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회계세무 수업 방법 및 시사점
우리 대학에서는 많은 AI 관련 강의가 생겨났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회계세무와 AI를 연계한 강의는 없었다. 필자는 올해 'AI 회계세무'라는 새로운 강좌를 개설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에 전호에 이어 관련 경험을 간단히 정리해 보기로 한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AI 종류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면수업이지만 모두 줌(Zoom)을 통해 출석하도록 했다. 무작위로 호명받은 학생은 자신의 화면을 줌 화면에 공유해서 다른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본인의 질문 내역(프롬프트)과 AI 검색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였다.
본 수업의 주요 목적은 회계·세무 자체를 배우는 것보다는 회계·세무 분야에서 AI를 사용하면서 다른 학생의 프롬프트와 답변을 공유함으로써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본 수업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단점으로는 발표수업을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학기 초에 40명으로 출발한 수업이 중도에 4명이 포기한 것이다. 회계세무 수업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회계를 접한 학생과 전혀 경험이 없는 학생 간의 실력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그 결과 AI를 활용하여 답안을 구해도 그 답변이 맞는지, 이해를 하는지 등에 관해 차이가 발생하였다.
조세란 무엇인가?
본 강의는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므로 대부분 조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첫 시간의 '회계란 무엇인가'와 유사하게 '조세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몇 번의 수업을 통해 AI '프롬프트'의 중요성을 알게 된 학생들의 질문이 많이 달라졌다.
즉, 첫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이 질문을 '회계의 정의' 또는 '회계가 뭐야?' 라는 식으로 했지만, 몇 번의 수업이 지난 후에는 '조세란 무엇이고 그 어원이 뭐야?' 라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AI 답변은 아래와 같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에서 '세금'과 '조세'는 거의 동일한 의미로 쓰이는데 한자로 풀어보면 조(租)와 세(稅)가 합쳐진 것으로 그 역사적 의미를 추적하여 조세의 개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조세에서 '조(租)'는 벼를 뜻하는 '禾(화)'와 고기를 도마에 수북이 담아 관청에 바친다는 뜻을 가지는 '且(조)'가 합쳐진 것으로 조(租)란 '관청에 보내는 벼'라는 뜻이다. '세(稅)'는 벼를 뜻하는 '禾(화)'와 빼내다 라는 뜻을 가지는 '兌(태)'가 합쳐진 것으로 세(稅)란 '농민이 수확한 벼에서 본인이 쓸 것을 빼낸 나머지를 관청에 바치는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조(租)와 세(稅) 모두 '관청에 바치는 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서양에서의 'Tax'의 어원은 라틴어에서 찾을 수 있다. 즉, 'taxo(나는 평가한다, 나는 부과한다)', 'taxare(평가하다, 부과하다)', taxa(부과액, 세금)'에서 영어의 'Tax'가 발전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회계'의 정의에서 보았듯이 동양과 서양의 조세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동양에서는 '무엇을(곡물) 낼 것인가'에 초점이 있다면 서양에서는 '얼마를(평가) 낼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조세의 정의는 세법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AI는 '조세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의 재정 수요 충족 및 사회·경제적 정책 목적으로 반대급부 없이 국민 등에게 강제적으로 부과하는 금전적 의무'라고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조세에 대한 정의와 조세 전문서적에서 취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학생들은 AI 덕분에 이러한 기본 개념에 대해 이전 수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귀중한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세의 역사
조세의 정의를 보면서 '조세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가 궁금해진다. 일반적으로 세금의 기원은 인류가 농경과 목축생활을 하면서 어느 한 지역에 정착하기 시작한 시점일 것으로 추측된다. 처음에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한 씨족사회로 시작하여 점차 부족을 이루어 살면서 부근에 있는 다른 부족의 침략을 받자 전쟁에 대비한 공동의 비용을 마련한 것이 세금의 기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AI로부터 얻은 답변은 아래와 같이 좀 더 체계적이다.
조세는 농경사회를 거쳐 국가가 형성되면서 행정조직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즉, 군대 유지 비용, 관개·토목 등 공공사업, 왕과 관료 조직 유지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게 된 것이 세금의 기원이라고 한다. 조세는 국가와 동시에 탄생한 제도라고 보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세의 성격은 국가가 생기기 이전에 부족간 전쟁에 대비하여 공동비용을 모은 것이 그 기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AI 답변대로 조세는 국가의 탄생 이후에 생긴 것이라고 학생들은 배울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창의력 문제
'AI가 창의적인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기존에 필자가 알고 있던 창의력 문제를 질문해 보았다. 실망스럽게도 AI 답변은 창의력에는 다소 약한 모습이다. 다음은 실제 본 과목의 중간고사에 출제했던 문제이다.
(상황)
-아래 그림과 같이 아프리카 여행객 9명이 식인종 100명에게 쫓기던 중 절벽에 다다름. 식인종들은 약 200미터 뒤에서 쫓아오고 있음.
-절벽 높이는 100미터, 절벽 사이의 폭은 10미터, 절벽 아래 강에는 악어가 득실거림.
-이용할 수 있는 도구는 길이 50미터, 지름 5cm, 무게 10kg의 철봉이 있음. 이 철봉은 절대 휘어지지도, 부러지지도 않는다고 가정함.
