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기업처럼 우리나라도 기업재단을 만들어,
재단을 통한 승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업승계 논의는 아직 세제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고세율이 50%에 달하는 높은 상속세 부담 탓에 기업들은 승계 과정에서 '세금'을 가장 큰 이슈로 꼽는다.
하지만 조병선 한국가족기업연구원장은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승계에 대해 "승계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제2의 창업이다. 2세 경영자가 창업주와는 다른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서 새로운 시대의 창업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오랫동안 기업승계를 연구해온 기업승계지도사로 국내에서 드물게 소유권·경영권 승계뿐 아니라 기업의 가치와 철학, 후계자의 경영 역량 강화, 가족 간 갈등 관리까지 종합 컨설팅하고 있다.
조 원장은 많은 기업을 컨설팅하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업승계 인식이 부정적인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껴왔다. 국민들이 기업승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배경에는 과거 일부 기업의 편법 승계 사례가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조 원장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처럼 공익재단 중심의 기업승계 모델을 국내에도 도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16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인 발렌베리 가문은 가족 개인이 기업의 지분을 들고 있는 구조가 아니라, 기업 재단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승계한다. 여러 공익재단이 투자회사 등을 통해 기업의 핵심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구조를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구조는 가족 간 갈등으로 인한 지분 분산이나 경영권 위협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공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기업의 이익이 사회에 환원된다는 신뢰를 형성하는 역할도 한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승계와 관련된 기업재단까지 논의하기는 어려운 단계지만, 기업승계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며 "기업재단의 경우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강조했다.
Q.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베이커리 카페나 주차장 등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가업상속 논의는 세액공제 등 세제지원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기업승계의 본질은 무엇인가.
기업승계를 세금 문제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기업이 계속 가려면 성장해야 하는데 상속이나 승계 과정에서 과도한 세금 부담이 있으면 자금여력이 없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와 성장을 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 보니 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세금을 내기 위해 주식도 매각해야 하고, 그러면 경영권도 흔들린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과세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세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기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상속세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기업승계의 본질은 세금이 아니다. 기업이 성장해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승계를 어떻게 준비하는냐가 핵심이다.
승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절세가 아니다. 기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단단한 토대를 만들어주고 승계를 제2의 창업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Q. 상속세를 인하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돈 있는 사람의 세금을 왜 깎아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또 상속세수를 복지재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 상속세를 낮추면 복지재원은 어디서 조달할 것이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 문제는 서로 다른 철학의 조화가 필요하다.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이유는 절세를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이 승계를 부의 대물림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기업승계를 왜 국가가 도와줘야 하느냐는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편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세금도 성실히 내면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기업들도 있기 때문에 모든 기업의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선진국도 이러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극복했다. 이제는 기업승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업이 오래 살아남으면 국가도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승계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기업승계가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제도적으로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다만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기업승계 요건을 정말 까다롭게 해서 기업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기업승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쉽게 바꿀 수 없다. 국가가 승계를 지원을 하면, 혜택을 받은 기업은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역할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기업이 본분을 다하면 국민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다.
Q. 저는 삼성의 상속세가 12조원이나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다른 기업이었으면 이미 회사를 매각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속세 재원으로 삼성이 투자를 했다면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드는데, 이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입장이신가.
이러한 관점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기업승계 시 세제혜택을 많이 준다. 기업이 계속 성장하고 사회적 역할을 잘할 때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이미 오랜 기간 생존해왔다.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기업의 체력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상속세를 감면해줘서 기업이 대를 이어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는 국가에 더 이득이 된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 근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을 따지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조세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승계 과정이 굉장히 힘들다. 가족 간 갈등과 분쟁이 있고 또 새로운 2세가 경영을 맡게 되면 회사가 성장하도록 투자도 해야하기 때문에 자금도 많이 필요하다. 여기에 세금까지 중과세하면 기업에게 더 많은 어려움을 주게 된다. 그래서 선진국은 상속세 부담을 줄인 것이다.
다만 선진국에서는 승계 과정에서 세제지원을 받았음에도, 경영권을 팔거나 회사를 매각하면 그때는 이익이 실현된다고 보고 양도소득세 형태로 세금을 받아낸다. 승계 시점의 상속세를 폐지하는 나라도 있다.
