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가방이 쓰레기통이야? 오늘은 빈 병이 왜 2개나 나와?"
소영이의 학교 가방을 정리하다 말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과자 부스러기와 먹다 남은 젤리 봉지까지는 참았지만, 오늘은 묵직한 미에로화이바 빈 병이 두 개나 나왔기 때문이다.
버릴 데가 없었다고 변명하는 소영이의 말에 남편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거 가지고 간다고 편의점에서 돈 주는 줄 알았어? 소주병이나 맥주병을 들고 가야 돈을 주지"
그 말을 들은 소영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병을 가져가면 돈을 준다니, 소영이 입장에서는 처음 듣는 고급 정보였다.
"술병은 가져가면 왜 돈을 줘? 미에로화이바도 같은 유리병인데 그건 왜 돈을 안 줘?"
어른들에게는 너무 당연해서 의문조차 품지 않았던 재사용의 기준이, 아이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질문으로 돌아왔다.
"소주병이나 맥주병은 모양이 같아. 그래서 모아서 씻고 다시 쓰는 게 더 저렴해. 그런데 음료수병은 회사마다 모양이 다 달라. 이걸 하나하나 모아서 다시 쓰려면 새로 만드는 것보다 돈이 더 들어"
나는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
"엄마, 이상해. 유치원에서도, 학교에서도 지구를 보호하라고 배웠는데 돈이 더 든다고 재활용을 안 하는 거야?"
소영이의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소영이가 잔디에 있는 꽃을 꺾으려고 할 때면 꽃이 아파해서 안 된다고 하고, 말랑이나 슬라임 같은 장난감을 사면 "지구가 아파한다"며 잔소리를 했는데, 정작 나는 경제 논리를 기준으로 재사용을 설명하고 있었다.
소주병과 맥주병은 주로 식당에서 대량으로 소비된다. 수거가 쉽고, 다시 쓰는 것이 더 이익이 되기 때문에 정부는 보증금을 붙이고 기업은 회수 구조를 만들었다.
환경보호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이 구조는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반면, 음료수병은 사람들이 다양한 곳에서 소비한다. 수거하는 데 인건비와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재사용보다는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술병 보증금 제도는 자원의 재활용 그 자체보다 경제적 효율 위에서 선택된 결과다. 어른들은 지구를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그 기준은 언제나 같지 않다.
소영이의 눈에는 그 선택이 모순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 역시 선택적으로 재활용한다. 세척하기 번거로운 소스통은 물을 낭비하게 될 것 같다는 이유로 그냥 종량제봉투에 버린다. 재활용을 위해 더 많은 물을 쓰는 것이 과연 지구를 위한 일인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소영아, 지구를 보호하는 데 정답이 있는 건 아니야. 각자 알고 있는 방법 안에서 덜 낭비하는 선택을 하는 거지"
말을 하고 나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구를 위해 재활용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경제가 허락하는 만큼만 재활용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어른들이 그 답을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경제 이야기] 왜 술병만 재사용해요?
◎ 재활용과 분리배출은 뭐가 달라요?
우리가 집에서 하는 건 사실 재활용이 아니라 분리배출이에요.
분리배출은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을 나눠서 버리는 것이고 재활용은 모은 것을 다시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에요.
즉, 우리가 나눠 버린다고 해서 모두 다시 쓰이는 건 아니에요.
◎ 왜 어떤 병은 다시 쓰고, 어떤 건 버릴까요?
모으는 데 드는 비용과, 다시 쓸 때의 이익을 계산하기 때문이에요.
소주병과 맥주병은 모양이 같아서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씻어서 다시 쓰는 게 더 이득이에요.
하지만 음료수병은 모양이 모두 달라서 모으는 비용이 더 커요.
그래서 이득이 되는 것만 재사용돼요.
◎ 기회비용이 뭐예요?
어떤 선택을 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예요.
예를 들어 병을 깨끗이 씻으면 재활용이 잘 되지만, 그만큼 물과 시간이 더 들어요.
이때 우리는 재활용과 물·시간 절약 중에서 선택하게 돼요.
이렇게 하나를 선택하면서 포기하는 것, 그게 바로 기회비용이에요.
재활용과 재사용은 다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는 게 이득인 것부터 시작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