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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극장]부모님 병수발에 쓴 돈인데…사전증여의 함정

  • 2026.01.07(수) 07:00

병수발은 선택이 아니라 그냥 제 삶이었어요

서 씨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가족 중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 역할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주어졌을 뿐이라고 여겼죠.

젊은 시절부터 서 씨의 가족은 모두 병원이 일상이었습니다. 남동생은 오랜 기간 치료와 보호가 필요한 장애를 갖고 있었고, 부모님 역시 나이가 들수록 병원 출입이 잦아졌습니다. 병원비와 약값, 생활비를 챙기는 일은 대부분 서 씨 몫이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주말이면 병문안을 가고, 필요할 땐 휴직을 택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던 아버지의 삶은 길고 힘들었습니다. 그녀는 병원과 집을 오가며 간병과 돌봄을 이어갔고, 치료비와 생활비도 대신 부담했습니다. 요양과 치료가 반복되던 시간 동안, 누가 얼마를 썼는지를 따질 여유는 없었어요. 가족 중 유일하게 서 씨만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서 씨에게는 오래된 아파트 한 채와 아버지가 모아둔 약간의 재산이 남았습니다. 상속세 신고가 필요하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장례를 치르고 동생을 돌봐야 했죠.

# 정산이라고 믿었던 돈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으셨네요. 사전증여한 금액도 있습니다"
"그 돈으로 제가 이익을 본 적은 없습니다. 훨씬 많은 비용을 가족을 위해 썼어요"

상속세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무조사가 시작됐고, 아파트의 가격이 가장 먼저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국세청은 같은 단지에서 상속 시점 전후로 거래된 아파트 한 건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단지 내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였죠.

서 씨는 단지 안에서도 위치와 층, 조망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데, 가장 비싸게 팔린 한 건으로 시가를 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어요. 공동주택가격이나 과거의 다른 거래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었죠. 단 한 건의 최고가 거래가 상속세 부담을 크게 키웠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같은 단지, 같은 면적, 공시가격 차이가 일정 범위 이내라면 그 거래가 단 한 건이라도 유사매매사례가액으로 시가를 인정할 수 있다고 대응했어요.

아파트보다 서 씨를 더 힘들게 한 건, 아버지가 생전에 건넨 돈이었습니다. 아버지 명의 계좌에서 수차례 수표가 인출돼 서 씨 계좌로 들어왔는데요. 그녀는 이 돈을 오랜 기간 대신 부담해 온 병원비와 생활비의 일부를 돌려받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국세청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아버지 계좌에서 서 씨의 계좌로 들어간 그 돈은 사전증여로 보고, 상속세 과세가액에 합산했고 증여세도 함께 부과했습니다. 

서 씨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를 돌본 대가가 증여라면 그동안 본인이 가족을 위해 쓴 돈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어요. 

# 객관적 기록이 없는 삶
"동생과 어머니, 아버지까지 모두 병을 앓았고 계속해서 병원을 다녀야했어요" 
"생활비나 치료비로 인정되려면, 카드 내역 같은 객관적인 증빙이 필요합니다"

서 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의견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길게 설명했습니다. 가족 각각의 병명, 치료 기간, 남은 가족의 상태, 그리고 자신이 먼저 지출한 수많은 비용들을 구체적으로 적었죠.

하지만 심판 과정에서 돌아온 답은 답답했습니다.

서 씨가 가족 돌봄을 이유로 먼저 지출했다는 사실이 카드 내역 등으로 확인되는 병원비 등 일부 비용만 인정됐고, 나머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은 세법 앞에서 힘을 얻지 못한 거죠.

서 씨는 상속인 중 장기간 보호와 치료가 필요한 장애 동생이 있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그 사정을 고려해 앞으로도 부양해야 할 동생의 인적공제를 상속세에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상속세를 기한 내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상속세를 신고하지 않으면 5억원 일괄공제만 가능하기 때문이었죠.

심판원은 결국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한 거래는 시가로 보고, 증빙 없는 자금은 증여로 본다는 원칙대로 아파트 시가나 사전증여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서 씨는 수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만 했습니다.

◆절세 Tip
상속인이나 동거가족 중 장애인이 있으면, 기대여명에 따라 수천만~수억원까지 상속세 과세표준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상속세를 법정 신고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기초공제·인적공제를 따로 계산하지 않고 일괄공제 5억원만 적용된다. 장애인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적용되는 공제가 아니기 때문에, 신고기한을 지키고 장애인 증명서 등 요건을 갖춰 신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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