이것이 합리적이다. 실질적으로 승계 과정에서 이득을 본 사람은 없다. 회사나 지분을 매각해야만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이익 실현될 때 과세하는 것이 맞다. 이것이 바로 자본이득세의 개념인 것이다.
Q. 기업승계 지원이 왜 필요한지 이해했다. 그러나 왜 창업주의 자녀가 물려받아야 하느냐, 전문경영인이 더 낫지 않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일종의 세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 같다.
오너가 경영하면 책임을 질 수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과감한 투자도 할 수 있다. 기업가 정신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오너 일가 승계의 장점이다.
전문경영인은 경영을 잘하기도 하지만, 단점도 없지 않다. 가장 큰 단점은 책임있는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오너 경영자가 실패할 경우 자신의 사재로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지만, 전문경영인은 퇴직으로 책임이 한정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전문경영인은 단기적인 성과를 본다. 성과를 잘 내야 성과급과 보너스를 받기 때문에 단기 성과 중심으로 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오너의 자녀들이 경영할 역량만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오너 패밀리가 경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기업의 성과나 실적이 더 좋은 편이다.
문제는 오너의 자녀들도 준비가 잘 되지 않은 경우다. 기업가 정신이나 경영 역량이, 리더십도 부족한데 오너의 자녀라고 회사를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전문경영인과 오너 패밀리 중 누가 경영 역량을 갖추고 회사를 잘 성장시키느냐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전문경영인이 대기업 외에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대기업은 잘하는 임원 중 하나를 전문경영인으로 해도 되지만, 중견·중소기업에는 실력 있는 전문경영인이 잘 가려고 하지 않는다.
선진국도 전문경영인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부분 오너 패밀리가 주로 경영한다.
Q. 그렇다면 해외 장수기업들은 가족 중 한 명이 승계를 받아 경영을 하는 구조가 일반적인가.
100~200년 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 기업은 글로벌화 되어 있어 사업 구조가 복잡하고 사업 규모가 상당히 크다. 그래서 이런 기업은 경영자의 자격 기준을 먼저 정한다. 이 정도 되는 사람이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3개 국어를 구사해야 한다든지, 대학은 어디를 나와야 하고, 다른 기업에서 몇 년 이상 일해야 한다는 등의 엄격한 기준이 있다.
자녀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위임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독일이 그런 경향이 강하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과 같은 기업 중에서는 2세, 3세가 경영하는 비중과 장남이 경영을 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기업의 경쟁력을 더 생각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하고 선호하는 것은 오너의 자녀 중에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에게 회사의 경영을 맡기는 것이다. 이 편이 경쟁력 측면에서 훨씬 낫다. 다만 자격이 없는데도 경영 역량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단지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승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Q. 부모 입장에서는 내 자식이니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내 자식이 왜 나만큼 못할까 못마땅하기도 할 것이다. 자녀의 경영 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창업 세대는 회사를 키우기 위해 밑바닥부터 고생해서 가능하다면 창업세대는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다. 이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2세, 3세, 4세로 넘어가면 이런 욕구가 약해진다.
그러면 누가 더 경영을 잘할 거냐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승계를 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도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려는 욕구가 강하지만, 이제 2세, 3세, 4세까지 넘어가면 대물림 문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를 회사로 불러서 일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좋은 경영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내 자녀라도 경영을 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제대로 경영 교육을 시켜야 한다. 선정한 후계자가 경영 역량을 배양하고 리더십을 강화하도록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경영자 자격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없다.
일부 창업주는 자녀에게 "너는 경영전문대학원(MBA)까지 다녀왔는데도 왜 경영을 못하냐"라고 핀잔을 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일반적인 학교 교육과 경영자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Q. 원장님께서는 국내에서 드물게 종합적인 기업승계 컨설팅을 하고 계신다. 세금 문제와 오너 가족 간 갈등관리, 후계자의 교육까지 여러 전문가가 함께 컨설팅을 하는 것이 신선하다. 기업승계는 대개 세금 문제만 생각하는데, 이러한 종합 컨설팅이 어떤 의미가 있나.
