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정 금액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라면 국세청 세무조사를 한 번쯤은 겪게 된다. 기업이 신고한 소득이 성실하게 신고·납부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5년을 주기로 실시되는 '정기 순환조사' 때문이다. 수입금액 2000억원을 넘긴 법인이 정기조사 타깃이 된다. 2021년에 정기조사를 받았던 기업은 올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매출 규모가 작은 기업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력 집중 우려가 있거나 장기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기업은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고, 탈세 제보 등을 계기로 비정기 세무조사가 시작되기도 한다.
세무조사를 많이 받는 기업은 어디일까. 국세청의 법인 수입금액 규모별 세무조사 통계를 분석해 보니, 조사 건수는 특정 매출 구간 기업에 집중돼 있었다. 세무조사가 개별 기업 상황에 따라 이뤄지더라도, 실제로는 일정 매출 구간 기업이 주요 조사 대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무조사 절반 이상, 중견기업 구간에 몰려
국세청이 2024년 실시한 법인 세무조사는 총 4861건이었다. 이 가운데 정기조사는 3113건, 비정기 조사는 1748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세무조사의 약 3분의 2는 정기조사로, 세무조사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순환조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매출 규모별로 보면 세무조사는 중견기업 구간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수입금액 100억~1000억원 이하 구간의 기업이 2777건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정기조사의 대상이 통상 2000억원 초과 법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조사 대상은 이 기준과 무관하게 더 넓은 기업군으로 확대돼 있다.
최근 5년(2020년~2024년)간 통계를 봐도 같은 흐름이 반복됐다. 수입금액 100억~1000억원 이하 기업이 매년 전체 세무조사의 절반 이상(53%~58%)을 차지하며 조사 건수가 가장 많았다. 소기업보다 크고, 대기업보다는 작은 '중간 허리' 기업이 세무조사의 주된 타깃이 된 셈이다.
정기조사 대상 선정은 국세기본법(81조6)에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건 순환조사지만, 일반적으로는 납세자의 '성실도'를 따져 조사 대상을 선정한다.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신고 내역과 세원 정보를 종합해 전산시스템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2024년 기준 법인사업자 정기조사 선정유형별 비율을 보면, 전산 성실도가 5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장기미조사는 25.4%, 순환조사는 22%였다.
'잘 버는' 기업이 세무조사의 주요 대상이 되는 구조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수입금액 1000억원 초과 기업의 조사 건수는 1175건으로 전체의 약 24%를 차지했다. 반면 10억~100억원 이하 기업은 732건, 10억원 이하 기업은 177건에 그쳤다.

'노력 세수' 1%라지만…늘어나는 추징세액

세무조사 대상은 주로 중견기업에 집중됐지만, 세무조사로 거둬진 세금인 이른바 '노력 세수'는 매출 규모가 큰 기업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수입금액 1000억원 초과 기업에서 부과된 세액은 3조461억원으로, 전체의 약 73% 수준이었다. 대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서울청에서 부과된 세액(2조1200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기에 중부청(5807억원)과 인천청(1484억원)을 더하면 수도권 비중은 약 94%에 달한다. 반면 조사 건수가 가장 많았던 100억~1000억원 이하 기업의 부과 세액은 8318억원으로, 약 20% 수준에 그쳤다.
눈에 띄는 부분은 공식 통계에서 광주청과 대구청이 합산돼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곳의 수입금액 10억원 이하 기업의 조사 건수는 21건, 부과 세액은 11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법인 수가 10개 미만인 경우 개별 과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일부 지방청 실적을 합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력 세수가 전체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세는 자진 신고납부제도를 채택하고 있어서다. 세무조사를 통해 거둬들인 세액은 4조1766억원으로, 2024년 국세청 전체 세수(328조3896억원)의 약 1.3%였다.
그러나 최근 세무조사로 부과된 세액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2020년 3조5337억원 수준이던 세무조사 부과 세액은 2023년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섰고, 2024년에는 4조1766억원까지 늘었다. 조사 건수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세액 규모가 커지면서, 징세 행정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세무조사 받는데 무려 50일…강도 세졌다
세무조사 기간은 늘어나는 추세다. 법인 세무조사 평균 조사일수는 2015년 30일~40일 수준에서 2024년 45일 안팎까지 늘었다. 세무조사 건수가 가장 많은 서울청만 떼어내 보면 이런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서울청의 평균 조사일수는 2015년 37.8일에서 2024년 49.3일로 늘어났다. 세무조사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무조사는 법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사업자까지 폭넓게 이뤄지고, 조사 세목도 부가가치세나 양도소득세 등으로 다양하다.
조사유형별 평균 조사일수(토요일·공휴일 포함)를 보면 이런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2024년 기준 부가가치세 조사의 평균 기간은 63.3일로 가장 길었고, 법인사업자 조사가 47.5일로 뒤를 이었다. 개인사업자와 양도소득세 조사는 각각 26.3일, 18.8일로 집계됐다.
부가가치세 조사 기간이 긴 데는, 탈세 목적으로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이른바 '자료상' 조사가 지목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가공거래는 수백에서 수천 개 사업자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거래 상대방과 금융거래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 조사 역시 기업규모가 크고 거래 구조가 복잡해, 개인사업자보다 조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