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 정년은 법적으로 만 60세입니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파면 수준의 징계를 받지 않는 이상, 만 60세 미만인 공무원을 뚜렷한 사유 없이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국세청에는 다른 부처에서는 보기 어려운 ‘2년 조기 명예퇴직’ 관행이 있습니다. 사실 이는 공식적인 제도도 아닙니다. 국세청에서 관행처럼 여겨지는 일종의 내부 룰에 가깝습니다.
서기관(4급) 이상은 조직에서 일정한 혜택을 봤다는 이유로 2년 먼저 퇴직하는 것인데요. 국세청의 꽃이라고 불리는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많은 국세공무원들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꿈을 이뤘다면,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 후배에게 길을 터주라는 의미에서 이런 관행이 생긴 것입니다. 그동안 이러한 관행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었고, 사직서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버틴 사례도 있었습니다.
조직 내외부의 시선이든, 인사과의 압박이든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처음에는 호기롭게 버텼던 이들 대부분은 결국 백기를 들고 명퇴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최근 조기 명퇴를 거부한 채 대기발령을 받은 최영준 전 서울청 조사3국장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이 관행이 굳어진 계기로는 구진열 전 인천청장의 사례가 자주 언급됩니다. 그는 2020년 인천청장으로 취임해 같은 해 12월 퇴직했습니다. 1969년생인 구 전 청장은 통상적인 조기 명퇴보다 7년, 법정 정년보다 9년이나 일찍 공직을 떠났습니다.
다들 구 전 청장의 앞날을 걱정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퇴직한 그가 안타깝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지방청장=명퇴’라는 공식이 국세청에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창기 전 국세청장이 2023년 민주원 전 인천청장을 임명한 이유도 이런 관행과 무관치 않았습니다.
당시 국세청은 지방청장이 되면 당연히 퇴직한다는 관행을 깨고, 능력 있는 직원을 계속 중용하는 것이 조직 발전을 위한 인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인사권자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국세청 조기 명퇴 관행에 조금씩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관행은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다는 명분으로 아름답게 포장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 후배들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번에 퇴직한 서기관급 이상 국세공무원은 20명 안팎입니다. 이 중 고위직은 7명입니다. 고위직이 한꺼번에 이 정도 규모로 퇴직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들이 세무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세무시장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고위직 출신들을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무시장은 날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무사 자동자격을 받지 못하는 2001년 이후 임용 국세공무원들도 점차 퇴직 시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성진 전 차장은 세무사 자격증을 받지 못한 채 이번에 퇴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