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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다이어트 보조제…다 잡아내는 세관 직원은?

  • 2026.07.10(금) 09:32

[세관 신입은 일잘러]①위해물품 잡는 한눈애 주무관

세관에 말수 적은 새 직원들이 하나둘 들어오고 있다. 외국어 성분표 속 위해성분을 몇 초 만에 찾아내는 한눈애 주무관, 한 달 걸리던 FTA 원산지 위험 분석을 1~2일 만에 끝내는 한달음 주무관이 그들이다. 
커피도 마시지 않고,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지만, 통관과 심사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자료를 읽고 위험 신호를 찾아낸다. 물론 이들은 실제 공무원은 아니다. 
관세청이 통관, 감시, 조사, 심사, 민원 현장에 도입하고 있는 AI 시스템이다. 택스워치는 관세청의 AI 활용이 세관 현장과 국민 안전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짚어본다.

세관에 새로 들어온 한눈애 주무관은 신규 공무원답지 않게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다.

이 직원은 영어 성분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낯선 의약품 성분명도 겁내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가 통관을 금지한 위해 식·의약품 8000여가지를 외운 듯 기억한다.

직원이 해외직구 제품 라벨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올리면, 한 주무관은 제품명과 성분표를 읽기 시작한다. 몇 초 뒤 "위해식품"이라고 말하면서 무슨 성분이 문제인지도 함께 설명한다. 

위해성분 찾고, 영어단어 검색하면서 위해성분 분석에 10분씩 걸리던 직원들은 말을 잃었다. 

"저걸 다 외운다고?" 
"외국어 성분표도 읽는다고?"

대체 이 직원의 비결은 뭘까. 한 주무관은 웃으며 말했다.

"외우진 않았고요. 찍어주시면 읽어요!"

식·의약품 라벨만 찍으면 읽어주는 한눈애 주무관은 사실 사람이 아니다. 관세청이 개발한 '위해 식·의약품 안전관리 AI 시스템'이다. 성분표를 한눈에 읽어낸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지난해 전자상거래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물품은 약 1억8594만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으로 단순 계산해도 50만건이 넘는다. 건강기능식품, 다이어트 제품, 수면보조제처럼 해외 온라인몰에서 직접 구매하는 식·의약품도 여기에 포함된다.

문제는 성분이다. 해외직구 제품은 슬림, 내추럴, 헬스, 수면 케어 같은 문구를 앞세워 건강식품처럼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분표 안에는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위해 성분이나 의약품 성분이 숨어 있을 수 있다.

위해 성분이 포함된 식품이나 의약품은 통관 단계에서 걸러져야 한다. 소비자에게 배송되기 전 세관이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하루 평균 50만건이 넘는 해외직구 물량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속도는 중요하다. 기존에는 식약처 공시정보 시스템을 열어 제품명을 검색하고, 성분명을 하나씩 대조해야 했다. 비슷한 이름의 성분까지 확인하다 보면 제품 하나를 살피는 데 10분가량 걸리기도 했다.

하루 50만건을 모두 확인한다고 가정하면, 1건당 10분씩만 잡아도 필요한 시간은 500만분이다. 한 사람이 쉬지 않고 처리해도 약 3472일, 햇수로는 9년 반에 가까운 시간이다.

심지어 위해물품 목록은 8000여 가지다. 사람의 눈과 손만으로 모두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관세청이 통관 현장에 AI 주무관을 투입한 것이다.

사진 한 장이면 성분표 읽고 위해성분 대조

한눈애 주무관의 업무 방식은 간단하다. 세관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제품 라벨이나 성분표를 촬영해 시스템에 올리면 된다. 그러면 AI가 사진 속 문자를 읽어 제품명과 성분 정보를 자동으로 추출한다.

이 과정에는 생성형 AI와 AI OCR, 즉 광학문자판독 기술이 활용된다. OCR이 사진 속 글자를 읽어내면, AI가 식약처 위해 성분·위해 품목 정보와 대조해 위해 식·의약품에 해당하는지 판별하는 구조다.

직원 입장에서는 검색창을 여러 번 열 필요가 줄어든다. 외국어 성분명을 하나하나 옮겨 적지 않아도 된다. 사진 한 장만 올리면 AI가 먼저 읽고, 의심 성분을 알려준다.

관세청 '위해 식의약품 안전 AI' 앱 구동화면. [사진: 관세청 제공]

물론 AI가 최종 판단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통관 보류나 반입 차단 등 최종 조치는 여전히 세관 직원의 몫이다. AI는 판정을 내리는 심판이 아니라, 방대한 성분표 속에서 수상한 신호를 먼저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한 주무관은 일종의 성분 탐지견이다. 냄새 대신 글자를 읽고, 위해물품 목록과 대조한다. "여기 한번 보십시오"라고 직원에게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김미량 관세청 인공지능혁신팀 주무관은 "기존에는 직원들이 식약처 공시정보를 직접 검색하고 성분을 대조해야 했지만, 이번 시스템을 활용하면 사진 촬영만으로 위해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며 "수많은 전자상거래 화물을 처리해야 하는 통관 현장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앞으로 새로운 위해 식·의약품 정보를 지속적으로 반영해 AI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어와 영어 중심으로 적용되는 기능도 중국어 품명과 성분표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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