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까요? 가지고 있을까요? 증여할까요?"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 종료를 앞두면서, 어떤 선택이 가장 유리한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도는 쉽지 않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주택은 허가 절차만 수개월이 걸리고,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물건은 조합원 지위 승계 여부까지 따져야 합니다. 물리적인 시간과 규제의 벽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매각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죠.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중과세가 본격 적용되면 세 부담은 급격히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다주택자들의 전략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매도 대신 증여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죠.
양도세 전문가로 알려진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 ‘더존TV’의 '택스 스터디카페'에서 "다주택자 양도는 9차 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안 세무사가 공개한 양도세와 사전증여, 상속세 등 한 가족의 삶을 설계하는 '토탈 택스 플랜'을 들어봤습니다.
"다주택자 양도는 9차 방정식…차라리 증여"
양도세의 복잡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면서, 다주택자들은 보다 단순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유리한 선택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해법이 바로 사전 증여입니다.
양도를 하면 세금을 내는 동시에 자산이 외부로 빠져나가지만, 증여는 자산을 가족 내부에 남기면서 세 부담을 분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증여는 상속세를 미리 나눠 내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장기임대주택 등록 등으로 양도세를 회피하는 방식이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사전 증여를 통해 상속까지 고려하는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자산가라면 어차피 상속세를 대비해야 한다"며 "양도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증여와 상속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증여·상속세 종합 플랜…가족을 설계하다
증여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수증자를 늘리는 것입니다. 자녀뿐 아니라 배우자, 사위·며느리, 손자녀까지 포함하면 과세표준이 분산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둘 있다면, 자녀 두 명에게만 80억원의 주택을 증여하는 것보다 사위나 며느리, 손주와 손녀까지 모두 증여 대상으로 하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이지만, 증여세는 수증자가 받은 만큼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위나 며느리를 수증자로 할 때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증여자 입장에서 사위나 며느리는 자녀와의 혼인관계가 깨지면 남이 되기 때문에 증여를 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공동소유자가 많을 때는 의사결정이 어려워집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죠. 누군가는 자산을 매각해서 현금을 가지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부동산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합의를 못하면 공유분할 청구 소송을 통해 자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일은 흔하게 벌어집니다.
안 세무사는 이런 일을 방지하고자 가족법인 설립을 제안합니다. 자녀를 대주주로 하고 사위나 며느리, 손자녀를 소액주주로 해서 의사결정을 자녀가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세 자녀가 있다면 첫째는 50%, 둘째와 셋째는 각각 25%로 지분을 주는 등 대주주를 정해야 나중에 분란이 생기지 않습니다. 사위나 며느리 같은 경우에는 이혼하면 증여를 해제한다는 부담부 증여를 하면 되는데요.
부담부 증여라고 하면 대개 채무와 자산을 같이 증여하는 것을 떠올리지만, 사실 부담부 증여는 매달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지급하거나, 매주 집으로 방문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도 걸 수 있습니다.
가족법인의 경우는 절세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개인 증여의 경우 10년 동안 증여한 자산이 합산돼 과세가 되지만, 법인은 1년 단위로 과세하기 때문에 세 부담이 낮습니다.
자산가들은 이미 이러한 방법을 통해 증여를 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최근 트렌드죠.
그런데 최근 연예인 1인 기획사 탈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가족법인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안 세무사는 "문제가 된 1인 기획사는 인적·물적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행위도 없었던 경우다.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다만 부동산 증여를 위한 가족법인은 부동산이라는 물적 시설이 있고, 가족금융 형태로 투자도 하는 등 실체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타이밍'…"살아있을 때 증여가 중요"
수증자를 최대한 늘려 세 부담을 낮추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증여 타이밍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고려해 미리 증여하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자녀 간 갈등을 줄이고 가족의 화목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아들·딸들은 착해서 아버지 말에 반기를 든 적이 없어요. 내가 하자는 대로 할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 세무사는 "재산이 100억원이 넘으면 상속인 간에 무조건 분쟁이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딸들이 유류분 청구를 통해 가족 간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는 많이 봤다는데요.
안 세무사는 "사람의 마음에는 기본적으로 욕심이 있고, 부모가 특정 자녀를 편애했다고 느끼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어릴 때의 복잡한 감정까지 상속 과정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부모의 자산은 각각 성격이 다르고 자녀들의 생각도 다르다.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상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번 증여할 때는 자산의 10% 수준이 적절하다고 조언합니다. 자산이 50억원이라면 5억원, 100억원이라면 10억원을 증여하는 방식입니다.
손자녀의 경우에도 증여세 비과세 한도인 2000만원만 증여하기보다,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더라도 자산의 일정 비율을 미리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합니다.
나머지 자산은 가족법인을 통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투자수익은 주주들에게 배분되기 때문에 자산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자녀들이 가족법인을 통해 상장지수펀드(ETF), 달러, 금 등에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입니다. 이는 10~20년 후 자녀의 자산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재산을 미리 모두 넘겼다가 자녀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실제로 회사를 물려준 이후 자녀가 "아버지, 이제 회사에 나오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안전장치로 안 세무사는 재산의 50% 이상은 증여하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증여 재산이 50%를 넘어가는 순간, 자산뿐 아니라 영향력의 균형도 함께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안 세무사는 "재산이 20억~30억원 수준이라면 상속세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일부는 증여하고 약 15억원 정도는 본인의 노후자금으로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부담부 증여를 통해 자녀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조건이 붙은 증여가 오히려 가족 간 관계를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안수남 세무사는?
세무사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며, 국내 최대 규모의 세무법인 다솔을 이끌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증여플랜, 부동산 및 법인 컨설팅, 종중 및 토지보상 등에도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다솔세무TV에 다양한 절세 강연 영상도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