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에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절차다. 이번 판결이 남긴 구조적 의미를 짚어본다.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24-1287) 및 Trump v. V.O.S. Selections(25-250) 사건에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가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두 사건은 병합 심리됐으며, 판결은 607 U.S. ___ (2026)으로 공표됐다(정식 페이지 번호는 추후 확정된다). 쉽게 말해 미 연방대법원은 IEEPA가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해석함으로써,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 행정명령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24-1287) 및 Trump v. V.O.S. Selections(25-250) 사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을 근거로 대규모 수입 관세를 부과한 것이 합법인지를 놓고 벌어진 헌법적·법률적 분쟁이다.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24-1287) 사건은 교육용 장난감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 제품을 판매하는 러닝리소스(Learning Resources)와 핸드투마인드(Hand2Mind) 같은 회사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이들은 새 관세 때문에 수입 비용이 폭증하고 생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Trump v. V.O.S. Selections(25-250) 사건은 V.O.S. Selections를 포함한 여러 소규모 기업과 12개 주가 제기한 소송이다. 두 사건은 별도 사건이었지만 대법원이 하나로 통합해 심리·판결했다.
표면적으로는 상호관세의 위법 여부를 다툰 사건이다. 그러나 판결의 핵심은 관세율 자체가 아니다. 대법원이 그은 선은 관세 수준이 아니라 권한의 경계다.
미 대통령은 IEEPA를 단독 근거로 전면적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됐다. 이 문장은 단순해 보이지만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관세가 오르느냐 내리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법률에 따라 어떤 절차로 관세를 정할 수 있는지가 다시 확인됐다는 점이다.
IEEPA는 원래 국가안보와 관련된 비상 상황에서 대통령이 해외 자산이나 국제거래를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든 경제제재 법이다. 관세를 정밀하게 설계하기 위해 제정된 통상법은 아니다. 이 점이 이번 판결의 출발점이 됐다.
예를 들어 같은 15% 관세라도, 비상권한에 근거한 것인지, 조사 절차를 거쳐 집행된 통상법에 따른 조치인지에 따라 기업의 대응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환급 가능성, 소송 전략, 계약 조정, 공급망 재편 시점이 모두 달라진다. 그래서 이번 판결은 숫자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관세율이 아니라, 권한·절차·집행 방식이 기업의 비용을 결정한다는 점이 다시 드러났다.
확정된 것과 확정되지 않은 것
이번 판결로 분명해진 것은 세 가지다.
첫째, IEEPA는 관세 부과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 IEEPA를 단독 근거로 한 전면적 관세 부과는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
셋째, 대통령의 비상경제권한은 의회가 명확히 위임한 범위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쉽게 말해, 관세라는 열쇠는 원칙적으로 의회가 쥐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반면, 확정되지 않은 것도 분명하다.
Trade Act §122, §301, 그리고 Trade Expansion Act §232에 대한 판단은 이번 판결의 대상이 아니었다. 향후 어떤 법률을 근거로 관세정책이 재구성될지는 판결문에 명시돼 있지 않다. 또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자체가 종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구분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업은 같은 세율을 두고도 전혀 다른 위험을 오판하게 된다. 판결은 관세정책의 방향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권한의 근거를 해석한 것이다. 정책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경로가 제한된 것이다.

§122는 국제수지 위기 대응을 위한 임시 수입부과금 조항이다. §301은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조사 기반 보복조치 조항이다. §232는 국가안보 판단에 따른 수입조정 권한이다.
이 세 조항은 앞으로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주요 통상 수단으로 모두 관세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권한 구조, 발동 요건, 절차 통제 강도, 지속성은 다르다.
§122는 단기적 완충 장치이고, §301과 §232는 구조적 제재 수단에 가깝다. 기업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차이다. §122는 단기 가격 조정 문제로 이어지고, §301·§232는 공급망 재설계 문제로 이어진다. 같은 세율이라도 법적 레일이 다르면 기업의 대응 전략도 달라진다.
대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막았나
1. 문언과 체계, 그리고 권한분립
다수의견은 세 단계로 논리를 전개했다.
첫째는 문언 해석이다. IEEPA는 "regulate importation(수입을 규제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규제가 곧바로 관세 부과를 포함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둘째는 법체계 해석이다. 미국 통상법에는 §301, §232, §122처럼 관세를 명시적으로 다루는 구체적 조항이 존재한다.
특정 권한이 별도의 조항에서 정밀하게 규정되어 있다면, 일반적 표현으로 이를 포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셋째는 권한분립 구조다. 관세 부과 권한은 헌법상 원칙적으로 의회에 속하며, 대통령의 권한은 의회의 위임 범위 안에서 행사된다. 중대한 경제적 효과를 갖는 조치를 행정부가 행사하려면 명확한 수권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쉽게 말해, 행정부가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려면 의회가 분명히 허락했는지가 먼저 확인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세 축이 결합되면서 대법원은 IEEPA만을 근거로 전면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즉, 비상권한의 문언을 확장 해석해 관세권까지 포함시키는 데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2. 규제는 관세를 포함하는가
반대의견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수입을 규제할 수 있다면, 그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아예 수입을 막는 조치까지 가능하다면, 그보다 약한 수단인 관세도 허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쟁점은 명확하다. 다수의견은 관세에는 명확한 위임이 필요하다고 본 반면, 반대의견은 규제 권한에 관세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지점이 바로 문언 해석과 권한 확장의 경계선이다.
중대 쟁점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은 어디까지 작동했는가
중대 쟁점 원칙은 거대한 경제·정치적 의미를 갖는 권한은 의회가 명확히 위임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상 해석 원칙이다. 성문법 규정이 아니라,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형성·발전된 해석 기준이다.
이번 판결에서 이 원칙은 언급되었으나, 결론을 직접 이끈 중심 논거라기보다는 해석을 보강하는 요소로 읽힌다.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면서도, 이 원칙의 적용 범위에 대해 별도의 견해를 보인 대법관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중대 쟁점 원칙의 전면적 확장으로 단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두고 "사법부가 행정부의 통상권을 전면적으로 제약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 판결은 권한의 범위를 해석했을 뿐, 통상정책의 방향 자체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

권한은 제한됐다: 그러나 정책의 레일은 남아 있다
관세율이 아니라, 권한·절차·집행 방식이 기업의 비용을 결정한다. 이번 판결은 관세를 전면적으로 폐지한 것이 아니다.
IEEPA라는 특정 법적 경로를 통한 관세 부과를 제한한 것이다. 권한의 경계는 분명해졌다. 이제 행정부는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다른 법률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행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통상정책 수단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선 기고에서 언급했듯이, 2025년 1월 24일 발의된 '미국 상호무역법안(H.R. 735)'은 현재 위원회 단계에 있다. 아직 법률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호관세 구상이 입법 문안으로 구조화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행정부 권한이 사법적으로 제한될수록, 의회 입법을 통한 권한 재설계 논의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행정부는 멈췄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IEEPA 이후 어떤 법률이 선택됐는지를 봐야 한다. 판결은 하나의 레일을 막았을 뿐이다. 다음 레일은 이미 준비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IEEPA에서 §122로 이동한 정책 레일의 구조와 시간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50일은 짧다. 기업은 숫자보다 절차를 봐야 한다.
관세는 숫자가 아니라 구조에서 움직인다. 구조를 읽는 기업만이 다음 전환에서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 기업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세율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선택될 법적 근거를 점검하는 것이다.

☞신민호 대표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외국환거래법과 검사 모르면 당한다』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