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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회계업계, 안전지대 아니다"…AI에 흔들리는 일자리

  • 2026.04.07(화) 07:00

국회예정처 보고서 "세무사·회계사, AI 고노출 직업"

세무사는 오랫동안 안정적인 전문직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자격증 하나로 시장에 진입해 독립할 수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보장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을 생성형 AI가 흔들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기장·신고·자료 정리와 같은 핵심 업무가 자동화되고 있다. 세무대리인들 사이에서도 "인력을 추가로 채용한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이하 예정처)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AI의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세무사(회계사 포함)는 '상당한 노출'을 가진 직업으로 분류됐다. 이는 AI가 해당 직무의 핵심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단순한 기술 보조를 넘어, 업무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세무사·회계사, 직업 자동화 위험 커질 수 있어"

국회 예산정책처가 올해 2월 발표한 '생성형 AI 고노출 직업 현황과 최근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6월 기준 국내 근로자의 51.8%가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저연차 청년 근로자는 정형화된 업무 비중이 높아 AI로 대체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예정처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의 직업별 노출 지수를 국내 직업에 적용해 '노출 수준(exposure)'을 산정했다. 노출도는 AI가 해당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정도를 수치화한 지표다.

이 기준에 따라 직업은 최고 노출, 상당한 노출, 중간 수준 노출, 저노출, 최저 노출, 비노출 등 6단계로 구분됐다.

분석 결과, 한국표준직업분류(소분류) 기준으로 회계·세무·감정 전문가는 '상당한 노출' 단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직군에는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이 포함된다. 노출도는 약 0.51로,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인간 개입 없이 완전 자동화가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세무사의 '일' 자체가 기술로 대체 가능한 영역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예정처도 상당한 노출 등급에 대해 "직업의 자동화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재직자의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계 사무원은 '최고 노출(직업의 자동화 위험 존재)' 등급을 받았다.

고용 감소 증거는 없지만…현장은 이미 달라졌다

생성형 AI가 AI 고노출 직업의 고용을 감소시켰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층의 경우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에서 챗GPT 출시 이후 고용 변화율이 다른 직업보다 1.2%포인트 높게 나타났고, 35~49세는 0.66%포인트, 50세 이상은 1.4%포인트 각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 시점에서 생성형 AI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예정처는 "생성형 AI의 빠른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불과 1~2년 후의 영향은 현재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강승윤 세무법인 센트릭 대표세무사는 "AI를 활용하면서 보고서 형식이나 구조를 만드는 데 들이던 시간을 크게 줄였고, 문서 작업 전반의 효율이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고용은 아직 유지되고 있지만, 업무 수요는 이미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근 세무법인 엑스퍼트 논현지점 대표세무사도 "기존에는 신입 인력을 채용해 실무 경험을 쌓고 성장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AI를 활용하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한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채용보다는 소수 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AI 변화가 시험 제도까지 흔들고 있다

지난해 말, 세무업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세청이 의뢰한 '세무사 자격시험제도 적정 모형 연구'다. 최근 세무 서비스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따라 보다 정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비공개지만, 인구수와 납세자 수 변화 등을 반영해 적정 인원을 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I 확산 등 환경변화를 고려해 시험과목 역시 기존 이론 중심에서 실무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결국 AI가 바꾸고 있는 것은 단순한 업무 방식이 아니라, 전문직 진입 구조 자체로도 볼 수 있다. 

보고서 발표 이후 국세청 산하 '세무사 자격심의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의견 교환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제도 개편은 추가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사 최소합격인원은 자격심의위에서 매년 결정되는데, 2019년 700명으로 확대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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