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제도의 문턱을 넘는 것과 그 혜택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세제 지원의 외형은 확대됐지만, 승계 이후 일정 기간 업종·지분·고용·자산 요건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부담은 기업인들에게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가업승계 세제의 실효성은 혜택의 크기뿐 아니라 사후관리 요건이 현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달려 있다.
서승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번 기고에서 가업승계 세제의 사후관리 요건과 현장에서 제기되는 현실적 한계를 짚었다.

1. 확대되는 가업승계 세제 지원
창업세대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가업승계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세대교체를 지원하기 위해 ①상속 단계의 가업상속공제와 ②생전 증여 단계의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두 축으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에 따라 300억~600억원 한도로 가업상속 재산가액 전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 제1항).
증여세 과세특례는 10억원 공제 후 10%(과세표준 120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의 저율과세를 적용하는데, 부모의 경영기간에 따라 300억~600억 원의 한도를 적용한다(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 제1항).
정책 방향만 놓고 보면 "기업을 오래 유지한 기업인에게 세제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국가적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2. 현장의 온도차 — 사후관리 리스크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기업들의 반응은 정부 기대와 다소 다르다. 제도 활용 문의는 많지만 최종적으로 적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세 부담 자체보다 '사후관리 리스크'가 훨씬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승계 이후 수년간 경영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엄격한 요건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기업 승계를 단순한 '재산 이전'이 아니라 '장기적 경영 행위'로 보아야 하는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
결국 많은 기업들은 "지금 세금을 줄이려다가 몇 년 뒤 더 큰 불확실성을 떠안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하게 된다.
3. 사후관리 요건의 법적 엄격성
가. 가업상속공제 (상증세법 제18조의2)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상속인이 상속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①가업용 자산의 40% 이상 처분, ②가업 미종사, ③지분 감소, ④정규직 근로자 수 또는 총급여액이 직전 2개 사업연도 평균의 90% 미달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공제받은 금액에 경과기간을 고려한 율을 곱한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 산입하여 추징하고 이자상당액을 가산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8조의2 제5항).
나.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조특법 제30조의6)
과세특례를 적용받은 수증자가 주식을 증여받은 날부터 5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①가업 미종사·휴업·폐업, ②증여받은 주식의 지분 감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주식 가액 전부에 대해 상증세법에 따른 증여세를 부과하고 이자상당액을 가산한다(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 제3항).
가업 미종사에는 증여일부터 5년까지 대표이사직 미유지, 주된 업종 변경, 1년 이상 휴·폐업이 포함된다(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7조의6 제6항).
4. 급변하는 기업 환경과 제도의 괴리
문제는 기업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중심 기업이 플랫폼·데이터 기반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AI 기반 산업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탄력적으로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세법상 사후관리 요건은 여전히 "현재 업종과 조직 구조를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경기 침체로 일시적으로 고용 규모가 감소하거나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기업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세제 혜택 추징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5. 예외사유의 한계와 해석상 불확실성
시행령은 합병·분할 등 조직변경에 따른 처분으로 수증자가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경우, 채무의 출자전환에 따른 지분율 하락 등을 예외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나(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7조의6 제7항), 이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구조조정 상황에서의 지분 변동은 여전히 해석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조세감면 요건은 특혜규정으로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조세공평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법원의 입장을 고려하면,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지분 변동은 사후관리 위반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6. 제도 개선의 방향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사후관리는 필요하다. 가업승계 세제가 단순한 부의 무상이전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우리 제도는 개별 요건 충족 여부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업승계 세제의 목적은 단순히 세금을 깎아주는 데 있지 않다. 지속가능한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 그리고 경제 활력의 세대 간 이전에 있다. 업종 전환이나 구조조정이 기업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이를 일률적으로 추징 사유로 보는 접근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원 규모 확대와 함께, 사후관리 요건의 탄력적 운용과 '정당한 사유' 범위의 합리적 확대를 통해 기업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서의 실효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서승원 변호사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39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제52회 사법시험에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제42기)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 입사해 조세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조세일반자문, 조세불복, 관세일반자문, 관세불복, 외국환거래법위반 등 제반 법률문제와 관련된 자문 및 소송을 담당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