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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는 끝나지 않았다…미국의 강제노동 관세 전략

  • 2026.07.28(화) 07:47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미국의 관세정책은 이제 단순히 세율을 높이거나 낮추는 문제를 넘어섰다. 하나의 법적 수단이 제한되면 다른 통상법을 활용하고, 관세를 통해 교역 상대국의 제도와 기업의 공급망 관리 방식까지 바꾸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강제노동 대응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치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기업은 다음 관세율을 예측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신민호 관세사는 미국이 관세와 연결하려는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살피고, 그 목표가 자사의 제품과 원재료, 협력업체, 계약 구조, 손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법원이 막으면 다른 법을 쓰면 된다"

최근 미국 통상정책의 흐름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물론 미국 정부가 아무 법률이나 임의로 골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법률마다 발동 요건과 적용기간, 조사절차가 다르다. 그럼에도 최근의 흐름은 하나의 관세 수단이 제한되더라도 다른 통상법 수단을 검토하며 정책 목표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이를 실효적으로 집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한국·유럽연합·일본·대만·스위스의 비면제 품목에는 기존 최혜국세율 등을 감안해 10% 또는 12.5%가 적용될 수 있고, 그 밖의 조사 대상 경제권에는 원칙적으로 12.5%가 적용된다. 

다만 품목별 제외 여부와 실제 세율은 반드시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겉으로 보면 새로운 관세 하나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의미는 훨씬 크다. 문제는 관세율 하나가 아니다. 미국이 관세를 통해 다른 나라의 국내 제도와 공급망 관리 방식까지 바꾸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 판결이 관세정책의 끝은 아니었다

미국은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을 받았다. 많은 기업들은 관세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IEEPA는 국가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대통령 권한을 규정한 법률이다. 대법원 판단 이후 기업들은 광범위한 IEEPA 관세가 정리되면 미국의 관세 압박도 일정 부분 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무역법 122조를 활용한 임시 글로벌 추가관세를 시행했고, 동시에 무역법 301조 조사도 확대했다. 이후 강제노동 대응을 이유로 한 301조 조치가 확정됐다.

122조는 국제수지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적 수단이고, 301조는 미국 상거래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외국의 행위·정책·관행을 조사해 대응하는 제도다. 법적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관세를 통상정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큰 방향은 이어지고 있다.

법은 바뀌었지만 정책 목표는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각 조치의 직접적인 명분과 법적 요건은 달라졌지만, 관세를 통해 공급망과 교역 상대국의 행동을 바꾸려는 전략적 방향은 유지되고 있다.

기업은 여기서 "앞으로 미국은 또 어떤 법을 활용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미국이 앞으로 어떤 정책 목표를 우리 제품과 공급망에 연결할 것인가. 기업이 다음 법률의 이름을 맞히기는 어렵지만, 강제노동·공급과잉·경제안보·첨단기술과 같은 정책 목표가 자사 품목에 미칠 영향은 미리 점검할 수 있다.

관세가 세금에서 정책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관세의 이름보다 미국 통상정책의 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관세정책은 특정 국가나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보, 공급망, 환경, 강제노동, 디지털 무역 등 다양한 정책 목표가 관세와 결합하고 있다. 

관세가 더 이상 세금이 아니라 산업정책과 외교정책을 실행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관점에서는 미국 국경에서 세금을 납부하는 문제를 넘어, 생산지역과 원재료 조달 방식, 협력업체 관리 수준까지 미국 시장 접근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원산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한 자동차 부품 수출기업은 기존에는 원산지와 품목분류만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바이어는 공급업체에 강제노동 사용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공급망 실사 자료와 원재료 추적 자료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기업이나 거래관계가 드러나지 않도록 현장 사례를 재구성해 보면, 바이어가 요구하는 자료는 단순 확인서에 그치지 않는다. 공급업체 명단, 원재료 명세, BOM(원자재 명세서), 생산지역, 구매기록, 공급망 실사 결과 등이 함께 요구될 수 있다.

