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정답이라 믿어온 경제학의 공식이나 '저축이 우선', '가성비가 최고'와 같은 소비의 원칙들이 순간순간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죠.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딸에게는 앞으로 살아가며 돈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면 좋을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놓아도 되는지 작게나마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제 말이 정답일 리도 없고, 어쩌면 틀릴 때도 많을 것입니다. 부모란 누구나 시행착오 속에서 배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단 하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입니다.
제 삶이 실수투성이일지라도, 그 사이에서 나눈 대화의 한 조각이 아이 마음속에 작은 등불처럼 남는다면 그 자체로 값진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즌2에서는 그런 등불 같은 순간들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따뜻한 관심과 동행을 부탁드립니다.

소영이가 색종이로 만든 긴 손톱을 붙이고 눈을 부라리며 내게 다가오더니 얼굴을 쑥 들이밀며 양손을 불쑥 내민다.
"눈 왜 세모나게 떠? 왜 네모나게 떠?"
마음 속으로 '또 유튜브에서 이상한 거 보고 따라하네'라고 생각한 나는 피식 웃고 말았지만 그 다음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 나 학교에서 네일 장사 시작했어. 주문이 밀려들어서 오늘 이거 만들어야 하니까 숙제하라고 하지마"
오 마이 갓! 순간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쳤다.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포토카드나 물건을 거래하지 말라고 가정통신문이며 알림장을 동원해 매일 같이 경고하는데, 소영이가 장사를 한다니 담임선생님이 엄마를 호출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소영이는 내 마음 속의 소용돌이가 치는 것은 모른 채 웃으며 말했다.
"엄마, 나 돈은 안 받아. 대신 키링이랑 포토카드로 받아"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아니… 대체 왜 네일 장사를 시작한 건데?"
학교 수업시간에 무슨 일이?
사건의 발단은 학교 미술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영이가 학교 책상 서랍에 넣어놓은 미술 준비물이 사라지자, 소영이만 덩그러니 혼자 앉아있어야 했다. 소영이 말에 의하면 학교 책상 서랍은 뭐든지 없애는 '블랙홀'이란다.
심심했던 소영이는 가방에 넣어뒀던 종이테이프를 꺼내 긴 손톱을 만들어, 손가락에 붙이면서 혼자 놀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하던 미술 작품을 팽개치고 소영이에게 몰려들었다.
"나도 해줘"
순간 소영이는 직감했다. '이거, 인기 있겠는데?'
그리고 즉석에서 멤버십 제도를 만들었다. 1회 무료체험에 VIP로 가입하면 손가락 1개만, VVIP는 양손 모두 네일을 해주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그 즉시 가입자가 생겨났다. 카피바라 키링을 건넨 VVIP 고객은 이렇게 말했다.
"내일까지 만들어 줘"
나는 자랑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학교에서 있던 일을 말하는 소영이를 보며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사장님, 사업자등록은 하셨나요?"
하지만 나는 이 말을 꾹 참고 소영이가 혹시나 상처받을까 염려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영아, 장사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학교에서도 친구끼리 물건으로 거래하지 말라고 하잖아. 다만 네가 만든 걸 공짜로 주면 그건 괜찮아"
그러자 소영이가 물었다.
"엄마, 나는 내 색종이와 시간을 들여서 만들었어. 이걸 공짜로 준다는 건 내 노력에 대한 배신이야"
"그래. 엄마도 네가 한 노력에 대해선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친구들이 너한테 공짜로 달라는 것도 무례한 일이야. 그런데 네가 만든 네일과 키링의 가치가 동등하다고 생각해? 누군가는 그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 색종이 한 장과 필통 하나를 교환하는 건 불공정 거래지"
소영이는 다시 물었다. "그럼 포토카드 다섯 장에 1000원을 받는 건 괜찮아?"
나는 잠시 생각했다. "서로 괜찮다고 느끼면, 그건 비교적 건강한 거래일 수 있어"
그러자 소영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학교에서는 무조건 거래하지 말라고 해? 건강한 거래도 있잖아"
나는 구구절절 설명하면 잔소리가 될까봐 짧게 말하려고 애썼다.
"학교에서는 건강한 거래랑 불공정한 거래를 하나하나 가려내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야. 하나를 허용해주면 너도나도 다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상처받을 수도 있잖아"
소영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 그럼 규칙은 귀찮아서 있는 게 아니라 싸우지 말라고 있는 거구나"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정리했다.
"소영아, 장사하고 싶으면 친한 친구들끼리 돈은 받지 말고 서로 필요 없는 물건만 바꾸자. 대신 학교 말고 다른 데서 해보자. 나중에 진짜 장사를 하고 싶어지면 그때는 어른이 돼서 사업자등록을 하고 나서 하면 돼"
아이들은 경제를 배우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이게 공평한지, 이 거래를 하고 나서 누군가가 속상함을 느끼지 않는지 말이다.
어쩌면 누구나 행복한 경제의 본질은 비싸게 물건을 팔았다거나 혹은 저렴하게 물건을 샀다가 아니라, "이거, 괜찮은 거래야?"라고 묻는 순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이의 장사에서 만난 경제의 기본 규칙]
①장사를 하려면 왜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할까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만들어 주고, 그 대신 돈이나 물건을 받는 일이 '장사'입니다.
이 일을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하게 되면, 나라에 장사를 하고 있다고 신고해야 해요.
이걸 사업자등록이라고 합니다.
계속해서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할 때는 그만큼의 책임도 함께 져야 해요.
고객을 속여 불량품을 팔면 안 되잖아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으면 누가 판매자인지 알기 어렵고, 책임도 지기 어렵겠죠.
그래서 사업자등록이 필요한 거랍니다.
②돈이나 물건의 가치는 어디서 생길까요?
돈은 종이에 숫자가 써 있어서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이건 믿고 쓸 수 있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가치가 생기는 거예요.
아이들 사이에서도 비슷합니다.
키링이나 포토카드가 돈처럼 쓰일 때가 있는 이유는 모두가 좋아하고,
서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중요한 건 물건 그 자체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입니다.
③무엇이 건강한 거래일까요?
거래를 하고 나서 서로 웃을 수 있다면 그건 꽤 괜찮은 거래입니다.
하지만 거래가 끝난 뒤에 억울한 생각이 든다면 그건 불공정한 거래일 수 있어요.
나라에서는 불공정 거래를 하는 기업을 감시하고, 처벌해요. 이런 일을 하는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라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