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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딸에게 당한 '환차익'의 기술

  • 2026.03.03(화) 07:00

<엄마와 딸의 마음이 반짝이는 경제에세이> #8

"엄마, 내가 언제 100원이라고 했어? 100엔이라고 했지"

순간 뒷목을 잡았다. 가격이 순식간에 아홉 배 가까이 뛰었다. 순식간에 원(KRW)이 엔화(JPY)로 바뀌다니 딸에게 '환율 사기'를 당한 기분이 이런 걸까. 

사건의 발단은 나의 노화, 그리고 딸의 노동력이 맞물린 '흰 머리 뽑기' 계약이었다. 요즘 부쩍 늘어난 흰머리가 신경 쓰여 소영이에게 외주를 청했다.

"엄마, 나도 용돈이 필요하니까 흰머리 한 개에 500원은 받아야 해"

"그건 너무 비싸. 한 개에 100원으로 하자. 머리 상태부터 확인해봐. 돈 좀 벌 수 있겠니?"

고슴도치처럼 내 머리카락을 뒤적이던 소영이는 눈을 반짝였다.

"우와, 흰머리 진짜 많아. 이거 다 뽑으면 엄마 대머리 되겠어. 그래, 내가 인심썼다. 1개당 100에 해줄게"

매의 눈으로 흰머리를 쏙쏙 뽑아서 내 손에 올려주던 소영이는 잠시 멈칫하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흰머리 뽑다가 검은머리도 하나 뽑았어. 너무 붙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

"검은머리는 엄마의 소중한 자산인데 뽑으면 어떡해? 대머리 리스크가 커졌으니까 검은머리 1개당 200원 벌금이야"

소영이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게 어딨어?"라고 항변했지만, 내가 꿈쩍도 하지 않자 조용히 흰머리를 뽑았다.

오늘의 수확은 흰머리 여덟 개. 생각보다 열심히 작업한 딸아이에게 괜히 미안해진 나는 한발 물러섰다.

"벌금은 없던 일로 할게. 약속대로 800원 줄게."

그때 소영이가 당당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했다.

"엄마, 나 아까 한 개에 100엔이라고 했던 거 못 들었어?"

뽑힌 머리카락의 아픔보다 딸에게 당했다는 아픔이 뒤통수를 때렸다. 그제야 알았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단위였다는 걸. 100이라는 숫자는 같아도, 원과 엔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었다. 

얼마 전 일본 여행에서 소영이가 "엄마, 이건 우리 돈으로 얼마야?"라고 물었다. 나는 계산하기 쉽도록 "100엔은 우리 돈으로 1000원이야"라고 설명해줬다.(정확한 환율은 100엔당 930원 안이다.)

그때 소영이가 관심 있게 본 것은 매대에 있던 인형이 아니라, 돈의 가치 차이였던 것 같다.

협상에서 진 건 돈이 아니라 정보였다. 화폐 단위를 먼저 정한 쪽이 가격을 정한다는 걸, 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초등학생에게 환차익을 당했지만, 억울함만 호소하기에는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구두 계약은 증거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지갑을 열었다.

"이번에는 8000원 줄 테니까… 다음에는 달러로 계약하자고 하지 마"

[어린이를 위한 경제 이야기] 돈의 단위가 바뀌면 생기는 일

돈에는 숫자만 있는 게 아니라 이름이 있어요. 100원과 100엔은 숫자는 같아도, 값은 달라요.
이 차이를 환율이라고 해요.

외국 돈을 쓸 때는 어떤 돈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같은 물건도 더 비싸지거나, 더 싸질 수 있어요.

이렇게 돈의 값 차이로 생기는 이익을 환차익이라고 해요. 세상에는 힘이 센 돈도 있어요.
많은 나라가 믿고 쓰는 돈을 기축통화라고 해요. 대표적인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예요.
1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1448원(1월 27일 기준)이에요.

반대로, 나라가 돈을 너무 많이 만들면 돈의 힘이 약해져요.
사람들이 돈을 믿지 않게 되면 돈이 있어도 물건을 사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사람들은 힘 센 돈으로 바꾸려고 해요.
나라에는 돈을 너무 많이 만들지 않게 조절하는 곳이 있어요.
그곳을 중앙은행이라고 해요. 중앙은행이 돈의 양을 조절하면 물건 값, 즉 물가도 함께 움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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