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내가 VIP가 된 것 같아"
소영이가 줄을 길게 선 사람들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며 신이 났다. 나는 패스 티켓(기다리지 않고 놀이기구를 타는 티켓) 구매에 지갑이 텅 비어 가는 소리를 애써 외면한 채, 돈을 쓴 보람이 있다며 스스로를 달랬다.
6년 만에 큰 마음을 먹고 떠난 해외여행이었다. 놀이공원에서만큼은 아이가 지쳐서 짜증을 내고, 기다리다 하루를 다 써버리는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여름방학에 롯데월드를 찾았다가 두 시간을 기다려 놀이기구 하나를 탄 기억은 아직도 생생했다. 다리가 아프다고 휴대용 의자를 사고, 배가 고프다고 줄 서 있는 아이에게 간식을 사다 바쳤던 그날을 떠올리니 계산은 빨리 끝났다.
기다림 대신 돈을 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아이들이 가기만 하면 웃음꽃이 핀다는 일본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닌텐도 월드는 비수기에도 놀이기구 대기 시간이 기본 두세 시간이라고 했다. 심지어 닌텐도 월드 입장 자체도 패스권이 없으면 현장에서 경쟁해야 했다. 결국 패스 티켓인 익스프레스 패스를 샀다. 한 식구가 하루 놀기 위해 쓰는 돈은 백만 원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패스권이 사고 파는 건 놀이기구가 아니라 '기다리지 않을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소영이는 슈퍼마리오 모자와 폭탄 모양 팝콘통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팝콘은 주먹 두 개만 한 양이었고, 팔찌는 놀이기구도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 속 물음표 상자처럼 생긴 그 팔찌를 차고 상자를 쳐야만 정답 소리가 났다. 팔찌 없이 손으로 치면 '삐-' 하는 실패음이 울렸다.
마치 돈을 내야만 제대로 참여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게임 밖으로 밀려나는 기분이었다.
소영이는 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리다 말했다.
"엄마, 여기는 진짜 자본주의야. 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네. 밖에 나가면 쓸 수도 없는 팔찌인데 왜 이렇게 비싸?"
나는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엄마도 별로 필요 없어 보이지만, 네가 정말 사고 싶으면 사도 돼."
그러자 소영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안 살래. 익스프레스 패스 산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아. 놀이공원 투자자가 된 것처럼 대접받는 기분이야."
소영이는 이미 시간과 돈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내가 성인이 돼서야 깨달은 '진정한 부자는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이는 놀이공원에서 먼저 배웠다.
그래서 설명해줬다.
엄마가 패스권을 산 이유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라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휴가는 짧고, 여행의 시간은 한정돼 있다고. 시간이 많다면 줄을 서도 괜찮지만, 시간이 없으면 돈을 써서 기다림을 줄일 수밖에 없고, 시간과 돈은 그렇게 교환된다는 것을 말이다.
반찬가게 이야기도 꺼냈다. 집에서 만들면 더 저렴하지만, 엄마는 시간이 없어서 반찬을 산다고 했다. 게으름이 아니라, 엄마의 인건비를 반찬가게에 지불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영이는 단호했다. "엄마가 만든 건 맛이 없잖아. 사 먹는 게 나은 선택이야"
웃어야 할지, 마음이 쓰려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한 가지는 꼭 말해주고 싶었다. 이런 경험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엄마는 부자가 아니라서 매일 이렇게 살 수 없어. 평소에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여행을 가서 돈을 쓰는 거야. 소영이가 커서 돈보다 시간을 선택하려면, 네가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해."
"엄마, 나 이제 숙제해야 할 이유를 찾은 것 같아. 이제 앞으로 숙제 열심히 할게"
매일 아이와 숙제로 씨름을 하던 나는 이날의 여행이 참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숙제로 아이와 기싸움할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지만, 다음날 나는 다시 화내고 말았다.
"자본주의의 맛은 다 잊은 거야? 왜 또 숙제 안해?"
[어린이도 이해하는 경제 이야기] 놀이공원에서 배우는 자본주의
놀이공원에서 '패스 티켓'을 사면 줄을 오래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어요.
이때 우리는 돈과 시간을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경제 개념들이 있어요.
1. 기회비용
어떤 것을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해요.
패스 티켓을 사면 돈을 쓰지만, 기다릴 시간을 아낄 수 있어요.
2. 시간의 가치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사람마다 소중하게 느끼는 정도는 달라요.
3. 희소성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은 것은 더 값이 비싸져요. 놀이공원에서는 시간이 가장 부족한 자원이에요.
4. 가격 차별
같은 놀이기구라도 기다리는 사람과 돈을 내는 사람의 방법이 달라요.
놀이공원 패스 티켓은 돈이 많아서 사는 티켓이 아니라,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선택하는 티켓일 수도 있어요.
시간이 돈이라는 말, 모두 들어봤죠?
경제학과 생산성 분야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시간 비용과 돈의 비용을 비교해 보라고 설명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