제가 컨설팅 하는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기업들이 굉장히 반긴다. 국내에서 후계자 육성 컨설팅을 하는 전문가가 없다. 이러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창업주도 인식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금과 후계자 교육,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이양해야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업의 가치와 철학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치와 철학도 함께 승계해야 후계자가 제대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고 창업주도 안심하고 기업을 넘겨줄 수 있다. 이에 더해 창업주의 은퇴 계획까지 같이 세워야 한다.
경영권은 한 사람에게 넘기더라도 소유권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설계도 필요하다. 하나 더 고려해야 하는 것은 대표는 아니지만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싶고, 지분도 갖고 싶은 자녀가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창업주가 돌아가신 다음에 자녀들이 매일 싸운다. 이런 것까지 고려해서 종합적인 설계를 해야 하고 가족과 회사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 가족들은 회사 발전을 위해 어떻게 힘을 모아야 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승계 과정에서 기준과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가치와 철학이다. 그래야 경영자는 물론 가족들도 힘을 모아서 회사가 잘되도록 서로 도울 수 있다.
Q. 상상하기 어려운 종합 컨설팅이다. 원장님 한 분으로는 이러한 컨설팅이 힘드실 것 같은데, 어떤 전문가가 컨설팅에 참여하나.
저는 전체 승계 컨설팅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세금 문제는 최봉길 최&강 대표세무사가 전문가로 참여한다. 미국에서 가족기업 경영 전문으로 교수를 하는 분도 참여한다.
법률 문제는 대형 로펌의 전문 변호사가 참여해 검토를 했고,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 회계사가 참여했다. 여기에 더해 갈등 관리 전문가도 참여한다.
승계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이 심각하다.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가족 간 충분한 소통이다. 승계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소통을 해서 공통적인 의견을 찾아서 합의가 이뤄지면 갈등과 분쟁이 줄어든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가족회의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만 모여 회의를 하면 감정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전문가가 참여해서 회의를 이끌어주면 자연스럽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이 가족회의를 하기 전에 각 이해당사자를 따로 만난다. 부모들은 본인이 말하면 자녀들이 다 부모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생각을 듣고 거기서 공통된 의견을 찾아낸 상황에서 가족회의를 진행한다.
가치와 철학의 정립도 중요하다. 회사를 운영할 때 가족들이 무슨 역할을 하고, 무엇을 지켜나가야 할지, 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결할지 문서화한다. 이것이 가족헌장, 가족행동강령 또는 가족기업 정책이다.
이를 수립하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자녀 중 한 명이 돈이 필요해서 물려받은 주식을 판다고 했을 때, 외부 사람에게 매각하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가족기업 정책에 '주주 간 계약'을 넣어넣어, 가족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명시하는 것이다.
며느리나 사위도 문제다. 인척에게 회사 지분을 줄 것이냐 여부,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할 것인지 여부와 절차도 가족기업 정책에 정해놓는다.
Q. 승계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녀 간 다툼인데, 이 부분까지 컨설팅 하신다니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도 궁금한데, 어떻게 진행하시나.
기본적으로 경영자가 갖춰야 할 역량이나 소양에 관한 교육은 비슷하고, 기업별 업종이나 후계자에 맞는 맞춤 교육도 들어간다.
제가 컨설팅 하는 사례 중 하나인데, 한 후계자가 본인은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타인과 대화하면 진이 빠진다고 해서 스피킹 역량을 키우면 좋을 것 같아, 전문가를 초빙해 일대일 교육을 진행했다.
또 다른 후계자는 인공지능(AI)을 기업 경영에 반영해 성과를 높이고 싶다고 해서, 이를 교육 프로그램을 넣었다. 제가 아는 유명한 AI 전문가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일대일 교육은 안한다고 거절했지만 계속 부탁했다. AI 전문가가 후계자를 만나보고는 후계자의 의지에 감동받아, 기업 성장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마음이 바뀌었다. 그래서 일대일 교육을 진행했다.
