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대형그룹을 사실상 지배하는 김 회장은 100억원을 출연해 한부모가족 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는 재단법인 한가족(이하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공익법인이자 같은 법 제48조 제8항(이하 '쟁점 규정') 등이 정한 규제 대상 공익법인이었다.
김 회장은 재단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실제로 재단의 이사 5명은 모두 학계와 시민단체의 추천을 통해 선임되었으며, 김 회장이나 그의 특수관계인은 이사로 재직하지 않았다.
한편 대형그룹 계열사에서 상근임원으로 근무하던 철수는 평소 공익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철수는 계열사에서 퇴직한 직후 다른 회사의 고액 연봉 제의를 마다하고 재단에 지원해 사무국장으로 취업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근무했다. 하지만 5년 뒤 철수는 건강 악화로 재단에서 퇴직했다. 철수가 재단에서 5년간 받은 급여는 모두 3억원이었다.
이후 재단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되었다. 과세관청은 철수가 대형그룹 계열사의 퇴직임원으로서 김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며 쟁점 규정을 근거로 재단에 가산세 3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재단은 가산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규정은 출연자나 그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을 사적으로 지배하거나 공익법인의 재산을 우회적인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김 회장 측은 재단을 전혀 지배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나아가 철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채용됐고, 실제로 재단에 충분한 근로를 제공하였으며, 지급된 급여 역시 과다하지 않은데, 철수의 급여 전액과 같은 금액의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공익법인에 대한 세제혜택과 사후관리
개인이 무상으로 재산을 받으면 원칙적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반면 주식회사와 같은 영리법인은 무상으로 재산을 받더라도 그 이익이 법인세 과세소득에 포함될 뿐 증여세를 부담하진 않는다. 비영리법인은 수익사업에서 생긴 소득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담하므로 무상으로 재산을 받더라도 법인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대신 상증세법은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정한다.
다만 비영리법인 중 종교·자선·학술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공익법인등'이 재산을 출연받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재산의 가액이 증여세 과세가액에 포함되지 않는다(상증세법 제48조 제1항 본문). 기부자가 세금 부담 없이 재산을 공익사업에 내놓을 수 있게 함으로써 민간의 기부와 공익활동을 장려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제혜택은 출연자나 그 가족의 사익을 위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위 사례에서 김 회장이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주식 30%를 자녀에게 직접 증여하려고 한다고 가정하여 보자. 자녀는 상당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김 회장이 그 주식을 자신이 설립한 공익법인에 출연하고, 가족이나 측근을 재단 이사로 선임해 재단을 사실상 지배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주식은 형식상 공익법인의 소유이지만, 재단이 주주총회에서 김 회장 일가의 뜻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면 김 회장 일가는 세금 부담 없이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 공익법인이 사실상 김 회장 일가의 우호지분을 보유하는 지주회사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익법인이 증여세 부담 없이 특정 회사의 주식을 출연받거나 보유할 수 있는 비율에 제한을 두고 있다.
출연자 등의 이사·임직원 취임 제한
공익법인이 출연자의 가족이나 계열회사 관계자를 임직원으로 채용해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거나, 재단의 건물·차량 등 재산을 무상 또는 낮은 대가로 사용하게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겉으로는 공익사업을 위한 지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출연자 일가에게 재산을 이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상증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자나 그 주변 사람들의 일자리 또는 사적인 지배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후관리장치도 두고 있다. 흔히 '출연자 등의 이사·임직원 취임 제한'이라고 부르는 제도이다.
적용 기준은 이사와 이사가 아닌 임직원 사이에 차이가 있다. 출연자와 그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 이사 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하여 이사가 되면, 그 초과 인원과 관련된 경비에 가산세가 부과된다(이사 현원이 5명 미만이면 5명으로 간주).
반면 이사를 제외한 임직원에게는 '5분의 1'이라는 인원 기준이 없다. 출연자의 특수관계인인 임직원이 단 한 명만 있어도 그 사람과 관련된 경비가 가산세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2두55583 판결).
재단은 가산세 부과 대상일까?
