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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트럼프가 흔든 관세, 이제 기업 생존전략 됐다"

  • 2026.05.19(화) 07:49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의장

수출입 기업에게 관세는 오래전부터 중요한 세금이었다. 하지만 최근 관세의 의미는 달라졌다. 단순히 통관 과정에서 내는 세금이 아니라, 기업의 원가와 공급망, 해외 진출 전략을 좌우하는 변수가 됐다. 특히 트럼프발 관세 정책 이후 관세는 기업들이 반드시 챙겨야 할 경영 이슈로 거듭났다.

미국 백악관은 관세를 미국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계속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강화 방안도 이어지고 있다.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의장은 최근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은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관세 시장에는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변화가 기업을 힘들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관세의 중요성을 널리 알렸다는 의미다.

세인관세법인은 최근 관세법인 최초로 매출액 400억원을 넘기며 1위에 올랐다. 지난 2004년 직원 7명, 매출 8억원으로 출발한 회사가 20여 년 만에 관세업계 대표 법인으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박 의장에게 세인의 1등 비결, 인공지능(AI) 시대 관세사의 역할, 그리고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관세 전략을 물었다.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의장이 택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이대덕 기자]

-세인관세법인이 최근 관세법인 매출 순위에서 423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꾸준히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세인이 1위를 유지해온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전문성과 기본에 충실하고 조직의 안정성에 중점을 둔 운영이다. 관세 업무는 결국 사람이 수행하는 일이다. 때문에 내부 조직이 탄탄해야 서비스 품질과 고객 신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관세법인은 기업의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곳이다. 수입 원가, 거래 구조, 공급망, 품목 정보 등 외부에 공개되기 어려운 자료가 관세법인에 모인다. 이러한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방향성과 함께 뭉치는 결합력이 중요하다.

매출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어렵다. 세인은 업무를 수임할 때 단순히 매출 규모만 보지 않는다. 회사의 방향성과 맞는 일인지, 장기적으로 수임한 조직의 품질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한다. 매출 성장 못지않게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무엇보다 세인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도 안주하지 않았다. 한 방향을 바라보고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 지속적으로 달려온 점이 오늘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이번에 세인관세법인이 400억원대 매출을 처음 넘어섰다. 자회사인 세인티앤엘의 매출을 포함하면 700억이 훌쩍 넘는데,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세인이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200억원대 매출 구간에서 4년, 300억원대 구간에서 3년을 보냈고, 지난해 처음으로 400억원을 넘어섰다.  말씀처럼 세인티앤엘의 매출과 합친다면 700억원을 넘겼다.

매출이 증가한 이유로는 신규 고객사가 늘어난 것뿐 아니라 기존에 일부 업무만 맡기던 고객사 가운데 전체 업무를 세인에 맡기는 사례가 많아졌다. 더불어 기존 고객사의 수출입 업무량 자체가 많아진 것도 매출 증가 요인으로 보고 있다.

-관세업계에서는 매출 순위를 다른 전문 분야보다 특히 더욱 중요하게 보는 듯하다. 순위가 기업 고객 입찰이나 선정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건가.
  
기업 입장에서 관세법인의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관세법인 업무는 대부분 B2B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법인의 규모, 인력, 업무 역량, 업계 내 위치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 순위와 같은 객관적 자료는 기업이 관세법인을 선정할 때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된다. 관세법인들 사이에서도 막연한 소문이나 과장된 평가가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물론 매출 순위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관세법인들이 경쟁할 때는 서비스 품질, 전문성, 가격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다만 기업이 처음 관세법인을 검토할 때 매출 순위는 신뢰도를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의장은 꾸준한 매출 상승의 원동력으로 "안주하지 않는 마음가짐과 직원들의 결속력"이라고 말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2004년 창업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관세 시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세인이 출발하던 시기의 관세 시장은 물류와의 연관성이 매우 컸다. 당시에는 화주가 포워딩 회사에 업무를 맡기고, 포워딩 회사가 다시 관세사에게 통관 업무를 맡기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한 기업이 여러 관세사를 쓰는 경우가 많았고, 관세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웠다.

