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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소득세 부자증세 논란'의 이면

  • 2026.05.08(금) 08:15

정치권은 왜 소득세 최고세율을 타깃으로 삼았나

'버핏세'를 기억하시나요?

2011년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자신의 자본소득 세율은 17.4%지만, 직원들의 근로소득세율은 평균 36%라고 밝혔습니다.

배당이나 양도소득 등 자본이득세에 대한 세금이 열심히 일한 근로자의 세금보다 낮다는 사실은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버핏은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는 부자증세를 제안했습니다. 

머나먼 미국 땅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이 기고가 대한민국에 미치는 파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그해 대한민국 정치권은 부자증세와 감세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혔습니다. 그 이후, 현재는 부자증세 논란이 소득세를 넘어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 모든 세목에 '부자 징벌'이라는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2011년 대한민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보수는 내리고 진보는 올렸다? 데이터가 말하는 '역설'

일반적으로 민주당 등 진보정당은 최고세율 인상을, 국민의힘 등 보수정당은 인하를 주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김대중 정부(1998~2003년) 시절에는 외환위기(IMF) 극복을 위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36%로 인하했습니다. 종부세를 탄생시킨 노무현 정부(2003~2008년)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사회 통합 명목으로 최고세율을 36%에서 35%로 인하했죠.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감세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2008~2013년)는 오히려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올렸습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버핏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내 소장파와 야당의 압박에 따라 세율을 인상했습니다.

결국 조세 정책을 좌우한 것은 이념적 철학이라기보다 경제 상황과 정치적 선택의 결과였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특히 이 시기를 거치며 정치권은 하나의 학습 효과를 얻었습니다. 고액납세자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세율 조정은 정치적 부담은 낮고, 정책 메시지 효과는 크다는 점입니다.

반복된 '상단 조정'…과세 기반 논의는 부족

이후에도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는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재정 여건 악화로 최고세율을 38%에서 40%로 인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2017~2022년)에서는 42%, 45% 구간이 신설되며 최고세율이 추가로 올라갔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율은 조정됐지만 공통점도 분명합니다. 논쟁의 중심이 국민 개세주의(모든 국민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또는 공평 과세가 아니라 최고세율 조정에 집중됐다는 점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6 대한민국 조세'에 따르면 2024년 귀속 종합소득세에서 과세표준 5000만원 이하 구간의 신고인원은 전체의 88.4%를 차지하지만, 결정세액 비중은 13.2%에 그쳤습니다. 반면 1억5000만원 초과 구간은 2.5%의 인원이 63.6%의 세액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근로소득세 역시 유사한 구조입니다. 5000만원 이하 구간은 인원의 86.7%를 차지하지만 세액 비중은 21.4%에 불과했고, 1억5000만원 초과 구간은 1.1%가 32.0%를 부담했습니다.

여기에 면세자 문제도 존재합니다. 근로소득자 중 세금을 내지 않는 비율은 2014년 48.1%에서 꾸준히 감소했음에도 2024년 32.5%를 기록했습니다. 근로자 3명 중 1명은 세금을 내지 않는 셈입니다.

과거 국회에서 근로자에게 월 1만원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근로소득세 최저한세'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죠. 

결과적으로 우리 조세 구조는 넓게 걷기보다는 특정 구간에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에 가깝다는 분석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 벌금에서 자부심으로

이처럼 일부 고소득층에 세 부담이 집중된 구조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조세 심리의 저변에는 과거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시기 형성된 부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부를 축적한 과정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납세는 기여라기보다 환수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치권의 프레임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금 논쟁이 '부자 대 서민' 구도로 단순화되면서 고소득층은 공동체 기여자라기보다 정책적으로 조정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화됐습니다.

이런 인식은 조세 순응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세금이 공정하게 부과된다고 느끼지 못하면, 납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환경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기술과 창업을 통해 새롭게 부를 쌓는 개인과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또, 글로벌 자본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세 부담이 지나치게 크면 자산과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제는 부의 형성과정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조세를 징벌이 아닌 공동체 기여로 인식하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조세정책의 핵심은 세율 그 자체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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