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지난 9일 종료됐습니다. 2022년부터 이어 온 한시적 유예 조치가 끝나면 조정대상지역 집을 파는 다주택자는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요.
부동산 정책은 늘 어렵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대상지역, 장기보유특별공제 같은 말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와 무주택자도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연구원 출신인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빠숑은 "이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정책'이라기보다 '대책'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책이 장기적인 방향과 원칙이라면, 지금의 부동산 대책은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수요를 누르고 거래를 조절하는 응급 처치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가 보는 현 정부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다주택자가 여러 채를 계속 보유하기 어렵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나온 매물을 무주택자나 실수요 1주택자가 살 수 있게 하는 거죠.
다시 말해 "집을 사지 말라"는 게 아니라, "여러 채를 갖지 말고 한 채를 가져라"는 메시지라는 해석입니다.
다주택 규제 숨은 의미 '1주택 장려'
김 소장은 "규제를 한다는 것은 1주택은 무조건 좋다는 얘기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이유는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당장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다주택자 보유 매물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라는 얘긴데요. 그래서 다주택 규제가 강해질수록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내 집 한 채를 빨리 마련하라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럼에도 무주택자는 '어차피 강남은 못 산다'고 체념하죠. 김 소장은 처음부터 비싼 지역을 목표로 삼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강남이나 용산, 한남동 같은 고가 지역은 지금만 못 사는 것이 아니라 10년 전, 20년 전에도 처음 집을 사는 사람이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었다는 겁니다.
그 대신 경기도나 서울 외곽, 혹은 본인의 자금 여력에 맞는 지역에서라도 '팔릴 수 있는 집'을 먼저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집은 한 번 사서 평생 사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어리거나 생활 여건이 유연한 시기에는 몇 차례 갈아타기를 통해 조금씩 상급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서 김 소장이 강조한 기준은 오를 집보다 거래가 잘 되는 집을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김 소장은 "첫 집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원할 때 팔 수 있는 아파트라면 손실을 보더라도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싸게 샀더라도 팔리지 않는 집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원할 때 팔 수 있는, 거래가 잘 되는 아파트"라고 조언했습니다.
1주택자는 '지키기'보다는 '갈아타기'
1주택자의 고민은 조금 다릅니다. 이미 집은 있지만 이 집을 계속 가져가야 할지, 더 좋은 지역이나 더 좋은 상품으로 옮겨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요. 김 소장은 1주택자에게는 상급지로 갈아타기가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상급지란 꼭 강남만 뜻하지 않습니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더 역세권에 가깝거나, 더 큰 단지이거나, 학군이 나은 곳으로 옮기는 것도 상급지 갈아타기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1주택자는 다주택자에 비해 규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데요. 1세대 1주택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되고, 양도가액 12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은 초과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이죠.
물론 무리한 갈아타기는 위험합니다. 자녀 교육 시기, 대출 여력, 기존 주택 매도 가능성, 세금 부담을 함께 봐야 합니다. 김 소장도 자녀가 아직 초등학생 저학년일 때 적응에 크게 힘들지 않을 시기에 이사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다주택자, 감당 못할 집은 정리하라
다주택자에게는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가장 직접적인 문제입니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파는 다주택자는 중과세율과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라는 이중 부담을 다시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요. 취득할 때도 다주택자는 중과세 부담이 있고, 집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종합부동산세도 내야 합니다.
김 소장은 다주택자에게 "감당 못하는 것은 파는 것이 맞다"고 했습니다. 특히 단순히 집값 상승만 기대하고 여러 채를 보유하는 전략은, 앞으로는 세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이득이 크게 줄어듭니다.
하지만 일시적 2주택처럼 갈아타기 과정에서 주택 수가 겹치는 경우, 또는 자녀에게 물려줄 목적이 뚜렷한 경우에는 양도와 증여의 세부담을 비교해 전문가와 함께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김 소장은 회의적입니다. 세금은 수요를 일시적으로 누르고 거래를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시장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그는 고가 주택 시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김 소장은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대출 의존도가 낮다"면서 "대출 규제를 강화해도 현금이나 주식 매각 자금으로 사는 분들은 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유세를 올려도 집값이 수십억원 오를 것을 아는데, 수천만원의 세금 때문에 집을 팔겠느냐"는 것이죠.
이런 시각은 2000년대 이후 반복된 부동산 대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2005년 8·31대책, 2017년 8·2대책처럼 강한 규제는 대체로 시장이 이미 뜨거워진 뒤에 나왔는데요.
김 소장은 "규제 대책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오르고 있다는 뜻이고, 규제 자체가 가격을 곧바로 떨어뜨린 사례는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거래가 묶이면 실수요자와 자금력 있는 수요가 '똘똘한 한 채'로 몰리곤 했다는 겁니다.
결국 답은, 공급과 교통망 확대
김 소장이 말하는 근본적인 처방은 세금보다 공급입니다. 서울은 새 택지를 대규모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외에는 공급을 늘릴 방법이 제한적입니다. 여기에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려면, 수도권 주요 지역과 서울을 빠르게 잇는 교통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집을 많이 짓고, 서울과의 교통망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공급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정부는 당장 쓸 수 있는 세금과 대출 규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이 때문에 김 소장은 이를 정책보다 대책이라고 표현합니다. 장기적인 주거 안정의 해법은 공급과 교통에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다주택 수요를 누르고 보유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 소장이 무주택자에게 전한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첫 집을 빨리 사라"는 것입니다. 다만, 아무 집이나 사라는 뜻은 아닙니다. 본인의 소득과 대출 여력 안에서 감당 가능한 집, 필요할 때 팔 수 있는 집, 거래가 꾸준한 아파트부터 시작하라는 겁니다.
세금과 규제는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염두하는 사람이 지금 해야 할 고민은 '지금 내가 살 수 있고, 살 만하며, 나중에 팔 수 있는 집은 어디인지'입니다. 김 소장은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이 부동산 공부의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 소장(빠숑)은?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이자 스마트튜브 경제아카데미 대표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 이웃 18만명, 유튜브 '스마트튜브(스튜TV)' 구독자 24만명과 소통하며 부동산 투자를 안내하고 있다. 20여 년간 대한민국 부동산의 흐름을 데이터로 읽어온 대한민국 최고의 입지 전문가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 조사본부 팀장으로 일했고 국토교통부, LH공사 등 공공기관 및 국내 유수의 건설사들과 함께 1500여 건이 넘는 부동산 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안목을 쌓았다. 최근 집필한 '3040 부린이 처음 부동산 투자' 외에 '다시 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 등의 단독 저서 및 '머니 트렌드 2026' '당신만 몰랐던 부동산 투자' 등 공동 저서를 집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