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회계·세금의 이야기 ④
세금은 역사적으로 국가의 흥망성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국가가 멸망하거나 혁명이 일어난 이면에 반드시 세금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의 미래는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고 조세제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과거 조세의 역사를 돌아봄으로써 미래의 새로운 세금에 대한 혜안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번 시간에는 서양의 역사 중 고대근동 문명에 있어 세금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부족사회를 거쳐 국가가 탄생한 순간부터 본격적인 세금제도가 나타나게 된다. 전쟁, 치안, 치수, 대규모 토목 공사, 그리고 지배 질서 유지라는 국가의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재원이 필요했고, 고대 사회는 그 재원을 강제적 부담, 즉 조세로 충당했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 서양의 조세제도는 오늘날과 달리 사회적 합의에 따르기보다는 지배자의 권력 유지의 수단에 더 가까웠다는 것이다.
대체로 서양의 고대 문명은 지중해(그리스·로마) 중심이지만, 그보다 앞서는 '고대 근동' 문명(수메르·아카드·바빌로니아·히타이트·아시리아 등)이 서양 문명의 기반을 이룬다. 따라서 서양 고대 세금을 고대근동→그리스→헬레니즘→로마의 흐름으로 국가의 흥망과 어떤 연관을 이루었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고대 근동 문명의 세금 종류와 특징
'근동(Near East)'는 '극동(Far East)'에 대비되는 용어로 18세기 영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동쪽에 있는 가까운 아시아라는 뜻이다. 오늘날은 근동 대신에 '중동(Middle East)'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할 것이다. 하지만 고대문명을 언급할 경우에는 중동보다는 '고대근동(Ancient Near East)'라는 용어를 많이 쓴다고 한다.
고대근동 지역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을 중심으로 한 메소포타미아(현재 이라크·시리아 일부) 지역은 물론 고대 이집트·아나톨리아(현재 튀르키예 지역), 고대 페르시아(현재 이란)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고대근동 문명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세금이 제도화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즉, 수메르(기원전 3500년대) 시점부터 이미 세금·회계·징세 행정이 존재했다고 한다. 아래에서는 고대근동 문명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세금의 종류와 제도적 특징을 시대 순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수메르 문명에 등장한 직업 '세금징수원'
수메르 문명(B.C. 3500~2000)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대국가로 세계 최초의 조세·회계 제도가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당시 세금의 종류를 보면 아래와 같다.
-곡물세(현물세): 보리·밀 등 곡물로 납부하고, 도시국가·신전·궁전의 유지에 사용됨
-가축세: 양이나 소의 비율로 과세하고, 실질적인 농업 노동에 대한 세금 부담
-노동세(강제노역): 수로·제방 등의 관개시설 유지에 필수적인 노동력을 농민들로부터 일정 기간 노동으로 납세 받음
-공납(Tribute): 피정복 도시가 금속·목재·보석 등을 상납하는 형태
수메르 문명은 회계의 역사에서도 언급했지만 회계 기록을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남겨 회계의 기원이 되는 문명이다. 신전(Temple) 중심의 경제로, 지도자는 세금의 관리자이자 종교적 지도자의 역할을 했다.
수메르 점토판을 보면 '세금징수원'이라는 직업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류 역사에 성직자·군인·농부 다음으로 등장하는 직업이 바로 세금징수원이다. 즉, 국가가 생기는 즉시 필요에 의해 징세 행정이 이루어졌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조세장부·세금영수증을 작성한 아카드·우르 제국
아카드(B.C 2300~2000)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도시국가를 통일한 세계 최초의 제국으로 중앙집권적 조세 행정을 완성했다고 한다. 세금의 종류는 아래와 같다.
-바라(bala) 시스템: 지방에서 중앙으로 세금을 납부하면 다시 지방으로 분배. 재화가 순환하는 조세 시스템으로 곡물·직물·은·노동 등 다양한 납부 방식이 존재함
-영농세(토지세): 국가 소유지 경작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가 저장고에 보리로 입고하도록 함
-목축세: 양이나 염소 수에 비례한 세금으로 점토판에 개체 수까지 정밀하게 기록했다고 함
-장인·기술직 조세: 직물 생산, 금속 제작 등 특정 작업량을 '세금'으로 제출
아카드 제국에서는 점토판 조세장부(Administrative Tablets)가 대량으로 발견되었는데 오늘날의 예산·결산 개념에 가까운 문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바라(bala) 시스템은 직접 통제가 어려운 지방에 세금액 및 납부시기를 할당하고, 할당받은 각 지방이 순환하면서 중앙정부에 조세를 납부하는 시스템이었다. 이렇게 축적된 세금은 다시 군대·신전·지방으로 재분배하는 것으로 세계 최초의 중앙정부 예산·회계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조세제도가 효율적이었지만 농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바람에 국력이 약화된 요인으로 보인다.
