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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는 끝나지 않았다: 150일, 한국 기업의 시험대

  • 2026.03.09(월) 07:00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관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는 제동이 걸렸지만, 무역법 §122라는 새로운 임시 레일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최대 150일이다.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문제는 세율이 아니라, 다음 관세 체계가 어떤 법적 근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읽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관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관세의 법적 근거로 사용하는 해석은 제한됐지만, 무역법 §122라는 임시 레일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최대 150일이다.

이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관세율이 몇 퍼센트인가가 아니다. 누가 부담했고, 언제 적용되며, 다음 법적 근거는 무엇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를 정리하는 일이다. 150일은 유예기간이 아니다. 재정렬 기간이다.

환급과 정산 – DDP 거래에서 분쟁이 시작된다

IEEPA에 근거해 부과되던 관세의 집행이 종료되면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문제는 환급과 정산이다. 

그러나 환급은 자동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누가 청구권자인지, 누가 실제로 부담했는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미국 통관 체계에서 관세를 신고·납부하는 주체는 원칙적으로 통관신고상 수입자(Importer of Record)다. 법적으로 수입 신고를 한 자가 권리의 출발점이 된다.

다만 환급 여부는 일률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해당 수입 건이 세관에서 최종 확정 처리되었는지 여부(Liquidation), 그 확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Protest), 신고 내용을 사후에 정정할 수 있는 절차(Post Summary Correction, PSC)를 활용할 수 있는지 등에 따라 환급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인해 자동으로 전액 환급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출자가 물품의 운송·통관·관세 등 모든 비용과 책임을 부담하여, 수입국의 지정 장소까지 완전히 인도하는 DDP(Delivered Duty Paid) 거래다. 

계약상 관세를 한국 수출기업이 부담했더라도, 통관 서류상 수입자가 미국 측인 경우가 많다. 이때 환급금의 귀속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분쟁을 피하려면 네 가지가 명확해야 한다. 

첫째, 미국 세관에 제출한 수입 신고서(Entry Summary)를 기준으로 실제 납부한 관세 내역을 정리해야 한다. 

둘째, 인보이스와 인코텀스를 통해 비용과 위험 부담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계약서에 관세 부담과 환급 귀속을 어떻게 정했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넷째, 환급 발생 시 가격을 어떻게 조정할지 합의해 두어야 한다. 이 절차가 정리되지 않으면 환급은 이익이 아니라 회계·계약 리스크가 된다.

계약과 가격 - 150일은 기다림이 아니라 수정의 시간이다

무역법 §122는 최대 150일의 임시 조치다. 동일 근거로 150일을 초과해 지속하는 것은 법문상 제한돼 있으며, 이후 유지되려면 별도의 입법 조치나 다른 법률 근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조상 영구적 관세 체계는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계약과 가격 구조를 손보는 것이다.

관세 변동이 자동으로 가격에 반영되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발효일을 기준으로 선적·통관 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물건이 도착해 통관을 마칠 때까지 실제로 들어간 총비용(landed cost)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기존 무역확장법§232· 무역법§301 관세와 중복되는지 분석해야 한다. 예외 품목이 있다면 HS 코드가 정확한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기업의 비용은 단순히 세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발효일, 적용 범위, 예외 조건, 통관 요건 등 여러 요인이 실제 비용에 영향을 준다. 관세율보다 법적 권한, 절차, 집행 방식이 비용을 좌우한다.

150일 이후 - 레일이 바뀌면 어디서 깨지는가

무역법 §122는 구조적으로 임시다. 그 이후 정책이 어떤 법률을 근거로 재구성될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무역법(Trade Act of 1974) §301이나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 §232처럼 조사 기반 조항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통상법 체계상 열려 있다. 이는 자동 전환 구조가 아니라, 별도의 조사 개시와 행정 절차를 전제로 한다.

레일이 바뀌면 기업은 세 지점에서 취약해진다.

첫째는 원산지다. 공급망은 그대로 두고 원산지만 바꾸는 방식은 사후검증에 취약하다. 원재료 명세(BOM), 공정 흐름도, 협력사 증빙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둘째는 HS 분류다. 관세율이 달라지면 분류를 재해석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그러나 HS 코드 오분류는 사후 추징과 페널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는 가격 구조다. 관세와 계열사 간 거래가격(이전가격)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가격 결정 논리가 일관되게 설명되지 않으면 세무상 검증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위기는 숫자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구조에서 시작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업만 준비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환급 절차에 대한 표준 가이드가 필요하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 및 미국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되는 변경 사항을 신속히 공유하는 체계도 중요하다. 150일 이후 협상 전략에 대한 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과 이커머스 기업은 통관 대응 역량이 취약하다. 지원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

150일의 전략 - 구조를 읽는 기업만 비용을 통제한다

150일은 길지 않다. 그러나 준비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기업은 세 가지를 점검하면 된다. 

첫째,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둘째, 적용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셋째, 집행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다음 레일 전환에서도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 위기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구조를 이해하면 관리할 수 있다.

☞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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