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탄산수 한 병에 얼마 주고 샀어?"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탄산수를 좋아해 늘 박스째 주문하지만, 정작 한 병 가격이 얼마였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글쎄? 엄마가 20병짜리 박스를 택배로 시켰는데,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 나. 그래도 택배로 사면 보통 더 싸게 살 수 있어"
그러자 소영이가 말했다.
"편의점에는 탄산수를 1+1으로 팔고 있던데? 앞으로는 편의점에서 사. 그게 훨씬 싸"
나는 웃음이 나왔다. '소영이가 아직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통 구조를 모르는 아이에게는 1+1이 가장 저렴해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흔히 1+1이라는 가격표를 본다. 겉으로 보면 정말 한 개 값에 두 개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결국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부분 그 편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1+1이 정말 저렴하다고 생각해? 편의점 1+1은 원래 가격을 조금 비싸게 매겨 놓고 1+1으로 파는 경우가 많아"
어른들은 경험으로 안다. 편의점의 1+1은 한 개 값에 두 개라기보다 1.5개 값에 두 개를 주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물건이 급하게 필요하지 않다면 온라인으로 주문한다. 택배를 기다릴 수만 있다면 그쪽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구매 경험이 거의 없는 초등학생에게는 편의점의 1+1이 가장 저렴한 선택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 그동안 편의점 사장님한테 속은 거야? 이제 1+1 안 살래!"
씩씩거리는 소영이를 달래며 말했다.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이면 당연히 더 싼 걸 사고 싶지. 그런데 비싸도 사야 하는 경우가 있어"
"왜?"
"물건이 급하게 필요할 때야"
나는 예를 하나 들었다.
"소영이가 열이 나서 해열제가 필요한데 밤이라 약국이 다 문을 닫았어. 그러면 편의점에서 사야겠지? 30분 거리에 문 연 약국이 있어도 한밤 중에 거기까지 가기는 힘들잖아"
이번에는 소영이가 좋아하는 아이브 앨범을 예로 들었다.
"서울에서는 아이브 앨범이 10만원인데 부산에서는 5만원이면 어떡할 거야? 그러면 부산 가서 사 올 거야?"
소영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격만 보면 부산이 훨씬 싸지. 그런데 부산까지 가려면 KTX도 타야 하고 시간도 걸려. 가면 배고플 테니까 밥도 먹어야겠지. 그렇게 따져 보면 서울에서 10만원에 사는 게 더 합리적일 수도 있어"
나는 덧붙였다.
"편의점도 비슷해. 가격이 조금 비싸도 집 근처에 있어서 편하게 살 수 있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이용하는 거야"
온라인 쇼핑이나 대형마트가 편의점보다 저렴한 이유도 설명해 줬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은 물건을 많이 팔아. 그래서 하나를 팔 때 이익을 조금만 남겨도 괜찮아. 대신 편의점은 그렇게 많이 팔지 못하니까 이익을 조금 더 남겨야 해. 그래야 월세도 내고 직원 급여도 주고 전기요금도 낼 수 있거든"
소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이에게 잘 설명해줬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해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스쳤다. 혹시 소영이가 '현지에 가면 뭐든지 싸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20대 때 친구와 포항에 놀러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바닷가에 가면 대게나 회가 저렴할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가격이 생각보다 비쌌다. 현지 물가를 잘 모르는 관광객에게는 가격이 다르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
요즘도 뉴스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 본다. 유명 관광지나 축제에서 음식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논란 말이다.
그래서 소영이에게 다시 말했다.
"그런데 현지에 갔다고 무조건 싼 건 아니야. 바닷가에 가면 회나 조개가 쌀 것 같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다 거기 가서 먹어. 그런데 손님이 많아지면 식당에서는 가격을 더 비싸게 받기도 해. 관광객들은 여행지에서 특별한 음식을 경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도 사 먹는 경우가 많아"
소영이는 조용히 생각하더니 물었다.
"엄마, 물건 가격은 대체 어떻게 정하는 거야?"
"물건 가격은 상황에 따라 달라져. 멀리 있는 마트에서는 아이스크림이 1000원이고, 학교 앞 문구점에서는 2000원일 수 있어. 그런데 네가 지금 당장 그걸 먹고 싶다면, 너한테는 2000원이 더 맞는 가격일 수도 있어"
소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떤 날에는 비싸게 느껴지고, 어떤 날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힘든 날에는 택시비가 아깝지 않다가도, 그렇지 않은 날에는 택시비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어린이도 이해하는 경제 이야기] 같은 물건인데 가격이 왜 다를까요?
● 수요
수요는 물건을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말해요. 사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올라갈 수 있어요.
● 공급
공급은 물건을 얼마나 많이 줄 수 있는지를 말해요. 물건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적으면 올라갈 수 있어요.
● 기회비용
기회비용은 하나를 선택하면서 포기하는 것을 말해요. 멀리 가서 싸게 사면 시간이나 돈을 더 써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러면 기회비용이 늘어나는 거겠죠.
● 유통비용
물건을 가져오려면 배나 차량 등의 교통수단이 필요하죠. 그래서 돈이 들어요.
물건을 파는 데에도 돈이 들어요. 매장을 빌리는 임대료, 전기요금, 직원 인건비가 들어가요.
● 접근성
접근성은 물건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살 수 있는지를 말해요.
편의점은 집이나 학교 가까이에 있어서 언제든지 바로 갈 수 있고, 늦은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어요.
이처럼 편하고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쌀 수 있어요.
또, 편의점은 물건을 많이 팔기보다 조금씩 판매하기 때문에 하나를 팔 때 더 많은 이익을 남겨야 해요.
그래야 가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소비
소비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서 사용하는 것을 말해요.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물건을 선택해요.
<한 줄 정리>
경제학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된다고 말해요.
가격은 사람들이 얼마나 사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물건을 팔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또,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어요.
※ 이런 일도 있었어요!
2016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마트·홈플러스·롯데쇼핑에 과징금 6200만원을 부과했어요.
1+1 할인행사를 하기 전에 상품 가격을 먼저 올려놓고, 할인하는 것처럼 판매했기 때문이에요.
롯데마트는 2600원이던 쌈장을 5200원으로 올린 뒤 1+1 행사라고 광고했어요. 이마트도 3000원짜리 주스를 50% 할인해 1500원에 판다고 했지만, 원래 가격이 1500원이었어요. 그래서 할인 행사라고 해도, 실제 가격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