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은 세법에 따라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지만, 모든 과세 판단이 명확하게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례를 법이 모두 포괄하기 어렵다 보니 해석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에 불복한 납세자는 '권리구제' 절차를 통해 다툼을 이어간다.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는 '필요적 전치주의'에 따라 행정심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현재 이 절차는 조세심판원 심판청구·국세청 심사청구·감사원 심사청구 등 세 갈래로 나뉘어 있지만, 사실상 선택지는 특정 기관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조세 불복 사건의 90% 이상이 심판원에서 처리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구제'를 원하는 납세자가 줄고 있다. 지난해 심사청구 처리 수는 최근 10년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감소 흐름은 뚜렷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불복 절차가 지나치게 분산돼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쟁점이라도 어떤 절차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세무대리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불복 절차를 준사법기관인 조세심판원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납세자 발길 줄며…'심사청구' 존재감 흔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납세자(개인 또는 기업)가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한 건수는 377건이었다. 1년 전(730건)과 비교해 약 48%나 줄었다.
이월된 사건까지 포함한 처리 대상 건수는 456건으로, 이 중 373건이 처리됐다. 처리 건수로 최근 5년(2021~2025년) 사이 400건대를 기록하지 못한 건 작년이 처음이다. 10년간으로 범위를 넓혀도, 2018년(369건)을 제외하고 가장 적었다.
국세청의 문을 두드리는 납세자가 줄어든 데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언급했듯 행정심 단계를 3개 기관이 담당하고 있는데, 국세청의 경우 내부 조직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하다.
심판원에서 작년 처리된 사건(4650건)의 8%밖에 안 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국세청이 갖고 있는 사후적 조세불복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실제 2018년, 국세청 심사청구 폐지 논란이 들끓은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가 세법개정 초안 작업을 하면서, 심사청구를 '임의적 전치주의'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했었다. 행정소송으로 가기 전 국세청 내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쉽게 말하면 심사청구를 폐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듬해 2월에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심판원의 심판청구만 필요적 전치제도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하며 국세청이 갖고 있는 조세 불복 제도의 기능이 없어지게 될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그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심사청구 '결정 절차(국세심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의결기구로 격상)'를 손보는 내용이 담기며, 제도 자체를 폐지하려고 했던 움직임은 잠시 멈췄다.
납세자 구제도 조세심판원이 앞섰다
국세청의 결정으로 억울한 세금을 구제받는 납세자의 수는 어떨까. 지난해 처리된 심사청구의 인용률(납세자 승소율)은 19.8%로, 1년 전에 비해 5.1%포인트 올랐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인용률이 과거보다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년(2016~2025년)간 인용률을 보면, 2017년 27.8%까지 올랐던 수치는 2020년까지 20%대를 유지하다가 2024년 14.7%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전반적으로는 10%대 후반 수준에 머무는 흐름이다.
모수인 처리 사건의 규모가 달라 통계적 착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심판원이 납세자의 요구를 더 받아들였다. 지난해 심판청구 인용률은 21.1%로, 심사청구에 비해 1.3%포인트 높았다.
국세청 내 또 다른 사후적 구제 절차인 '이의신청'을 통해 납세자 주장이 받아들여진 건수도 감소했다. 2024년 564건에서 지난해 467건으로 줄었다. 사전 권리구제 절차인 '과세 전 적부심사 청구' 채택률 역시 같은 기간 19.9%에서 17.0%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분산된 불복 절차가 납세자의 선택 부담을 키우고 결과의 일관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동일한 쟁점이라도 어느 기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문제는 줄여야 한다"며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역할 분담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국세청은 과세 전 단계의 사전 구제에, 심판원은 사후 구제에 각각 기능을 집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