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쓰세요?
이 질문, 2~3년 전만 해도 참 많이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AI를 사용하는 세무사와 그렇지 않은 세무사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며 AI 활용이 필수라는 이야기가 세무업계의 화두였습니다.
현재는 어떨까요? 지금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세무사들은 웃을 것입니다. 이제 이 질문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AI는 이미 없어서는 안 될 업무 파트너가 됐습니다. 세무사들은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AI를 선택하고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개의 AI 도구를 동시에 활용하며, 업무 성격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세무사들의 최대 이슈입니다.
달라진 세무업계의 AI, 어떤 도구가 주목받고 있을까요?
"챗GPT냐, 클로드냐"…도구 선택이 곧 경쟁력
AI를 사용하기 시작한 세무사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도구에 의존하는 원툴 방식은 이미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택스워치가 소위 잘 나가는 세무사들에게 사용하는 AI 도구가 무엇인지 묻자, 대부분은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노트북LM, 젠스파크 등을 병행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활용했습니다.
대부분은 생성형 AI이자, AI의 원조격인 챗GPT를 이미 경험했습니다. 세무사들은 챗GPT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다른 AI 도구를 활용해 해결했습니다.
챗GPT는 세무조사 대응이나 논리 개발에 적극 활용하는데 좋긴 하지만,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으로 인해 답변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됩니다. 챗GPT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할 경우, 실제와 다른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숫자를 다루는 세무업계에서 이런 오류는 치명적입니다. 잘못된 판례나 근거가 곧바로 세무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무사들은 노트북LM을 통해 할루시네이션 문제를 보완하고 있었습니다.
노트북LM은 사용자가 업로드한 자료만을 기반으로 답을 생성하는 '폐쇄형 AI'로, 근거와 출처가 명확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세법 관련 서적이나 판례·예규 자료 등을 업로드하면, 해당 자료 내에서만 답을 도출하기 때문에 조문 왜곡이나 오류 가능성이 낮습니다.
다만 폐쇄형 구조이기 때문에 폭넓은 자료 탐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무사들은 제미나이를 함께 활용하고 있습니다. 구글 기반의 제미나이는 방대한 자료 검색에 강점을 보이며, 다른 AI의 보조 도구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입니다.
클로드는 세무사를 비롯해 변호사들도 많이 사용하는 AI 도구입니다. 의견서 작성 등 문서 작업과 세무조사 대응 과정에서 롤플레잉 방식으로 질문을 구성하고 대응 논리를 점검하는 데 활용됩니다. 일종의 모의 세무조사 기능입니다.
김철훈 누리세무그룹 대표세무사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젠스파크 AI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여러 AI의 답변을 동시에 비교해 교차 검증을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처럼 세무사들은 AI를 고객 상담 대응, PPT 작성, 자료 도식화, 이미지 생성, 블로그 작성, 답변 교차 검증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세무사라도 어떤 AI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AI는 업무 혁명…검증은 여전히 숙제"
"보고서 작성 시간이 2시간에서 10분으로 줄었어요"
"과거 5시간 걸리던 일을 이제 1시간만 하면 돼요"
"직원 5명이 하던 일을 2명이 처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무사들에게 AI는 그야말로 업무 혁명입니다. 세무업계 특성상 보고서나 의견서 작성 등 서면 작업 비중이 높았지만, AI 도입 이후 업무 효율이 최대 90%까지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면 작업에서 벗어난 세무사들은 남은 시간을 과세 대응 논리 개발이나 아이디어 발굴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여러 명이 모여 논의하던 대응 전략을 이제는 AI와 함께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세무사들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AI 활용을 통해 업무 효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인력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할루시네이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AI 답변을 그대로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교차 검증과 출처 확인은 필수입니다.
최근 세무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AI 의존도입니다. 수습세무사들이 AI 결과를 검증 없이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세무사는 "5년차 이상의 전문가가 AI를 활용할 때 효율이 더 높다. 경험이 부족한 경우 결과의 정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결국 AI는 시작과 끝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이 활용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중간 연차의 실무자에게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세무 전용 AI 시장 경쟁 본격화…세무업계, 선택은?
할루시네이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세무업계에서도 전용 AI 개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챗GPT·클로드·제미나이 등 범용 AI가 사고 확장과 문서 작성에 강점을 보인다면, 세무 전용 AI는 기장·세무조정·법령 데이터 등 실무 정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더존비즈온은 ONE AI를 통해 세무사들이 사용하는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인 위하고와 연동해 세무 신고와 세무조정 업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법 구조를 반영한 '노바(NOVA)' 기술을 적용한 세법도우미를 통해 근거 기반 답변 기능을 제공하고 있죠.
곽창환 세무법인 이우 세무사는 "챗GPT는 가끔 부정확한 정보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세법도우미는 근거를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다고 느낀다"며 “블로그 작성이나 참고자료 확인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토론 기능과 관련해 사용자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추가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세무사회도 플랫폼세무사회(AI 세무사)를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세무사랑(세무사회 운영 회계 프로그램)과의 연동을 통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고, 비교적 낮은 이용요금이 강점입니다.
다만 화면 구성과 사용 편의성, 활용 범위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삼일PwC가 선보인 세무 AI 에이전트 '택스 에이전트(Tax Agent)' 역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축적된 세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례와 예규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됩니다.
반면 논리 구성이나 대응 전략 수립 기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으며, 높은 이용요금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세무 전용 AI 시장은 더존비즈온이 기존 ERP 기반을 앞세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가운데, 삼일과 세무사회 등 후발 주자들이 각기 다른 강점을 내세워 경쟁을 확대하는 단계입니다.
한 세무사는 "세무사 입장에서는 모든 업무가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AI가 더 발전하면 세무사들도 자연스럽게 필요한 기능을 찾아서 쓰게 될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AI가 나온다면 세무사들은 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