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개 회계연도에 걸쳐 석포제련소 토양·지하수 정화 관련 충당부채를 매년 1400억~2300억원대 과소계상한 것으로 금융당국 조사·감리 결과 확인됐다.
충당부채는 장래 지출 가능성이 높고 금액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때 미리 비용과 부채로 반영하는 회계 항목이다. 이를 실제보다 적게 잡으면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당기순이익이 실제보다 좋게 표시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영풍의 환경정화 비용 회계처리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그 후폭풍이 커질 전망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0일 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보고 감사인지정 3년, 과징금,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전·현직 담당임원 해임권고 및 직무정지 6개월, 시정요구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과징금은 향후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증선위 조사·감리 결과에 따르면 영풍은 석포제련소 주변지역과 제련소 1·2공장 하부 오염토양, 주변 임야, 지하수 정화 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특히 법적 정화의무가 명확했음에도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거나, 관련 법규상 허용되지 않는 정화방식을 기준으로 충당부채를 산정해 과소계상한 것으로 판단됐다.
연도별 과소계상 규모는 2021년 약 1427억원, 2022년 약 1427억원, 2023년 약 2332억원, 2024년 약 2331억원이다. 2021~2022년에는 주변지역 오염토양과 제련소 하부 오염토양 정화충당부채가 주된 쟁점이었고, 2023~2024년에는 주변 임야 오염토양과 지하수 정화충당부채까지 과소계상 항목에 포함됐다.
회계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장부상 오류에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정화비용을 충당부채로 반영하면 비용과 부채가 늘어난다. 반대로 이를 적게 잡으면 손익과 재무상태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보일 수 있다. 영풍의 경우 4년 연속 대규모 충당부채가 과소계상됐다는 점에서 투자자와 시장에 제공된 재무정보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증선위가 해당 기간 전 대표이사에 대해 ‘해임권고 상당’ 조치를 의결했다는 점은 금융당국이 위반 정도를 중대하게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임권고 상당은 해당 임원이 이미 퇴임한 경우 실제 해임권고에 준하는 조치다.
이번 의결로 영풍이 그동안 밝혀온 환경개선 투자 내역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영풍은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 수립 이후 약 54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 투자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토양·지하수 정화 관련 충당부채 과소계상을 공식 확인하면서, 환경개선 비용의 산정 방식과 실제 투자 내역, 정화 의무 이행 수준에 대한 추가 설명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증선위 조치는 영풍의 환경투자 집행 여부 자체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오염토양과 지하수 정화 의무에 따른 충당부채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향후 쟁점은 영풍이 정화 의무 관련 비용을 왜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는지, 그 결과 재무제표상 이익과 부채가 얼마나 왜곡됐는지, 기존 환경투자 설명이 시장과 지역사회가 납득할 만큼 투명했는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그동안 영풍이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환경투자와 개선 노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회계처리 위반 판단으로 환경 리스크는 다시 재무 신뢰도 문제로 번질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