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가 국내 경제 곳곳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보고서 작성이나 데이터 분석 등 전문 영역까지 AI의 손을 빌린다. AI가 등장할 때만 해도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먼 미래의 얘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서는 변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문직으로 꼽히는 세무사 시장을 들여다보자. 한 대형 세무법인 대표는 "AI를 활용하면서 보고서 작성에 드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업무 효율을 따지자면 기존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열 사람 일하던 몫을 한 사람이 해낸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신입 인력을 채용해 실무를 익히게 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가 그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한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제조업 숙련 노동자가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 이른바 '암묵지'를 AI 학습 데이터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인간의 경험과 기술마저 데이터로 옮겨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사람이 하던 일이 줄어들면 그만큼 과세 기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줄어드는 일자리와 소득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세 정의(과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측면에서 이른바 'AI세' 도입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이유다.
이미 간접 과세…왜 추가 과세 논의 나올까
불과 몇 년 전, 물리적 실체를 가진 기계를 전제로 한 '로봇세'도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등장한 바 있다. 당시에는 로봇 도입으로 이익을 얻은 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 다른 형태의 고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AI세는 딱 잘라 정의되지 않았지만, AI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인간 노동자가 내는 세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부과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상 AI(또는 로봇)세는 이미 간접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기업이 AI를 도입해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면, 그만큼 늘어난 이익에 대해 법인세가 매겨지기 때문이다. 직접 과세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세금은 걷히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추가적인 과세 논의가 나오는 걸까. 지금의 세금 구조는 개인의 근로소득과 기업의 인건비를 전제로 짜여 있다. 하지만 AI가 노동을 대체할수록 과세의 기반이 되는 사람의 소득은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과세 문제가 아닌 조세체계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기존 소득세 체계는 인간의 노동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라는 구분 역시 노동을 전제로 한다"며 "그러나 AI가 확산하면서 노동을 기반으로 한 소득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AI 확산은 과세 문제를 넘어 분배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노동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복지로 환원하는 기존 체계가 약화될 경우, 조세와 복지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이러한 조문이 세법에 새겨질지도 모른다.
제X조(과세 대상)
이 법에서 'AI 소득'이란 인공지능 시스템이 창출한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