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무 플랫폼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공지능(AI)를 통한 간편 환급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했다면, 이제는 세무·회계법인이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전문가 주도형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모양새다.
세무 플랫폼 열풍의 시초는 '삼쩜삼'과 같은 IT 기반 환급 서비스였다. 복잡한 세금 신고를 앱 하나로 해결한다는 편리함에 배달 라이더 등 영세 사업자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만큼 부작용도 컸다.

가장 큰 문제는 무자격 세무대리 논란이었다. 한국세무사회는 플랫폼 업체들이 세무사 자격 없이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고 환급액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전문가를 거치지 않은 알고리즘 위주 세금 환급 과정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소득세 감면 대상이 아님에도 감면 대상으로 잘못 신고하거나, 전산오류로 신고 시기를 놓치는 등 납세자의 피해가 급증한 것이다.
당시 논란에 대해 한 세무전문가는 "AI 편의성을 추구하는 사업자들은 영세사업자인데, 전산오류로 신고 기한을 놓쳐 가산세를 물거나 사후 검증을 받는 것은 납세자 입장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불편"이라면서 "업체 입장에서도 건당 소액을 받고 하는 일인데 피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타격이 컸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납세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세무 플랫폼들의 대응이 미흡하자, 국세청은 지난 2024년 9월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과 토스(세이브잇), 널리소프트(SSEM), 지엔터프라이즈(비즈넵) 등 12명의 업계 관계자를 불러 12개의 개선사항을 요구했다.
요구사항은 ▲책임감 있는 민원응대 ▲근로소득만 있다면 청구기한 내 청구 ▲고용증대 세액공제 사후관리 ▲개인정보 이용동의 목적 등 명확하게 안내 ▲환급금 계산근거 요약화면 제공 ▲신고기간 중 대량 스크래핑으로 홈택스 과부하 문제 대책 마련 ▲인적공제 등 요건 확인 안내 ▲연금계좌세액공제 한도 계산 프로그램 오류 수정 ▲관련 증빙서류 제출 ▲미존재 서류 요청 금지 ▲사업장 제공자 과세자료 수입금액 확인 ▲과세정보 유출 보안 강화 등이다.
이후 널리소프트의 '쎔(SSEM)'은 서비스명을 '쌤157'로 바꾸고, 전산오류 상황에 대한 사과와 정확하고 안전한 신고를 하겠다는 약속을 사이트 첫 화면에 게시했다.
지엔터프라이즈의 '비즈넵' 역시 단순 환급보다는 전문가 케어 중심인 '비즈넵 환급'으로 개편하며 법적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업계 1위 삼쩜삼 역시 부가가치세 신고 서비스를 중단하고 단순 환급, 휴대폰 대여 등 생활경제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대폭 수정했다.

세무·회계법인에 세무사회까지 진입
기존 업체들이 법적 논란과 수익성 악화로 주춤하는 사이, 거스를 수 없는 AI 흐름을 탄 전문가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세무법인과 회계법인들은 자체 IT 법인을 꾸리거나, 개발자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AI 기술력을 확보해 직접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검토 기반의 전문성이다. 단순 알고리즘에 의존해 환급액만 부풀리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세무사나 회계사가 로직 설계에 참여하고 사후 검토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신승회계법인의 '리택스'는 세무회계 전문가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법인 및 자영업자 경정청구 시장을 공략하고, 선영회계법인의 '세이브택스 환급'도 삼정회계법인 및 감사원 출신의 공인회계사가 환급 과정을 직접 검토한다.
택스리서치(진형세무회계), 택스백(세무법인 프라이어), 택스비(택스비 세무그룹), 헤이택스(세무법인 넥스트) 역시 세무·회계사가 경정청구 전 과정에 개입해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한국세무사회도 직접 개발한 공식 플랫폼 '국민의세무사'를 지난해 출시했다. 다만 현재는 세금 신고·환급 원스톱 서비스는 불가능하고, 사용자 위치를 기반으로 인근 세무사를 추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세무 전문가는 "과거 플랫폼들이 자동 환급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세대교체 모델은 신고 이후의 책임까지 고려한다"며 "납세자들 역시 잘못된 신고에 따른 리스크를 경험하며 국세청이나 전문가의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찾게 됐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