또 다른 전자부품 업체는 미국 수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협력업체 가운데 일부가 고위험 국가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공급망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완제품이 한국에서 생산됐더라도 그 안에 들어간 핵심 원료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바이어 심사나 미국 통관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리스크는 통관 단계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한다. 원재료 조달, 공급업체 선정, 구매계약, 생산, 원산지 판정, 통관, 미국 바이어 대응이 하나의 리스크 체계로 연결되고 있다.

'어디서'보다 '어떻게' 만들었는가

이번 301조 관세에서도 주목할 부분은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금지 제도를 갖췄는지 뿐 아니라 실제 집행 수준 등을 고려해 경제권별·품목별로 다른 관세구조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미국이 단순히 물건을 어디에서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었는지까지 통상정책의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신호다.

원산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원산지증명서만으로 공급망의 적법성과 투명성까지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기업은 제품의 국적뿐 아니라 원재료와 생산과정의 이력까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지금 점검해야 할 세 가지

우리 기업도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첫째, 품목별 관세율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공급망 실사, 원재료 추적, 거래 상대방에 대한 컴플라이언스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우선 미국향 수출품 가운데 301조 적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과 제외 품목을 구분하고, 제품별 BOM에서 고위험 국가·지역과 연결된 원재료를 식별해야 한다.

둘째, 미국 수출기업은 원산지 관리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강제노동 관련 내부 통제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특히 중국 등 고위험 국가에서 원재료를 조달하는 경우에는 공급망의 투명성을 입증할 자료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공급업체의 단순 서약서에만 의존해서는 부족할 수 있다. 구매계약에 자료제출 의무, 허위자료 책임, 공급망 변경 통지, 현장실사 협조 조항을 반영하고 실제 자료가 서로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셋째, CFO(최고재무책임자)는 관세를 단순한 비용으로 얕잡아 보지 않아야 한다.

관세는 이제 현금흐름과 가격 경쟁력, 투자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영 변수가 되어가고 있다.

추가관세가 미국 수입자에게 부과되더라도 그 부담은 가격인하 요구나 납품단가 재협상을 통해 한국 수출기업으로 이전될 수 있다. 매출총이익률이 하락하고, 미국향 재고가 늘며, 공급망 교체를 위한 추가 투자까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CFO는 대미 매출액, 품목별 예상 관세, 가격 전가 가능성, 고위험 원재료 비중, 대체 공급망 구축비용을 최소한 세 가지 시나리오로 계산해야 한다.

다음 관세율보다 다음 정책목표를 읽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강제노동을 이유로 한 관세 부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통상정책의 방향 전환이 있다. 동시에 강제노동 생산품의 교역을 차단하고 소비자와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정책 목적도 함께 존재한다. 기업은 이를 단순한 보호무역 조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거래 조건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미국이 공급과잉, 디지털 무역, 첨단산업, 경제안보와 관련된 외국의 정책을 문제 삼을 경우 새로운 301조 조사와 조치를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다음 관세율을 예측하는 일이 아니다. 미국이 어떤 정책 목표를 관세와 연결하려 하는지 읽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책 목표가 우리 제품의 원재료, 생산공정, 공급업체, 계약, 가격구조 가운데 어디와 연결되는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관세는 더 이상 국경에서 부과되는 세금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급망을 움직이고 산업을 재편하는 전략수단이 되어가고 있다. 통관은 비용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으며, 공급망은 물류 문제를 넘어서 기업의 리스크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문제는 통관 담당자 한 사람이나 재무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품목과 관세율은 관세·통상 전문가가, 강제노동 실사와 공급업체 관리는 ESG·구매 부서가, 계약상 보증과 책임 배분은 법무 전문가가 함께 살펴야 한다. CFO는 이 판단들을 손익과 현금흐름의 언어로 통합해야 한다.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미국의 다음 관세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공급망이 어떤 질문을 받을지 예상하고, 그 질문에 자료로 답할 수 있는 구조는 지금부터 만들 수 있다.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다음 관세가 발표된 뒤가 아니라, 발표되기 전에 이미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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