이후 사후관리와 사후심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단순 통관보다 관세 리스크를 전체적으로 관리할 필요를 느끼게 됐다. 그 과정에서 고객사가 관세사를 직접 선정하고 계약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세인은 바로 이 전환기에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에는 컨설팅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고, 회계법인과 법무법인도 관세 영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인은 '정통 관세법인'으로서 관세 전문성을 바탕으로 관세사의 위상을 유지하고 시장을 지켜내는 역할을 해왔다.

-업계 대표법인으로 커가는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해 외교부 협정문 부속서류를 검독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상업적으로 큰 수익이 나는 업무는 아니었다. 투입 인력에 비해 예산도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자료를 검토해보니 수정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오탈자와 오류뿐만 아니라, 일부 잘못된 문구는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FTA 협정문은 문장 하나, 표현 하나에 따라 기업의 관세 부담이나 적용 요건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작업을 마친 뒤 세인이 단순히 상업적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무역 현장에서 국익을 위해 역할을 했다는 보람을 느꼈다.

박 의장은 관세사로서 수행했던 가장 기억 남는 프로젝트로, 한·미 FTA 협정문 검독을 꼽았다. [사진: 이대덕 기자]

-최근 가장 큰 통상 이슈는 트럼프발 관세다. 기업들은 잦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전략을 짜면 좋을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여러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불확실성과 피로감을 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관세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관세의 중요성을 기업에 분명하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과거에는 관세 전략을 적극적으로 준비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가 적용받는 관세율에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제도가 자주 바뀌고, 해석과 적용 방식이 복잡해지면서 전략을 잘 세운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 사이에 세금 부담과 혜택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로 인해 이제 미국 내 관세제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관세율 절감, 사후 원산지검증에 대비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었다. 같은 물건을 미국으로 수출하더라도 품목분류와 원산지판정에 따라 관세율과 규제가 크게 달라진다.

2018년부터 부과하고 있는 Section 301 중국산 보복관세, 작년부터 부과하고 있는 Section 232 철강·알루미늄·구리 추가 관세, 자동차·자동차부품 추가관세 등이 HS코드(국제품목분류코드) 또는 원산지에 따라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가로 중요한 한 가지는 HS코드와 원산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한국이 아닌 수입국인 미국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이 무역장벽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HS코드와 원산지를 제대로 검토하면 오히려 관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이로 인해 경쟁업체 대비 원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결국 관세는 더 이상 통관 부서만의 업무가 아니다. 재무관리자와 CEO가 고려해야 할 리스크일뿐만 아니라, 구매·생산·물류 부서가 함께 설계해야 할 전략이다.

-베트남·일본·미국 등 해외로 진출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하는 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국가마다 관세 행정의 서비스 수준과 업무 관행이 다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는 우리가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기관 중 하나다. 실제로 CBP와는 질의, 유권해석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상당 부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 등 일부 국가는 규정 외의 관행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가 가장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

세인도 해외 진출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어설프게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 해당 국가에서 잘하는 전문가와 협력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현지에서 나온 결과를 한국 본사나 국내 전문가가 비교·분석하고, 전체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세관 공무원 이미지가 아직도 대중에게 남아 있다. 실제 관세 현장은 전과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과거의 이미지가 아직 남아있지만, 현재 관세 현장은 크게 달라졌다. 관세청은 전산화가 빠르게 진행된 기관 중 하나다. 제도 정비도 빠르게 이뤄졌고, 그에 맞춰 관세업계 업무 환경도 선진화됐다.

지금은 과거 영화에서 그려진 방식의 업무 처리는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의 관세 행정은 상당히 투명하고 체계적인 수준이다.

