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활용한 이른바 '꼼수 가업승계'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가업승계 세제 자체를 탈세의 통로처럼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국세청은 2026년 1월 자산 규모가 큰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가업상속공제가 부동산 투기나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국세청은 이 제도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지속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임도 분명히 했고, 제도 활성화를 위한 안내 책자를 발간하는 한편 소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직접 가업승계 컨설팅을 하는 사업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제도를 제대로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가업승계 세제의 필요성은 실제 사례에서 드러납니다. 최근 청호나이스가 상속세 부담으로 매물로 나온 일은, 이런 상황이 어느 기업에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업승계는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일이 아닙니다. 기업의 역사와 일자리를 다음 세대로 넘기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가업승계와 관련해 많이 활용되는 제도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조세특례제한법의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입니다. 둘째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가업상속공제입니다.
증여세 과세특례는 부모가 살아 있을 때 자녀에게 주식이나 지분을 넘길 때 세금 부담을 줄여줍니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이 일어났을 때 재산 일부를 상속세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제도입니다.
두 제도 모두 10년 이상 계속 운영한 중소기업이나 일정 조건의 중견기업만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연평균 매출이 50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제외됩니다.
두 제도 중 어느 하나가 항상 더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후계자의 준비와 승계 일정에 따라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제도를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증여세 과세특례는 18세 이상 거주자인 자녀가 60세 이상 부모로부터 가업 주식 등을 증여받아 승계하는 경우 적용됩니다.
가업자산상당액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10억원을 공제한 뒤, 과세표준 120억원까지는 10%, 그 초과분은 20%의 특례세율을 적용합니다.
증여를 받으면 증여세 신고기한까지 가업에 종사해야 합니다. 또 증여 후 3년 이내에 대표이사가 되어야 하고, 5년간 여러 조건을 지켜야 합니다. 숫자만 보면 세금이 줄어드는 제도 같지만, 실제로는 살아 있을 때 경영 승계를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한편, 이렇게 증여한 법인의 주식은 증여 후 10년이 지난 뒤 상속이 개시되더라도 무조건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하여 정산됩니다.
따라서 증여세 과세특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여 피상속인 사망 시점에 가업상속공제까지 받아야 두 제도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 시점에 적용합니다. 가업의 요건을 갖춘 경우 가업상속 재산가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되,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에 따라 300억원, 400억원, 600억원의 한도가 적용됩니다.
상속인은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상속개시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하며,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취임하고 그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합니다. 상속 후에도 5년간 가업 종사, 지분 유지, 자산 처분 제한, 업종 유지, 고용 유지 등의 사후관리 요건을 지켜야 합니다.
가업상속공제는 단순한 세금 감면이 아닙니다. 사회적 책임도 함께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이 두 제도는 적용 범위를 꾸준히 확대하는 한편 요건과 사후관리를 합리화해 왔습니다. 그러나 가업승계 상담을 하다 보면, 오래전 책자나 세미나에서 접한 개정 전 내용을 그대로 믿고 세제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만납니다. 현행 제도에 대해 많이 오해하는 두 가지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반드시 1명이 전부를 승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업상속공제는 2016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속인 1인이 가업을 모두 승계받는 경우에만 적용하던 구조를 완화해 공동상속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역시 현행 법령과 시행령이 2인 이상이 주식을 증여받는 경우를 전제로 세액 계산 규정을 두고 있어 복수 승계 구조가 가능합니다.
가족의 역할이 분산된 현실을 반영해, 꼭 한 사람에게 모든 지분과 경영을 몰아주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이미 정비되어 있습니다.
둘째, 대표이사로 취임할 사람이 반드시 승계받은 본인일 필요는 없습니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수증자 또는 그 배우자가 증여세 신고기한까지 가업에 종사하고 증여일부터 3년 이내 대표이사에 취임하면 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가업상속공제도 상속인의 배우자가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인이 그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봅니다. 딸이 지분을 승계하고 사위가 대표이사를 맡거나, 아들이 승계하고 며느리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구조도 가능합니다.
현장에서는 아직도 "반드시 자녀 본인이 대표이사가 되어야 한다"는 오해가 남아 있지만, 현행 규정은 가족 내 역할 분담의 가능성을 더 넓게 열어 두고 있습니다.
최근 불거진 베이커리 카페 논란은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신호라기보다는,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편법을 보다 치밀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편법을 걸러내는 것과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은 상충하지 않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 승계에는 기회를 확대하고, 제도의 부적절한 활용은 엄격히 제한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접근이야말로 중소·중견기업의 지속적 성장과 안정적 가업승계를 위한 바람직한 세제 방향입니다.

☞ 이우용 회계사는?
빅4 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업무를 시작해 세무자문본부로 자리를 옮긴 뒤, 법인의 법인세 신고와 세무자문, 경정청구(세금 환급) 등 다양한 세무 실무를 수행했다. 8년차 회계사 시절 세무자문본부 매니저를 끝으로 PB 명가로 불리는 하나은행 컨설팅팀으로 이직해 2년 반 동안 근무했다. 이 기간 동안 자산 규모 500억원 이상 VIP 고객 200여명, 총 10조원이 넘는 자산을 대상으로 가업승계 컨설팅을 맡았다. 현재는 송정회계법인 서초지점(상속증여센터) 대표회계사로서 가업승계 컨설팅에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