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아파트를 어린이집으로 운영했습니다. 주방을 사무실로 바꾸고 유아용 시설을 설치하며 사실상 보육시설로만 사용했죠. 이후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서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했지만, 국세청은 해당 아파트가 여전히 주거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택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비과세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조심 2016전242).
# B씨는 도심 주택 외에 별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건물은 주말이나 휴가철에만 사용하는 휴양용 공간이었지만, 조세심판원은 상시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구조와 기능상 주거가 가능하다면 주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조심 2015서3528).
이들 사례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집은 과연 무엇인가. 누구에게 묻든, 집은 삶이라고 답할 겁니다.
그러나 세금의 세계에서 집은 다르게 정의됩니다.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는지보다, 언제든 주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집이 삶의 공간이 아니라, 세금 부담을 결정하는 자산으로 바뀌는 순간이죠. 실제 주택 수에 따라 세제상 우대와 불이익이 갈립니다.
집은 재산이면서 동시에 삶의 공간입니다. 문제는 이 두 성격이 충돌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은 여기서 더 나아갑니다. 집은 자산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삶의 기반이기 때문에 다른 기준으로 다뤄져야 하는 것인가.

세법은 집을 이렇게 보고 있다
세법에서 주택으로 구분하는 잣대는 실제 용도를 어떻게 사용했느냐입니다(소득세법 88조 7호, 정의). 건물 공부상의 용도 구분과 관계없이 사실상 주거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의 단서가 더 붙습니다. '언제든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면, 실제로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주택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국세청의 과세 논리나 조세심판원의 판단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추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습니다. 1주택자라 해도 세금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세가 늘고, 더 나은 환경으로 옮기려 해도 양도소득세 부담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사실 1세대 1주택자라면 양도세 부담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택을 처분할 당시 실제 거래가격이 12억원을 넘지 않으면 차익에 대해 비과세를, 이를 초과하더라도 장기보유특별공제로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습니다. ①1세대가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해야 합니다. 이때 소득세법상 1세대 범위도 살펴봐야 하죠. ②그다음은 주택 취득일부터 양도일까지 2년 이상 보유해야 하며 ③만약 주택을 취득한 곳이 조정대상지역이라면 2년을 거주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가족 구성이나 취득 시점, 지역에 따라 주택 수와 거주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기준은 수차례 개정되며 점점 복잡해졌고,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는 '양포세무사(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결국 삶의 공간을 옮기는 선택조차, 세금 앞에서는 투자 판단처럼 따져보게 되는 상황입니다.
종합부동산세가 드러낸 집의 두 얼굴
집을 자산으로 바라보는 세제의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게 종합부동산세(1세대 1주택자 12억원 공제, 초과분 과세)입니다.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한다'는 종부세법의 취지(제1조 법문)는 집을 삶의 공간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산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죠. 과거든 현재든, 부동산 정책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종부세의 출발점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2005년 11월, 한 납세자는 국세청으로부터 종부세를 그해 12월 15일까지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그가 내야 할 종부세액은 700만원이 넘었죠. 하지만 종부세를 납부하지 않고, 이듬해 5월에 "헌법에 위배된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이미 소득을 내고 형성된 자산에 다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논리였습니다.
종부세가 본격 시행된 2005년, 당시는 과세 기준을 둘러싼 논란부터 종부세 도입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시점이었습니다. 종부세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심판청구 사건은 수십 건에 달했고, 최근까지도 불복은 적지 않죠.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2024년 종부세 심판청구 접수 건수는 1271건으로 전체(6035건)의 약 21%를 차지했습니다.
납부 인원과 과세금액도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5년은 3만6000명이 총 392억원을 냈습니다. 그러나 2024년, 종부세 대상자는 무려 54만2895명으로 불어나 총 4조4629억원의 세금을 납부했습니다. 시행 첫해와 비교하면 과세 대상자는 약 15배, 세액은 110배 이상 차이를 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집은 과연 무엇인가. 투기 억제를 위해 설계된 세제가 실거주(1주택자)까지 포괄하게 되면서, 집은 점점 더 사는 공간이 아니라 국가가 조정하고 통제해야 할 자산으로 다뤄지게 됐습니다.
공공이 만든 가치, 어디까지 과세할 것인가
종부세와 같은 보유세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는 사회적 인프라나 시장 환경 등 공공이 만든 가치가 반영되는 만큼,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교육환경과 같은 공공 인프라는 주택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분석(교육환경과 이웃주민 구성으로 인한 주택가격 프리미엄)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고등학교의 서울대학교 진학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해당 학군 주택 가격이 1.5%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진학률을 10년간 유지했을 때는 주택값을 14% 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죠.
이런 점에서 집값 상승의 일부를 공공이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일정 부분 타당성을 갖습니다. 특히 다른 세목도 소득에 비례해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이 결정되고 있어, 비싼 부동산(아파트 등)을 보유한 사람이 능력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과세의 기준이 실현된 이익이 아닌, 보유 자산의 가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종부세로 보자면 부동산을 보유하는 동안 미실현 이익에 과세가 이뤄지는 만큼, 소득이 없거나 적은 보유자의 조세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납세의무자가 연금소득밖에 없는 고령 은퇴자이거나, 부채(주택담보대출 등)를 안고 있다면 조세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지겠죠.
이러한 고민은 최근 상속세 논의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상속세 공제 확대를 둘러싼 논의의 출발점도, 실거주 주택을 단순한 자산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집을 팔아 세금을 내는 것은 잔인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그만큼 주택에 대한 과세는 단순한 자산 과세를 넘어 삶의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집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다시 묻게 됩니다. 집은 자산인가, 삶의 공간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주택 세제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주요국에서는 주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가 사단법인 한국재정학회를 통해 진행한 '세법상 주택개념 정비방안' 연구용역 보고서(2023년)를 보면, 미국은 최소한의 생활시설 3종(취침시설·취사시설·화장실)이 있으면 주택으로 봅니다. 호주는 거주 목적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공간을, 일본은 실제 거주하는 가옥 중심으로 주택을 판단하죠.
눈여겨볼 부분은 이들 국가에서 주택의 범위를 넓게 보면서도, 세제 혜택은 실제로 거주하는 집에만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영국은 실제 거주한 기간만큼 세금을 면제, 호주는 실제 사는 집에 양도세를 전액 면제하고 있죠. 이는 주택을 투자자산이 아니라 삶의 기반으로 구분하려는 정책적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주택을 얼마나 넓게 정의하느냐보다, 어떤 주택을 삶의 기반으로 볼 것인가에 있습니다. "주차장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이냐"는 질문이 가업의 정의를 묻듯, 이제는 주택도 "삶의 공간이냐, 자산이냐"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