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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금, 새 세목인가…기존 세법의 재설계인가

  • 2026.05.14(목) 07:00

[프리미엄 리포트]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최근 AI(인공지능) 확산과 함께 이른바 'AI세'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흔히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주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논의는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현재 변화는 단순한 고용 감소라기보다 'AI 노출'에 따른 생산성과 업무구조 재편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AI가 새롭게 만들어 낸 이익을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가 핵심인데요.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에게 AI 시대에 맞는 조세체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들어봤습니다.

"로봇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면, 그 로봇도 세금을 내야 한다." 빌 게이츠가 미국 경제 매체 쿼츠(Quartz)와의 2017년 2월 인터뷰에서 밝힌 이 구상은 AI 과세 논쟁의 기점이 됐다. 공장 근로자가 5만 달러어치 일을 하면 소득세와 사회보험료를 내는데, 같은 일을 하는 로봇에게도 같은 수준의 세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직관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AI의 실제 양상을 살펴보면 이 질문이 출발점부터 불완전했음을 알게 된다.

전문직 위협, 대체인가 재편인가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 AI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세무·회계·법률 분야 AI 기업 자비스앤빌런즈가 2025년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2.7%)이 "향후 5년 내 AI가 전문직을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연구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가 2024년 10월 발표한 보고서는 전체 근로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업무 일부가 AI에 의해 자동화·보완될 수 있는 '노출 상태(exposure)'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개념 구분이 있다. 브루킹스 연구를 비롯한 자동화 영향 연구들이 측정하는 것은 '대체(replacement)'가 아니라 'AI 노출도(exposure)'다. 특정 업무가 AI로 수행 가능하다는 것과 실제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 점은 실증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MIT 슬론경영대학원과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이 2025년 공동 발표한 현장 연구(Choi & Xie, "Human + AI in Accounting: Early Evidence from the Field")는 회계법인 79곳, 회계사 277명의 실제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를 도입한 회계사가 월말 결산 마감을 평균 7.5일 단축하고 주당 지원 가능한 의뢰인 수를 55% 늘렸음을 확인했다.

반복적 데이터 처리에 투입하던 시간의 8.5%를 자문·품질 검토 등 고부가가치 업무로 전환했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AI가 전문가를 대체하기보다 숙련된 전문가의 역량을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먼저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무·회계 분야의 AI 도입 속도도 수치로 확인된다. 전 세계 27개국 세무·회계 전문가 2,700여 명을 조사한 월터스 클루버(Wolters Kluwer)의 「Future Ready Accountant 2025」 보고서는 AI 실제 도입률이 2024년 9%에서 2025년 41%로 단 1년 만에 네 배 이상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단순 기장과 신고 보조 업무는 자동화로 빠르게 재편되는 반면, 세무 전략 수립과 고객 자문 영역에서는 인간 전문가의 역할이 오히려 강화되는 이중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로봇세와 AI세는 어떻게 다른가

이 논의에서 자주 혼용되는 두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로봇세(robot tax)는 기업이 자동화를 통해 인간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감소한 임금 기반과 사회보험 기여분을 보전하기 위해 추가적인 세 부담을 지우자는 구상이다. 게이츠의 제안이 이 범주에 속하며, 대체된 일자리 수에 비례한 부담금이나 자동화 설비에 대한 추가 과세가 구체적 방식으로 논의된다. 유럽의회도 2017년 로봇에 전자적 법인격을 부여하고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 부결된 바 있다.

AI세(AI tax)는 이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AI 활용을 통해 발생하는 초과이윤, 데이터 기반 수익, 플랫폼 독점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가치 등 기존 세법으로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영역에 대한 과세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디지털 서비스세, 데이터세, 플랫폼 수익 과세 등이 모두 이 범주에서 논의된다.

두 개념의 핵심적 차이는 이것이다. 로봇세가 '노동 대체로 감소한 과세 기반의 보전'을 목적으로 한다면, AI세는 'AI가 새롭게 창출했으나 기존 세제가 포착하지 못한 부(富)의 과세'를 목적으로 한다.

해외 논의의 현주소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스태프 토론 노트(SDN/2024/002, Brollo·Dabla-Norris·de Mooij 외)에서 생성형 AI가 노동시장과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로봇세의 논리적 기반과 그 한계를 함께 검토했다. IMF는 과도한 자동화를 억제하는 수단으로서 로봇세에 일정한 논거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실효적인 접근은 자본소득세의 강화, 사회보호 체계의 확충, 노동자 재숙련 지원이라고 권고했다.

IBFD(국제조세 관련 민간기관)가 발행하는 학술지 EU Tax Focus에 2025년 2월 게재된 두레프스키·일리에바(Dulevski & Ilieva)의 논문은 유럽연합 차원의 로봇 과세 설계가 직면한 핵심 난제로 과세표준 산정 기준의 부재를 지적했다. 로봇의 소득을 계산할 때 대체된 임금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기업이 절감한 비용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세제 설계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이유로 학계와 정책 당국에서는 로봇세 신설보다 OECD/G20 주도의 글로벌 최저한세(필라 2) 체계를 AI 초대형 플랫폼 기업에 실효적으로 집행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견해가 폭넓게 제시되고 있다.

현행 한국 세법과의 접점

AI세는 현재 한국 세법에 존재하지 않는 세목이다. 그러나 AI가 창출하는 경제적 이익은 이미 기존 세법 체계 안에서 포착되거나, 포착되지 못한 채 과세 공백으로 남아 있다.

법인세 측면에서 보면,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높아진 기업의 영업이익은 법인세 과세 대상이다. 그러나 연구·개발 세액공제와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중첩 적용되면서 AI 투자를 집중하는 대형 플랫폼 기업의 실효세율은 오히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소득세와 사회보험료 측면에서는, 정규직 임금 근로자를 과세 기반으로 설계된 현행 사회보험 체계가 AI 확산으로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와 고숙련 프리랜서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해 재원 기반 자체가 잠식되는 문제가 생긴다.

부가가치세 차원에서도 맹점은 분명하다. ChatGPT, Gemini 등 해외 AI 서비스는 국내 사업자 등록 여부와 용역 공급 방식에 따라 과세 적용의 일관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으며,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사업자와의 과세 형평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4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26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인공지능 기본법이 AI의 안전성과 투명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창출한 이익을 어떻게 사회로 환원할 것인가'라는 재정적 질문은 여전히 입법적 공백으로 남아 있다.

필요한 것은 새 세목이 아니라 세제 재설계다

대안은 세 가지 방향에서 모색해야 한다. 우선 OECD/G20 글로벌 최저한세를 AI 초대형 플랫폼 기업을 포함한 대규모 다국적 기업에 실효적으로 집행하고, 해외 AI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역외 과세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다음으로 플랫폼 노동자와 고숙련 프리랜서를 포괄하는 사회보험 체계를 재설계하고, AI로 인한 생산성 이익이 집중되는 기업과의 재원 연계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세, 데이터 과세, 무형자산 귀속 기준 등 구체적 의제에서 국제 과세 논의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문제는 AI가 세금을 내느냐가 아니라, AI로 인해 확대된 과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다.

새로운 세목의 신설보다 기존 세법 체계의 정합성을 높이고, 국제조세 규범 형성에 선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한국 세법이 AI 시대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향이다. AI 거버넌스는 이제 안전과 책임을 넘어, 과세 기반의 재구성과 재정 정의(fiscal justice)의 문제로 확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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