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이 20일 내놓은 개혁 방안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접촉'을 줄이는 데 있다. 공식적인 업무 장소를 제외한 외부 접촉을 금지하고, 조세심판원(또는 국세청) 출신인 전관 세무사와의 비공식 소통을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비상임심판관 무작위 배정까지 꺼내며, 그동안 제기돼 온 조세불복 사건의 공정성 논란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심판원에 따르면, 개혁안 과제는 크게 ▲청렴과 공정 ▲개방적 인사 운영 ▲효율과 혁신 ▲투명한 제도 구축 ▲비상임심판관제도 전면 개편 등 5개 분야(16개 과제)다. 심판원 관계자는 "사회 전반의 청렴·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관 스스로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선제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개혁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건 '비공식 접촉' 차단이다. 심판원은 앞으로 심판정과 심판당사자 면담실 등 지정된 공식 장소 외 다른 곳에서 업무 접촉을 금지하기로 했다. 심판원장, 상임심판관을 포함해 전 직원들은 사건처리 과정에서 외부인의 부적절한 접촉이나 청탁 시도를 받았다면, 이를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특히 선임된 대리인 외 타인과의 업무 관련 의사소통을 전면 금지했다. 이 대상에 전관도 들어간다. 사실상 조세불복 사건과 관련한 비공식 소통, 물밑 접촉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심판조정과 구성원은 외부인 접촉(전화 포함)을 전면 차단하고, 심판조정과 배치 예정자에 대해서는 서약서를 받고 일반 직원보다 강화된 책임 기준을 적용한다.
4급 이상 공무원만 재산 신고 의무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7급 이상 공무원까지 범위를 넓힌다. 사실상 심판원 전 직원이 규제 대상이 된다. 심판원은 재산 신고 대상 확대를 통해 7급 이상 직원까지 취업 심사 대상에 포함한다.
비상임심판관 완전 풀링제…전원 무작위 배정키로
비상임심판관 운영 방식도 확 바뀐다. 지금까지는 심판부별로 비상임심판관이 사실상 고정·운영되며 특정 사건이 어느 심판관에게 갈지 예측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비상임심판관 전원을 무작위 배정하는 '완전 풀(Pool)제'를 도입한다.
심판원 관계자는 "현 36명 수준의 비상임심판관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완전 풀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상임심판관 인사 절차(신규, 재위촉)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만든다. 평가 방식도 바뀐다. 심판원은 내부 직원 의견을 반영한 다면평가 체계를 도입해 비상임심판관의 현장 체감도와 협업도, 사건 심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또 국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다루는 '조세심판관합동회의'를 납세자 동의를 전제로 공개 원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AI가 심판 도와준다…대화형 서비스 도입 추진
심판원은 AI(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심판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9월부터 사건조사서 작성 업무에 AI를 활용한다. 납세자가 제출한 청구 이유서와 과세관청 답변서를 시스템에 업로드하면 AI가 핵심 쟁점을 분석하고 사건조사서 초안을 자동 작성하는 방식이다.
내년에는 국민이 직접 활용하는 AI 서비스도 도입된다. 납세자가 대화형 방식으로 사건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청구이유서를 자동 작성하고 유사 결정 사례까지 추천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일반 국민의 조세불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심판원은 또 민생과 직결된 소액사건을 별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올해 상반기 안에 180일을 초과한 소액 미결사건을 모두 처리하기로 했다. 또 1년 이상 장기 미결사건은 상반기 내 50% 이상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상길 심판원장은 "작년 개청 50주년을 계기로 지난 반세기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기 위한 개혁방안을 마련했다"며 "청렴·공정·투명·혁신의 가치를 기관 운영의 근간으로 다시 확립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심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