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이고, 그 사회에서 국가는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걷을 것인가'
조세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할 질문이지만, 매년 반복되는 세법 개정 과정에서 좀처럼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단기 현안 대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근로 형태 변화로 현재의 세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미래 세대 부담까지 고려한 조세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전오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7일 '재정포럼 6월호' 권두칼럼 '조세정책에 관한 몇 가지 제언'에서 "우리나라의 조세정책은 지금 단순한 세율 조정이나 세목별 미세 손질의 차원을 넘어 어떤 경제질서를 지향하고 어떤 복지국가를 설계할 것인지에 관한 근본 질문 앞에 서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조세제도는 어떻게 설계될까. 세법을 입안하는 재정경제부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각계 의견을 듣는다. 특히 경제·재정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5년 단위 조세정책을 논의하는 '중장기조세정책심의위원회'도 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논의는 1~2년 안에 해결해야 할 현안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저출산의 심화와 노령인구 급증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머지않아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미래에 따른 근로 변화, 세대 간 형평성 등 장기적 고찰과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적 변화 앞에서 지금과 같은 세입 기반과 세출 구조가 유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낙관이 아니라 회피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미 경제구조 변화에 대비한 장기 전략의 필요성은 국제기구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OECD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85%에서 2027년 1.52%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017년 이후 10년간 잠재성장률 하락폭은 1.4%포인트로 OECD 평균(0.3%포인트)의 4배를 넘었다.
OECD는 생산성 둔화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AI의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활용이 성장잠재력 제고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10년간 AI가 노동생산성을 연평균 0.4~0.9%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AI가 생산성 제고의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 만큼, 그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와 세입 기반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이 교수는 "조세정책은 닥쳐올 구조변화에 대비한 장기 구상을 해야 한다"며 "현재 세대의 편의를 위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세제와 재정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은 도덕적 판단 잣대 아니다"
조세의 본질적 기능을 다시 살펴야 한다고도 했다. 조세가 경기 조절이나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세금을 정치적 상징(부자감세, 부자증세)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세금의 정당성은 약화된다"며 "세금은 도덕적 판단의 잣대가 아니라 국가 운영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형평성과 효율성의 균형도 조세정책 설계의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했다. 보유세를 예로 들며 형평성만을 앞세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형평성을 내세워 세부담을 급격히 높이고, 이후에는 현실의 조세저항과 납세능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각종 예외를 덧붙이는 방식은 좋은 세제 설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