상증세법령은 개인이 임원의 임면이나 사업방침의 결정 등을 통해 경영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집단의 소속 기업과 그 임원을 그 개인의 특수관계인으로 정한다. 퇴직임원(사외이사는 제외)도 일정 기간 특수관계인에 포함된다. 일반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임원은 퇴직일부터 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임원은 퇴직일부터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철수는 출연자인 김 회장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인 대형그룹 계열사의 퇴직임원으로서 김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상증세법 시행령 제2조의2 제1항 제3호). 만약 철수가 재단의 이사로 선임되었다면, 전체 이사 5명 중 유일한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재단은 가산세 부과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철수는 임직원으로 근무하였으므로 재단에 철수 외에 다른 특수관계인인 임직원이 없더라도, 재단은 가산세를 납부해야 한다.
만약 철수가 사실상 이사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어떨까? 서울고등법원은 실제로 이사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더라도 상증세법 제48조 제8항에서 말하는 '이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철수가 실제로 근무했고 재단에 꼭 필요한 인력이었다는 사정도 가산세를 피할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서울고등법원 2025. 6. 27. 선고 2024누56728 판결).
가산세의 범위
가산세 부담은 상당히 크다. 일반적인 가산세처럼 지급액의 10%나 20%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이사나 임직원을 위하여 지출한 직접·간접경비 전액, 즉 100%를 가산세로 부과된다. 여기에는 급여뿐만 아니라 판공비, 비서실 운영경비, 차량유지비 등이 포함된다. 시행령이 별도로 정한 일부 전문인력(대표적으로 의료기관의 의사)과 관련된 경비에 대해서만 예외가 인정될 뿐이다.
재단은 철수에게 5년간 모두 3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철수에게 지급된 다른 경비가 없더라도 재단에는 무려 3억원의 가산세가 부과된다. 재단은 철수에게 급여 3억원을 지급한 데 더하여 같은 금액인 3억원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나아가 오래전에 지급한 급여라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가산세의 부과제척기간은 일반적인 조세채무와 달리 10년이기 때문이다(서울고등법원 2023. 6. 23. 선고 2022누71778 판결). 장기간 특수관계인을 고용한 공익법인이라면 과거 여러 사업연도에 지급한 급여와 관련 경비가 한꺼번에 문제 될 수 있다.
가산세 제도와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이 제도는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익법인의 의사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반 직원이 실제로 근로를 제공했는데도, 각 사업연도에 지급한 급여 등 관련 경비 전액에 상당하는 가산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사가 아닌 임직원은 특수관계인을 단 한 명만 고용해도 가산세 대상이 된다는 점도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최근 이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익법인이 출연자에 의해 사적으로 지배되거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경비 지출이 우회적인 증여 또는 상속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필요성이 크다고 보았다. 나아가 임직원을 이사보다 엄격하게 규제하는 데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임직원의 근로관계나 공익법인에 대한 실제 영향력은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특수관계인인 임직원은 그 인원수와 관계없이 가산세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26. 3. 26. 선고 2022헌바225·2023헌바230 병합 결정).
공익법인 임직원 채용, 사전 확인이 필요
공익법인의 특수관계인 가산세는 실제로 부당한 이익이 이전되었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져 부과되지 않는다. 출연자와의 특수관계와 이사·임직원이라는 지위 등 법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원칙적으로 가산세가 부과된다. 공익법인이 선의로 채용했고, 해당 임직원이 실제로 필요한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으며, 급여도 적정했다는 사정도 고려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공익법인은 이사나 임직원을 선임하기 전에 법률·세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가산세 부과대상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국세청의 '공익법인 특수관계인 해당 여부 사전상담제'를 이용할 수 있다. 채용 후 세무조사 단계에서 실제 근무 여부와 급여의 적정성을 설명하는 것보다, 채용 전에 특수관계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본 기고는 필자의 소속기관과 관련이 없음

☞허승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7기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 수원고등법원 등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으로 근무하는 등 15년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조세·공정거래·개인정보·기업 관련 소송과 자문을 맡고 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와 한국경쟁법학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