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때 쓸 돈을 미리 받은 건데, 세금이 이렇게 달라진다고요?

최 씨는 수도권에 위치한 교회를 오래 이끌어 온 목사입니다. 2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사역해오면서, 교인들 사이에서는 터줏대감 같은 존재였죠.
그런데 어느 날, 평화롭던 교회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주변 일대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오래된 건물들이 하나둘 철거 대상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설마 우리 교회까지'라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교회 부지도 개발사업에 포함됐습니다. 한 곳에서 수십년을 지켜온 예배당 역시 매각을 피할 수 없게 됐어요.
주일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던 공간은 철거를 앞둔 빈 건물이 됐고, 최 씨가 생활하던 사택도 비워야 할 때가 왔습니다.
교인들 사이에서도 최 목사의 거처에 대한 걱정이 이어졌는데요. 결국, 교회는 고민 끝에 오랜 기간 헌신해 온 최 씨를 위해 은퇴 후를 대비한 주거비를 미리 지원하자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 씨는 교회로부터 주거비 명목으로 4억원을 받았는데요. 그리고 이 돈으로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자금출처조사 후…
"교회로부터 받은 4억원에 대한 세금을 안 내셨네요"
"사택이 없어져서 갑작스럽게 미리 받은 퇴직금이에요"
몇 년 뒤 그는 세무서로부터 부동산 자금출처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1억원이 넘는 세금 고지서를 받아들게 됩니다.
최 씨는 생각지도 못한 세금뿐만 아니라 억대의 큰 금액에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곧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죠.
하지만 퇴직금으로 받은 돈에 대한 세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세금이 부과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박 씨는 곧바로 세무서를 찾아갔습니다.
세무서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자, 세무서 직원은 현재 최 목사가 퇴직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4억원을 퇴직금으로 볼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세무서는 최 목사가 받은 4억원을 종교인 기타소득으로 봤기 때문에, 억대의 종합소득세가 부과했습니다. 거기에 무신고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까지 붙어 세금 부담이 더 커졌죠.
#어마어마한 세금 차이
"퇴직소득으로 인정되면 세금이 1억 넘게 줄어듭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판단을 다시 받을 기회는 없나요?"
은퇴비를 미리 받은 거라 생각했던 최 목사는, 세무대리인을 찾아 교회에서 받은 자금을 퇴직금으로 볼 순 없는지 상담받았습니다.
세무대리인은 종교인 기타소득이 아닌,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으면 세금이 수천만원 정도로 확 줄어든다고 설명했어요. 같은 4억원이라도 어떤 소득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금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건데요.
기타소득은 다른 소득과 종합과세해 최대 40% 최고세율을 적용하지만, 퇴직소득은 다른 소득과 분리해 과세하고 근속연수를 반영해 세율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20년 이상 근무한 최 목사의 경우, 실효세율은 10~20%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 씨는 마지막으로 판단을 다시 받아보기로 했습니다. 세무대리인과 상의 끝에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한 겁니다. 은퇴를 대비해서 받은 돈인데, 단순히 보상금으로 보는 건 억울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국세청의 판단은
"교회 회의록을 보면, 은퇴비용을 급히 지급한다고 돼 있어요"
"만 58세로 현재도 재직하고 있어 퇴직금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최 씨는 교회 회의록과 자금 사용 내역 등을 제출하면서, 이 돈이 단순한 사례금이 아니라 사실상 퇴직을 전제로 한 지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퇴 시기를 앞두고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먼저 지급받은 돈이라는 점도 강조했죠.
하지만 국세청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국세청은 먼저 돈을 받은 시점을 짚었습니다. 최 씨가 4억원을 받을 당시 아직 은퇴하지 않았고, 현재도 만 58세로 계속 목사로 재직 중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퇴직소득이라고 하려면 실제 퇴직이 있어야 하는데, 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교회 내부 규정이나 지급 구조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은퇴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은 있었지만, 언제 얼마를 어떤 기준으로 지급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습니다. 퇴직 시점이나 금액 산정 방식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회의록에 남아 있는 표현도 판단에 반영됐는데요. '헌신에 대한 보상', '주거 지원' 같은 문구는 퇴직 이후 지급되는 급여라기보다, 현재 재직 중인 목사에게 지급한 지원금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본 겁니다.
국세청은 이런 상황을 종합해, 최 씨가 받은 돈을 퇴직으로 인한 소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세무서가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처분이 유지되면서 최 목사는 억대의 세금을 내야만 했습니다.
◆절세Tip
퇴직소득은 세 부담이 크게 낮아지는 대표적인 소득 유형이다. 하지만 세법은 퇴직을 전제로 한 지급이라는 요건이 명확해야만 퇴직소득으로 인정한다. 은퇴비·위로금·주거지원금 등 명목으로 지급하더라도 퇴직 시점, 지급 기준, 내부 규정이 불명확하면 기타소득으로 과세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