우르3 왕조 시대 점토판에는 "이 농부가 바친 보리 30리터", "세금으로 납부한 양 2마리" 등이 기록된 문서가 존재한다. 즉, 인류 최초의 세금영수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우르3 왕조에는 세금 부담이 너무 무거워 탈출하는 농민들이 있었다. 점토판에 "납세자 ○○가 도망했으니, 그 가족에게 부담을 부과하라."는 문구가 있어 세금을 못 내면 가족 공동납세가 적용된 것이다.
"세금 체납자는 맥주집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
세계 최초의 성문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바빌로니아(B.C. 1800~539)는 법전을 통한 조세를 명문화 했다고 한다. 즉, 농지의 임대료 및 세율 규정, 조세의 체납·부정 징수 처벌 규정, 물길을 막아 홍수나 가뭄이 발생 시 과실책임을 부과하는 등의 규정이 있다. 주요 세금은 아래와 같다.
-토지세(밭·과수원)
-수로세(관개시설 유지비)
-상업세(무역·운송세)
-노동세(국가사업 노동 공급)
바빌로니아의 세금은 왕의 소유 개념이 강하고, 은(銀) 화폐경제의 비중이 상승했으며, 상업세·통행세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바빌로니아에서는 맥주가 주식(主食)이었다.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법전에는 다음 규정이 있다. "세금을 체납한 사람은 맥주집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 즉, 실질적인 음주 제한 조치로 당시 맥주는 음식 및 임금 지급수단이었기 때문에 혹독한 체납자 처벌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함무라비 법전은 "세금징수원이 정당한 세액을 넘겨 징수하면, 강에 던져 넣는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가혹한 처벌이었지만, 그만큼 세금징수원의 부패가 심각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현대 자동차세와 유사한 히타이트의 과세방식
히타이트 제국(Hittite, B.C. 1600~1200)은 전차를 잘 이용하여 현재 튀르키예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제국으로 봉건적 조세 구조와 현물 중심의 세금이 특징이다.
-농산물세(곡물·포도주·올리브유)
-노동세(노역 제공): 군마·전차 제공 의무
-속국의 조공
히타이트 제국은 봉건 귀족이 지방세를 징수하고 일정량을 중앙에 헌납하는 구조였다고 한다. 히타이트 제국의 조세제도를 보면, 흥미롭게도 전차 1대와 말 2마리, 전차병 노동력을 세금의 기본 단위로 삼았다. 이는 현대 자동차세에서 차량가격과 배기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동수단의 가치·동력·운용 비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는 조세 논리는 기원전 1500년에도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다.
잔혹한 징세로 반란을 촉발한 아시리아
아시리아 제국(B.C. 1400~612)은 대규모 기병과 공성전으로 동족의 이란에서 서쪽의 이집트까지 오리엔트를 석권한 고대근동의 최강대국이었다. 그래서 정복 국가의 조세로서 공납·조공 중심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공(Tribute)·전시부담금: 정복지에서 금·은·동·말·곡물 등을 징수
-인두세(Poll Tax): 사람 수에 부과
-군사세(병역세): 노예·노동력 조달
아시리아는 조세 징수가 제국 유지의 핵심으로 폭력적 징세로 유명하여, 속국의 반란 발생은 과도한 조세가 주요 원인이라고 추측된다. 아시리아 멸망의 직접 원인이 세금이라는 명문 기록은 없지만, 조공과 강제노역을 핵심으로 한 압박적 통치가 지방경제를 붕괴시키고 반란을 촉발했다는 점이다. 즉, 아시리아는 조세 피로도가 제국의 기반을 허물어버린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시리아 제국은 징세의 잔혹성으로 유명하지만, 의외로 당근 정책도 있었다고 한다. 세금을 성실하게 바친 속주 도시에는 '왕이 직접 내려주는 금·보석·상징 깃발'을 부여하고 이를 도시 중심에 걸어두어 주변 도시에게 '세금 잘 내면 이 도시처럼 된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일종의 근동식 ‘지방 모범납세자 표창’이다.
고대근동 시대의 세금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요약해 볼 수 있다.

고대근동 문화의 조세제도는 대부분 점토판 형태의 1차 사료로 남아 있으며, 쐐기문자 디지털 도서관 이니셔티브(CDLI)·루브르박물관(Louvre)·영국박물관(British Museum)과 같은 국제 기관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누구나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수메르의 곡물세 장부, 우르3 왕조의 바라(bala) 회계 시스템, 함무라비 법전의 조세 규정, 아시리아의 조공 기록, 히타이트의 전차세 관련 점토판은 고대 조세국가의 실체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동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30년 동안 근무하며 Tax본부 파트너를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 시험 세법 출제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21년 국립한밭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