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신입사원이 하루아침에 대기업 총수의 숨겨진 막내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JTBC 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은 신분 변화와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속 상속과 승계는 극적인 반전 장치로 활용되지만, 현실이라면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건 상속세다. 이에 드라마 속 상속세 이슈를 현실의 세법에 적용해 살펴봤다.
# 고(故) 최성그룹 강용호 회장의 유언 공증이 공개되는 순간, 그룹은 발칵 뒤집힌다(드라마상 회장은 사고 후 젊은 축구선수 몸에 빙의). 상속인이자 막내딸인 강방글이 그룹의 전 재산을 단독으로 승계하게 됐기 때문이다. 상속재산은 상장주식 8조원, 비상장주식 1조원, 부동산 1조원 등 총 10조원 규모다.
하지만 상속세는 유언장에 적힌 금액을 기준으로 매기지 않는다. 강정호 세무법인 센트릭 세무사는 "세법상 평가를 거치고 나면 재산가액 11조8000억원으로, 당초 상속받은 재산 10조원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강 세무사에게 극 중 과세 이슈에 더해, 현행 상속세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들었다.
유언장엔 10조, 세법에선 11조8000억원
우리나라 상속세는 '정부부과세목'으로, 국세청이 신고 내용을 다시 검증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한다. 같은 10조원이라도 세법이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상속세는 크게 달라진다. 강 세무사는 "세법은 자산의 성격에 따라 평가 방식을 아주 엄격하게 차등 적용한다"고 말했다.
강 씨가 상속받은 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상장주식부터 따져보자. 사망일 전후 2개월간 거래소 최종시세 가액 '평균액'을 기준으로 재산을 평가해야 한다. 대기업 최성그룹의 총수 일가인 강 씨에게는 '최대주주 할증세(주식가치 20% 가산)'를 매긴다. 경영권 프리미엄의 대가다. 할증세가 붙으며 원래 8조원이었던 상장주식 가치는 9조6000억원으로 뛴다.
거래소 시가가 없는 비상장주식은 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쓴다. 강 세무사는 "기업이 가진 자산과 벌어들이는 수익을 가중평균해서 계산하는데, 비상장주식도 최대주주 지분이라면 할증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최대주주 할증평가(20%)가 적용되면서, 1조원짜리 비상장주식은 1조2000억원이 된다.
부동산은 거래 가액이 없다면 감정기관의 '감정평가액'의 평균으로 가치를 따진다. 강 씨가 물려받은 부동산(1조원)은 상속세 할증 대상이 아니다. 이런 가치평가를 거치면, 10조원이었던 강 씨의 총 상속재산은 11조8000억원으로 불어나게 된다.
강방글은 상속세를 얼마나 내야 할까요
강 씨가 '단독'으로 상속받았을 때 내야 할 상속세는 얼마일까. 상속세는 상속재산에서 각종 공제를 차감해 과세표준을 구한 뒤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우선 상속공제부터 살펴보자. 강 씨의 어머니는 살아있지만 실제 상속받는 재산은 없다. 이에 배우자상속공제는 법정 최소한도인 5억원만 인정되며, 여기에 일괄공제 5억원을 더해 총 10억원을 공제받는다. 강 세무사는 "금융재산 상속공제(2억원)은 왜 빠졌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공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공제를 뺀 11조7990억원을 과표로 삼고 납부할 세액을 계산해야 한다. 앞선 상속재산가액을 기준으로 5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에 과표 11조7990억원에서 50%의 세율을 곱한 뒤, 누진공제액인 4억6000만원을 빼면 된다.
이 계산식을 거치면 결국 강 씨는 5조7219억718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는 법정기한 내 자진신고 시 적용되는 신고세액공제(산출세액의 3%)를 반영한 금액이다.
만약 강 씨가 '연부연납' 방식을 택했다면, 최장 10년(신고기한 때 1번, 이후 10년간 매년 1번씩)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매년 원금만 약 5201억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소리다. 강 세무사는 "남은 세금에 대한 연부연납 이자(가산금)까지 매년 추가로 얹어서 내야 한다"며 "여기에 상속받은 부동산은 물론이고, 상장주식 대부분을 납세담보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5조7000억원 상속세가 남긴 숙제는
막대한 상속세를 계산해 보면, 자연스럽게 현행 제도의 한계도 드러난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구조부터 대기업은 사실상 적용받기 어려운 가업상속공제, 비상장주식 할증평가까지다. 강 세무사는 상속세 제도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이 '세 가지'를 꼽았다.
①우선 물납 제도다. 현재 물려받은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으로 세금을 대신 낼 수 없다. 금융재산(상장주식 등) 가액이 상속세보다 많으면 물납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속세를 마련하려면 대규모 지분을 시장에 매각해야 하고, 이는 주가 하락과 경영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세무사는 "상속인의 유동성 위기를 고려해 물납을 보다 유연하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가업상속공제는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제도는 대기업이 사실상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 기업승계는 특정 가문의 부의 이전이 아니라 사업과 고용을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가업상속공제라는 명칭도 '고용 및 사업유지 상속공제'처럼 제도의 취지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③비상장주식 할증평가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강 세무사는 "비상장주식은 이미 자산과 수익성을 반영한 보충적 평가 방법으로 가치를 산정하는데,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을 붙여 20%를 또 얹는 건 징벌적 과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다면 양도시 양도가액에 반영될 거고, 이때 납부하면 된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강 씨의 상속이 이야기의 시작이지만, 현실에서는 상속세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더 큰 과제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