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1세대 1주택자도 집에 실제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에 따라 세금 혜택이 달라진다. 정부가 주택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을 더 중요하게 보는 방향으로 부동산 세제를 손질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세제와 근로자 지방이전 지원, 가업상속 등 그동안 시장과 대중의 관심을 받아온 이슈가 두루 담겼다. 근무지를 지방으로 옮기는 근로자에 지원을 늘리고, 가업상속은 공제한도를 크게 확대하는 대신 오래 경영한 진짜 '가업'인지를 확실히 가린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눈여겨볼 내용을 부동산, 지방이전, 가업상속 등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집은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현재 1세대 1주택자는 주택을 보유한 기간과 거주한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80%를 공제받는다.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각각 연 4%씩 공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구조를 거주 중심으로 바꾼다. 2028년에는 거주기간에 연 6%, 보유기간에 연 2%를 적용하고, 2029년부터는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는 대신 거주기간에 연 8%를 적용한다. 최대 공제율은 그대로지만 집에 살지 않고 오래 갖고만 있었다면 혜택은 줄어든다.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사례로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양도가액 32억원인 주택을 10년 보유하고 2년 거주한 1주택자의 세액은 현행 기준 2억3600만원에서 2028년 3억2000만원, 2029년 4억500만원으로 늘어난다. 반대로 10년을 보유하면서 줄곧 거주했다면 최대 80% 공제를 유지한다.

종합부동산세도 실거주 여부를 따진다. 현재 12억원인 1세대 1주택자의 기본공제금액은 실제 거주하면 14억원으로 높이고, 거주하지 않으면 9억원으로 낮춘다. 집을 보유한 사실보다 주거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겠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거주 중심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주택 양도차익에 대한 공제 수준을 합리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양도세 공제 방식은 2027년 1년간은 시행을 유예하고, 2028년 중간단계를 거쳐 2029년부터 본격 적용한다.
지방으로 갈수록 세금 혜택 커진다
지방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소득세 혜택을 오랜 기간 받게 된다. 현재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지역과 관계없이 5년간 소득세의 90%를 감면받는다. 개편안은 수도권의 감면기간을 5년으로 유지하되, 비수도권에서는 지역에 따라 6년에서 최대 10년까지 늘린다.
이미 지방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청년도 남은 감면기간이 있다면 늘어난 혜택을 적용받는다. 지방 우대지역 중소기업에 2025년 3월 취업한 청년은 현행 제도에서는 5년간 감면을 받지만, 개편 후에는 10년까지 혜택을 이어갈 수 있다.

회사를 따라 지방으로 옮기는 근로자에게는 이주수당 비과세 혜택도 준다.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사업장을 옮기거나 지방에 새로 투자하고, 기존 근로자가 해당 사업장으로 근무지를 바꾸면 회사가 지급한 이주수당 중 월 20만원까지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지방 우대지역은 월 50만원까지다.
다만 회사 주소만 지방으로 바꿔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업이 실제로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신·증설하고, 근로자도 3년 안에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회사는 사내 공통 지급규정에 따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중소기업 취업자 감면 개편은 내년부터 적용한다. 정부는 지역을 더 세분화해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혜택을 키우는 방식으로 사람과 일자리의 지방 이동을 유도할 방침이다.
가업상속, 혜택 늘리고 '진짜 가업' 가린다
부모가 일군 회사를 자녀에게 물려줄 때 활용하는 가업상속공제는 지원 범위를 넓히되 대상 기업을 더 꼼꼼히 가린다.
정부는 가업을 단순히 일정 업종을 오래 운영한 기업이 아니라, 전문기술이나 경영상 노하우를 가진 기업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특허권과 산업기술, 숙련기술, 영업비밀 등을 보유했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프랜차이즈처럼 다른 사람에게 기술을 제공받거나 부동산 임대수입이 주된 기업은 제외한다.
공제 대상 업종은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를 기준으로 727개로 정비한다. 업종에 해당하더라도 모두 자동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별도 심사위원회가 기술과 노하우를 실제로 이어갈 만한 기업인지 심사한다.
공제한도는 현재 최대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높인다. 피상속인의 경영연수에 20억원을 곱해 한도를 계산한다. 45년 동안 회사를 경영했다면 현행 600억원 대신 9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공제 대상 문턱도 함께 높였다. 기업을 물려주는 사람의 경영기간은 현행 10년에서 원칙적으로 30년으로 늘리고, 상속 후 사업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 사업용 토지를 과도하게 보유해 공제액을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해 토지 공제 범위와 금액에도 한도를 둔다.
재경부는 "가업상속공제 취지에 부합하는 기업을 선별 지원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혜택은 크게 늘리되, 실제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넘기는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