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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유통기한 1년"…AI 격차가 조직을 흔든다

  • 2026.04.29(수) 13:00

더존비즈온 'AX 리더십 포럼'…기업 리더 50명 참석 성황

더존비즈온이 29일 개최한 'AX 리더십 포럼'에 기업 리더 50여명이 참석,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제공: 더존비즈온]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변화의 물결이 화이트칼라와 전문직이 공고히 쌓아 올린 지식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과거 기술 혁신이 주로 블루칼라의 단순 노동을 대체했던 것과 달리, 생성형 AI는 지식 노동의 핵심인 인지 영역부터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조직, 산업, 직무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업무 방식이 무너지고, 리더들은 생산성과 조직 관리라는 새로운 과제에 맞서고 있다.

이종학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29일 더존을지타워에서 더존비즈온 주최로 개최한 'AX 리더십 포럼: 경계가 희미해지는 세상' 강연을 통해 AI 격차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조직 위계·학력 필요없다: 더 그레이트 플래터닝

"엘리트 대학 졸업장이 실제 업무 역량이나 혁신, 창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AI 기반 방위·첩보 소프트웨어 미국 기업인 팔란티어의 CEO 알렉스 카프가 한 발언이다. 팔란티어는 이미 고교 졸업생을 직접 채용해 정규직 후보로 양성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이 교수는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조직 내 수직적, 수평적 경계 등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직적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조직의 위계, 학위나 자격증, 전통적인 승진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부서와 직무의 벽, 기능 중심 조직의 한계, 인간과 AI의 협업 구분 등 수평적 경계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또한 근무 시간, 조직의 유연성, 전문성의 민주화, 성과 책임, 규모의 경제 등 다양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한 번 배운 지식이 평생 자산이었지만, 이제는 지식의 유통기한이 1년을 넘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의 유통기한이 짧아지면서 학위보다 빠르게 배우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직을 피라미드형에서 납작한 형태로 평면화하는 '더 그레이트 플래터닝(The Great Flattening)' 현상을 만든다. 조직의 중간관리자는 팀원들이 하는 일을 상부에 보고하고, 상부의 지시를 팀원에게 지시 또는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 이 역할을 AI로 대체하면서 조직의 중간관리자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중간관리자 수를 줄이는 '디레이어링(De-layering)'으로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세대 간의 인식 변화와도 맞물린다. 책임은 크고 보상은 적은 리더 자리를 기피하는 '리더 포비아' 현상이 심화되면서, 조직 내 수직적 승진 체계는 힘을 잃고 있다"며 "이제 기업들은 사람을 관리하는 인사관리(HR)에서 벗어나, 수행해야 할 '태스크(Task)'를 관리하는 운영팀 체제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와 일하는 법: 직무(Job) 아닌 과업(Task)

이중학 동국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이제는 직무가 아니라, 업무를 세분화한 과업 단위로 일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공: 더존비즈온]

리더의 고민은 AI 도입으로 인해 조직의 생산성을 어떻게 끌어내는 것이냐다. 

직원 입장에서는 AI를 통해 업무 시간을 반 이상 감축했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오히려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하고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조직의 생산성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AI를 잘 활용하는 직원은 남는 시간을 조직의 생산성 향상보다는 다른 곳에 사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23년 초, 전 직원에게 챗GPT를 도입했지만 기대한 만큼 생산성이 오르지 않았다. 기존 업무에 AI만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직원 개개인의 작업 속도만 빨라질 뿐이었다.

모더나는 업무를 세부 과업 단위로 나누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각 과업을 AI가 할 일, 인간과 AI가 함께 할 일, 인간만이 해야 할 일로 구분했다. 이 과정을 거친 후에야 조직 혁신이 가능했다.

이 교수는 "이제는 직무가 아니라 과업 단위로 일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인사관리는 과업 운영팀이 맡고, 조직은 사람보다 업무 과업을 중심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지용구 더존비즈온 공동대표는 "많은 사람이 AI 경험을 조직 전체의 역량으로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사람의 고정관념과 습관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해답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시스템 안에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의 직무 중심 체계는 사람이 사람을 관리하게 만들었지만, 'AI 에이전트 중심' 체계는 업무를 과업 중심으로 바꾼다"며 "AI는 사람이 할 일을 없애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증강 도구다. AI와 인간이 각자 잘 할 수 있는 일을 나누고 함께할 때, 비로소 진정한 AI 전환이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50여 명의 기업 리더가 참석해, AI가 가져올 산업의 미래와 조직 변화에 대해 토론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보상 체계와 업무 흐름 재설계에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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