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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까지 세금으로…장특공제 폐지가 부를 조세의 역설

  • 2026.04.22(수) 16:12

[프리미엄 리포트] 박재영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은퇴를 맞이한 60대 A씨. 부부의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20년 넘게 살아온 정든 집을 팔고 평수를 줄여 이사(다운사이징)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발의된 세법 개정안 뉴스를 보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가 폐지되고 1인당 평생 공제 한도가 2억원으로 묶인다면, 수억원의 양도소득세를 꼼짝없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투기한 것도 아니고 한 집에서 오래 살았을 뿐인데, 집을 줄여 이사하면서 내야 하는 세금이 노후 자금보다 크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최근 장특공제를 폐지하고 세액공제 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두고 현장의 반발이 거세다. 조세 형평성이라는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왜 납세자들은 이토록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까?

1. 물가 상승 무시한 '명목소득 과세'의 함정

개정안 발의자들의 논리는 강남 등 상급지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막고 고가주택에 집중되는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장특공제의 본질적인 도입 취지를 간과한 것이다. 부동산을 10년, 20년 장기 보유하면 자산 가치의 상승뿐만 아니라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 상승분'이 양도차익에 고스란히 누적된다. 

장특공제는 이러한 장기간의 명목소득이 한꺼번에 실현될 때 과도한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결집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다. 

물가 상승률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평생 2억원'이라는 기계적인 한도를 씌우는 것은 사실상 화폐가치 하락분에까지 징벌적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2. 장기 거주자 보호하는 미국, 우리는 과세 표적?

외국의 부동산 세제 철학과 비교해 보면 이번 개정안의 아쉬움은 더욱 짙어진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세제를 운용할 때 '장기 거주자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주민발의안 13), 보유세를 부과할 때 현재의 치솟은 시가가 아닌 과거 '취득 당시의 가액'을 기준으로 삼아 세금 인상폭을 엄격히 제한한다. 

비록 거래 단계의 세부담체계는 우리와 다를지라도,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실거주자가 세금에 쫓겨나듯 집을 파는 일은 막아주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개정안은 투기 목적 없이 한곳에 오래 산 사람에게 오히려 더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지우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3. 거래 실종 부르는 '동결 효과(Lock-in)'

현장의 민심은 날카롭다. 관련 기사에는 "집 한 채 팔면 다른 주택을 매수할 수가 없는데 누가 집을 파느냐", "오래 살면 살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니 기가 찬다"는 한숨 섞인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조세 경제학에서 경계하는 전형적인 '동결 효과(Lock-in Effect)'를 예고한다. 

양도세 부담이 두려워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조차 집을 팔지 않고 쥐고 있게 되면, 시장의 매물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거래가 실종되고 희소해진 매물이 다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일괄 폐지' 대신 정교한 '핀셋 보완'이 필요하다

세제는 시장을 이기는 무기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이끄는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고가주택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 우려된다면, 50년간 유지된 제도를 하루아침에 폐지할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실거주 요건을 거주 기간별로 더욱 세분화하거나, A씨처럼 자녀를 출가시키고 주택을 다운사이징하는 고령의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과세이연제도'를 도입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보완책이 시급하다. 빈대를 잡으려다 은퇴 세대의 노후 생존 계획이라는 초가삼간마저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박재영 변호사는?
외부에서의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5급 민간경력채용으로 공직에 입문한 조세 실무 전문가다. 이후 국세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수석팀장 등 조세 행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민간 전문가의 감각과 과세관청 최전선의 세무조사 실무를 모두 섭렵한 독보적인 이력을 자랑한다.
현재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조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상속·증여세, 부동산 세제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조세불복 및 행정소송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세 법리와 과세 당국의 생리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납세자의 권익을 굳건히 방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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