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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상호관세 15%는 조건 없는 합의가 아니다

  • 2026.02.11(수) 14:57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미국의 상호관세 15%는 최종 확정된 합의가 아니라, 대미 투자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조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행의 제도적 확정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율이 25%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스냅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민호 관세사(경제학 박사)는 이번 관세 리스크의 핵심이 관세율 자체가 아니라 조건 이행의 형식과 확정성에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이 한국에 적용 중인 상호관세 15%를 다시 25% 수준으로 되돌리는 이른바 '스냅백(snapback)'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협상용 압박이나 정치적 수사로만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을 그렇게 가볍게 보는 것은 위험하다. 현재의 15%는 국제법상 권리로 확정된 무조건적 합의가 아니라, 일정한 조건의 이행을 전제로 설정된 '조건부 합의'에 가깝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이 문제 삼는 핵심은 관세율 그 자체가 아니다. 이행의 형식과 확정성이다.

'15%' 기본 관세가 아니라 조건부로 설정된 관세

이번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출발점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 미국은 특정 행정조치 체계 하에서 25% 수준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설정해 두었고, 이후 한국이 미국에 투자 등 패키지 이행을 전제로 15% 수준의 관세 적용을 행정적으로 허용해 온 것이다. 

15%는 관세 체계상 기본값이 아니다. 특정 조건이 충족되는 동안만 유지되는 조건부로 설정된 상호관세 수준이다. 

미국의 논리는 단순하다.  "약속된 조건이 이행되는 동안은 현재의 관세 수준을 유지하되, 그렇지 않으면 상위 관세 수준으로 조정한다"

미국의 요구는 의지가 아니라 '제도적 확정성'

최근 미국이 한국을 향해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명확하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 패키지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상당한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했고, 이러한 약속이 15% 관세 적용의 전제가 됐다. 그러나 미국의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를 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미국이 보는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재원이 어떤 방식으로 확보되는가
• 누가 집행 주체가 되는가
• 어떤 절차로, 어떤 시점까지 집행되는가
•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이 향후 행정부 재량만으로 쉽게 변경될 수 없는 형태로 확정되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국회 입법 일정이 문제로 부각된다. 행정부 간 합의나 정책적 약속은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 이를 신뢰 가능한 약속으로 만드는 마지막 단계는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확정 또는 이에 준하는 재정·제도적 승인이다.

스냅백은 보복이 아니라 '조건부 합의의 조정 메커니즘'이다

상호관세 스냅백은 흔히 보복 조치로 오해된다. 그러나 법적·행정적 성격은 다르다. 이는 새로운 관세를 도입하는 조치라기보다, 조건부로 설정된 관세 수준을 이행 여부에 따라 조정하는 행정적 선택에 가깝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에 비해, 이미 설정된 관세 수준을 조정하는 절차는 상대적으로 행정적 부담이 적고 설명도 용이하다.

미국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조건부 합의는 유효하다. 다만 조건 충족이 확인되지 않으면 관세 수준은 조정될 수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설마 실제로 25%까지 가겠느냐"고 말하는 것은, 트럼프 2.0 국면에서의 통상 정책 작동 방식을 오독하는 것이다.

3월이 사실상의 분기점이 된다

현재 한국 국회에서는 대미 투자 이행과 관련된 법안들이 논의 중이며, 3월 초를 하나의 목표 시점으로 삼고 있다는 일정이 거론된다. 이 시점은 단순한 국내 정치 일정이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이행 의지를 판단하는 사실상의 기준선이 된다.

만약 3월 초까지 핵심 법안이 통과되거나, 최소한 미국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로드맵이 제시된다면, 15% 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반대로 이 시점을 넘겨 입법이 표류하거나, 법안의 내용이 실질적 집행력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이 관세 조정 카드를 검토할 명분은 커진다.

그 과정에서 관세율이 다시 25% 수준으로 조정되더라도, 미국은 이를 제재가 아니라 조건부 합의에 따른 조정으로 설명할 가능성이 높다.

사법부 변수에 기대는 것은 현실적인 대응이 아니다

물론 이번 상호관세 조치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일부 관세 조치의 법적 근거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며, 사법적 판단이 변수로 작용할 여지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 점을 이유로 대응을 미루거나 상황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 행정부는 특정 관세 조치가 사법적으로 제한될 경우를 대비한 대체 수단과 정책 경로를 이미 병행해 검토·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관세의 법적 형식이 바뀔 수는 있어도, 정책 목표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이 현실이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결과를 좌우하는 결정변수가 아니라, 시간과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 변수에 가깝다. 이 불확실성에 기대어 대응을 늦춘다면, 그 사이 관세 리스크는 다른 형태로 현실화될 수 있다.

관세 비용은 결국 기업이 부담한다

이 사안을 외교나 정치의 영역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와 25%의 차이는 수출기업의 손익계산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기계, 소재, 소비재를 가리지 않고 관세율 10%포인트는 가격 경쟁력과 계약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

미국은 관세 수준을 조정할 수 있는 행정적 수단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남은 변수는 한국 국회가 이 문제를 정치적 쟁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리스크 관리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는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외교적 설명이 아니다. 입법을 포함한 제도적 확정이라는 형식으로 완결된 이행이다. 15%는 조건 없는 합의가 아니다. 조건부 합의다. 그리고 조건부 합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순간 조정의 대상이 된다.

☞신민호 대표관세사(경제학 박사)는? 
현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독보적인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외국환거래법과 검사 모르면 당한다』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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