을 한다. 방대한 자료 속에서 수상한 냄새를 먼저 맡고, 직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번 모델은 외부 전문업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시스템도 아니다. AI 전문지식이 없는 비전공자 직원들이 TF팀을 꾸려 직접 개발했다.

직원들은 기존 업무와 개발을 동시에 했다. 처음에는 GPT 구조와 프롬프트 작성법부터 배워야 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지시문을 여러 번 수정하거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관세청은 이 모델을 전국 순회교육과 매뉴얼 배포를 통해 FTA 심사 담당 직원들에게 소개했다. 현재 일선 직원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앞으로 직원들의 경험과 피드백을 반영해, 더 정교하고 현장에 맞는 도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선진 서울세관 심사2국 관세관은 "FTA 심사 과정에서 원산지 위험성을 사전에 분석하고 위험 대상을 선별하는 정보분석 업무는 방대한 외부 자료를 검색·검토하고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일이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며 "자료 탐색과 분석 과정에 AI를 접목하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 수 있겠다고 판단해 맞춤형 GPT 모델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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