(문제)
여행객들이 모두 무사히 반대편 절벽으로 건너갈 방법을 답하시오.
답변은 프롬프트(질문, 지시문) 최소 2개 이상 적고, 본인이 판단한 최종 답변 및 이유를 적으시오.
위 질문을 이해하기 쉽게 AI에게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완전하지는 않지만 눈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을 얻었다.

AI 답변과 학생들의 답변은 기대와 달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대부분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봉을 절벽에 걸치고 한명씩 걸어서 건너감. 중심 잡기가 어려우면 원숭이처럼 봉에 팔과 다리로 매달려 건너감.
-50미터의 봉을 휘둘러 식인종을 절벽으로 떨어뜨리거나 대화로 해결함.
-봉의 끝에 한명이 매달리고 8명이 봉을 회전하며 한명씩 건너가도록 함.
하지만 이러한 답변은 필자가 생각하는 창의성과는 거리가 있다. 즉, 봉을 걸치고 이동하는 것은 시간상 식인종에게 잡힐 것이다. 식인종과 싸우거나 대화하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마지막 답변은 어느정도 창의적이지만 9바퀴를 회전하는 동안 어지러워서 모두 건너가기에는 무리일 것이다.
-출발: 9명이 5m 간격으로 50m 길이의 봉을 머리 위로 잡고 일렬로 속도를 맞춰 달려감.
-통과 중: 계곡 10m 구간에서는 앞사람 2명이 공중에 뜬 상태로 반대편으로 건너감. 이 때 뒤의 7명이 앞 2명의 무게를 지탱해 주므로 문제 없음.
-도착: 첫 번째 사람이 반대편에 도착한 후에는 양쪽에서 각각 지지하는 동안 전체가 연속적으로 통과할 수 있음.
필자가 생각하는 정답은 다음과 같다. 중요한 포인트는 달려오는 식인종을 피하기 위해서는 9명의 여행객도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부러지거나 휘어지지 않는 봉을 머리 위로 들고.

이러한 정답을 AI에게 제시했더니 퍼즐 해법으로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동의했다. 역시 아직까지는 관련 데이터가 없는 새롭고 창의적인 부분에서는 AI가 사람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보다 학생들은 AI에 의존하기보다는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더 키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시간이었다.
증여세 케이스 문제
택스워치에서 연재하고 있는 절세극장은 상속증여세나 양도소득세 등의 실제 불복 케이스를 재미있게 이야기로 소개한 것이다. 만약 AI에게 이러한 사례에서 앞부분의 사건 개요를 말해주고 과세의 타당성에 대한 질문을 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결과적으로 AI는 강점을 발휘하여 관련 사건을 잘 정리하고 쟁점 또한 명료하게 요약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사건에 관해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입장에서 주장을 정리하고 결과를 예측하기도 했다. 특히, 해당 사건과 유사한 판례를 찾아 제시하기도 하였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하지만 아직도 AI의 답변 중에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학생이 발표하면서 제시한 대법원 판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반드시 세법 규정, 판례나 예규는 학생이 직접 검토해 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배운 것이 소득이다.
마치며
이상 AI 회계세무 수업의 에피소드를 간단히 살펴보았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분할 시 의제배당'에 관해 필자가 겪은 AI와의 대화를 소개했다.
-프롬프트는 “비적격분할 시 의제배당으로 과세되는 금액은 어떻게 계산해?” 라고 질문 했다.
-AI는 비적격분할 시 의제배당을 계산할 때 분할신설법인으로부터 받은 분할대가 전체를 의제배당으로 본다는 주장을 했다.
-평소 알고 있던 의제배당 개념과는 차이가 있어 왜 분할 시 제출한 구주의 취득가액은 차감해주지 않느냐고 따졌다.
-AI는 과세관청은 전체 분할대가에 대해 의제배당으로 보는 '전액설' 입장이고, 학계는 '차액설'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대법원 판례, 예규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보니 전액설이니 차액설은 AI가 지어낸 논리이고, 판례나 예규 역시 모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AI 자신의 당초 입장을 계속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제시한 것이다.
-무려 19번의 프롬프트와 답변을 통해 AI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었다.
AI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문적인 AI 에이전트가 아닌 범용 AI는 회계나 세무 전문지식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 또한, AI는 질문자의 의도에 맞는 대답을 하기 위해 억지 논리를 펴는 경우도 있다. 프롬프트를 가능하면 자세히, 객관적으로 서술해야 AI 답변이 편향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과연 AI로부터 올바른 대답을 끌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회계나 세무를 처음 접하는 학생은 전문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별 고민 없이 무조건 AI에 의존할 위험이 상존한다.
한 학기 동안의 본 수업을 통한 결론은 간단하다.
"AI는 답을 주지만 절대 믿지 말라. 최종 판단은 인간의 몫이다." 자신의 기본지식이나 기준이 없이 AI에 무작정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욱 더 자기 실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졸업 후 회계 세무부서에서 비교적 단순한 업무부터 시작하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신입사원 때부터 부가가치 높은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5년 뒤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요즘 시대에는 AI나 휴머노이드 산업의 미래에 대해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동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Tax본부 파트너를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 시험 세법 출제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21년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