실제로 한 일본계 고객사의 아시아 매니저가 한국에서 관세청에 이의제기를 하고 문제를 다투는 과정을 보고 놀란 일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세관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정당한 환급 절차 등도 조심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한국 관세 행정 수준이 정말 높구나 생각했다.

박 의장은 "우리나라 관세행정은 다른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전산화가 잘 돼 있고 투명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AI와 자동화가 관세 업무에도 영향을 미칠 텐데, 세인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세인은 관세법인 가운데 정보기술(IT)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현재 IT 인력을 10명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관세법인이 이 정도 규모의 IT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관세업계가 AI로 전환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걸림돌이 있다. 기존에 사용해온 데이터베이스 구조가 오래됐고, 일부 애플리케이션 역시 최근 개발 환경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반 위에서 빅데이터와 AI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세인은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정리하고 자체 신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전 직원이 프로그램 개선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실제 업무에서 필요한 기능을 계속 반영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현재는 광학문자인식(OCR)을 활용해 인보이스를 인식하고, HS코드(국제품목분류코드)를 자동으로 도출하는 시스템까지 완성했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신고서 작성과 리스크 진단까지 가능하도록 고도화할 생각이다. 

-AI가 관세사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까.
  AI는 관세사를 대체하기보다 보조하는 수단으로 봐야 한다. 통관 업무의 일부는 자동화될 수 있다. 인보이스 인식, HS코드 추천, 반복적인 신고서 작성 등은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관세 업무의 핵심은 단순 입력이 아니다. 기업의 거래 구조를 이해하고, 원산지와 관세평가 이슈를 검토하면서 제도 변화에 따라 리스크를 판단하는 일이 중요하다. AI가 제시한 결과를 점검하고, 그다음 단계의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은 여전히 전문가의 몫이다.

AI 시대의 관세사는 더 깊고 전문화된 업무로 이동해야 한다. 반복 업무는 기술에 맡기고 사람은 해석과 판단,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바뀔 것이다.

박 의장은 "통관 업무 중 일부는 AI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그때 그때 제도 변화에 따른 리스크 전략 수립 등 고도화된 업무가 관세사의 주 영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이대덕 기자] 

-앞으로 관세법인과 관세사는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할까.
  앞으로의 경쟁력은 업무 품질에서 나온다. 과거에는 시장이 충분히 정비되기 전이라 개인의 역량이나 관계에 의존하는 방식이 가능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데이터, 시스템, 전문 인력, 투자 규모가 중요해졌다.

세인 역시 상당한 비용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관세법인이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개별 관세사의 경험뿐 아니라 조직적 역량과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물론 모든 관세법인이 같은 시장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 대기업처럼 전체 데이터와 일괄 관리가 중요한 고객이 있고, B2C나 해외직구 중심 기업처럼 신속성과 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 고객도 있다. 각 관세법인은 자신에게 맞는 시장을 찾고, 그 시장에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동시에 관세사들 사이의 동업자 정신도 필요하다. 시장 전체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 결국 각 법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급변하는 관세시장에서 앞으로 세인은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살아남을 것인가.
  세인은 관세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 인력, 데이터, IT 시스템, AI 기반 업무 자동화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

물류 분야에서는 기업에 꼭 필요하지만 시장에서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영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위험물 등 특수 물류 분야가 대표적이다. 인허가와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세인의 관세·물류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인의 1등 비결도 결국 전략에 있다. 관세를 단순 신고 업무로 보지 않고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이해해왔고, 그에 맞춰 조직과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앞으로도 관세법인의 역할은 단순 통관 대행을 넘어 기업의 무역 리스크와 비용 구조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이다.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의장. [사진: 이대덕 기자]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의장은?
박병호 세인관세법인 의장은 관세사자격시험 15회 출신으로 1998년 관세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세인관세법인과 세인티앤엘을 이끌며 수출입통관, 관세 컨설팅, 국제물류, 국내물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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