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 건드려봐. 내가 누군지 똑똑히 알려줄게"
이명구 관세청장이 직원에게 화를 냅니다. 과거 일부 유명인사들이 "내가 누군지 몰라?"라며 갑질을 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일을 생각하면, 공직자는 행동을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데요.
직원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관세청장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것일까요?
알고 보니, 관세청장이 화를 냈던 건 홍보를 위한 연기였습니다. 과거와 달리, 관세청이 최근 이례적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죠.
기관장의 유튜브 채널 '명답TV'를 개설하고 직접 쇼츠 콘텐츠에 등장하는가 하면, 내부적으로도 영상 제작과 라이브 방송을 확대하는 등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최근 이 관세청장을 소개하는 유튜브 쇼츠 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 번만 더 건드리면 내가 누군지 알게 해줄게"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행한 밈을 활용한 콘텐츠로,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해당 영상은 4월 말 기준 2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15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패러디한 '왕과 세는 남자' 콘텐츠에서는 분장까지 하고 등장해 세관 신고 절차를 설명하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댓글에는 "아이디어 좋다" "진짜 누군지 똑똑히 알려주네" "요즘 관세청 폼 미쳤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단발성 시도에 그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관세청은 이번주 홍보관계관 회의를 열고 전국 세관 홍보 현황과 인력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교적 보수적인 조직으로 꼽히던 관세청이 폭넓은 홍보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특히 이명구 관세청장의 관심도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현장 방문이나 해외 일정이 잦은 가운데, 이동 중 차량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자는 아이디어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 홍보를 넘어 기관장의 일정 자체를 콘텐츠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6년 만의 내부 승진 인사로 취임한 이명구 청장 이후 소통 행보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청장이 직접 기자 브리핑에 나서거나 기업 관계자를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듣는 사례가 많아졌는데요.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 청장 취임 이후 9개월 동안 언론 인터뷰는 16건, 브리핑은 5건, 기고는 32건을 진행했습니다. 직전 청장이었던 고광효 전 청장은 같은 기간 인터뷰 7건, 브리핑 1건, 기고 12건에 그쳐 언론 소통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관세청 내부에서도 과거에는 정책 홍보가 보도자료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보여주는 행정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한 관계자는 "정책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정부 전반적으로도 공공기관의 대국민 소통 방식이 변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부처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정책을 쉽게 전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요. 다만 같은 재정경제부 외청인 국세청은 직원 중심 콘텐츠에 머무는 반면, 관세청은 기관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차별화한 점이 엿보입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주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립니다. 조직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고 정책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보여주기식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한 관세청 관계자는 "국민과의 소통을 늘리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관이 경쟁적으로 SNS 활동에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며 "질보다는 양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세청의 홍보 강화 기조에 따라 관련 업무 부담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이번 홍보관계관 회의를 계기로 인력 보강 등이 이뤄진다면 보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는데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국민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관세청의 행보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