저는 기업의 본질과 기업이 추구하려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후계자를 응원하고 지원한다.
기업의 경영자가 되면 바빠지고 의사결정을 어떻게 단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한다. 시간관리에 대한 니즈도 있기 때문에 이런 교육도 한다.
부모는 이런 것들을 자녀에게 가르치기 어렵다. 부모가 직접 자녀를 교육할 경우, 감정이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창업주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나 경영 역량이 후계자 세대에서는 다를 수도 있다.
이러한 승계 준비는 10년을 보고 차근차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의사결정이 늦었거나 시간이 없다면 최소 3년 정도는 승계 준비기간으로 잡아야 한다.
Q. 기업승계 종합 컨설팅이 들을 수록 놀라운데,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힘들게 개척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
승계란 경영권과 소유권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넘겨줄 것인가에 더해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엮어서 같이 넘겨줄 것이냐가 중요하다. 가족이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을 대를 이어서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준비하는 과정이 바로 승계의 정의다.
승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분쟁을 최소화해 기업이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돕는 것이 기업승계 컨설팅의 핵심이다.
제가 기업은행에서 경제연구소장도 하는 등 기업은행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기업인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의견이 승계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고 독일의 히든 챔피언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수백년 된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 오너 패밀리를 직접 만나고, 어떻게 좋은 기업으로 장수했는지도 파악하면서 이 분야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
미국 대학에 가서 연구도 하고 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한양대학교에서 MBA 과정에 패밀리 비즈니스 전공이 생기면서 기업승계 강의를 넣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강의할 사람이 없다더라.
저한테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이 왔는데, 저도 부담스러워서 사양을 했다. 하지만 끈질기게 부탁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강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2세들의 애환도 직접 들으면서 기업승계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아졌고, 숭실대학교에서 교수까지 하게 됐다.
Q. 원장님은 본인의 사업체가 없으신데도 기업승계에 전문적으로 뛰어들고 사명감이 투철하신데,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는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기업승계와도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 기업이 하는 재단이 잘 운영되도록 제도를 만들고 싶다. 기업이 돈을 잘 벌어서 재단에 출연도 많이 하고, 그 재단이 사회에 유익한 일을 많이 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공익재단이 활발한데, 이것이 기업의 인식 개선 사업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 많은 부를 모두 자녀에게만 넘겨줄 것이냐는 고민이 필요하다. 수십조, 수백조원이나 되는 돈은 자녀에게 넘겨주려고 돈을 버는 건 아니다. 그 돈을 자녀에게 넘겨준다고 해서 그걸 지속적으로 지켜나기도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재단을 만들어 거액을 투자한다. 재단이 계속 수익을 창출하면서 좋은 일에 쓴다. 그래야만 장수기업으로 갈 수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도 있고, 독일의 많은 기업들이 재단을 활용한다. 재단이 왜 중요하냐면 재단에서는 정관을 만들어서 지출을 어디에다가 쓴다는 원칙을 정한다. 공익성이 강한 것이다. 그러면 회사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국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재단에서 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느냐.
동시에 승계 과정에서 가족 간 분쟁으로 기업이 쪼개질 가능성도 줄어든다. 재단 중에서도 특히 기업 관련 재단의 경우, 가족주주가 사망할 때 회사 지분을 재단에다가 넘기는 것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여러 공익재단에 지분을 넘겨, 재단이 핵심 기업의 지분을 장기 보유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에는 다양한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므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반드시 실현하고 싶다.
승계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자, 제2의 창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세 경영자가 창업주와는 다른 새로운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서 새로운 시대의 창업을 하는 것이 바로 기업승계다.
☞조병선 원장은?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경제공법 전공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장과 숭실대학교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한국중견기업연구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가족기업연구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기업승계와 장수기업 연구에 힘쓰고 있다.
조 원장은 독일 히든챔피언과 장수기업 연구를 바탕으로 기업승계, 가족기업 경영, 후계자 육성 분야를 국내에 소개해온 전문가다. 소유권과 경영권의 단순 승계를 넘어, 기업의 가치와 철학·후계자 교육·가족 간 갈등관리까지 포함한 종합 기업승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