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만 넘기면 됩니다

수십 년간 건설업을 운영해 온 황 씨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공사를 해도 공사대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거래처 시행사들은 하나둘 자금난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연대보증까지 섰던 황 씨는 회사의 존망이 걸린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황 씨는 직원들에게 이번 달만 넘기면 된다고 말하는 게 입버릇이 됐는데요. 그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때는 금방 찾아오고 말았습니다.
#팔 수 있는 건 단 하나
"대표님, 회사 금고가 텅 비었어요. 가압류도 계속 들어오고요"
"이제 팔 수 있는 건 그 땅 뿐인데…"
황 씨가 회사와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부동산 하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팔기 쉬운 땅이 아니었어요.
그 땅은 진입도로가 제한돼 있었고, 일부는 고속도로에 둘러싸여 사실상 고립돼 있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진입도로에 붙은 면적도 적은 데다, 허가가 없으면 개발이 어려워 팔기 힘든 땅이라고 했어요.
무엇보다 황 씨 가족 9명이 공동으로 소유한 땅이었기 때문에, 황 씨 지분만 따로 처분할 수도 없었습니다.
땅을 담보로 대출도 받을 수 없었고, 다른 시행사에 팔려고도 해봤지만 이런 침체기에 토지 매입이나 부동산 PF는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부동산 PF: 특정 부동산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결국 가족 도움 뿐
"누나들 도움이 절실해.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어"
"우리도 힘들어. 땅을 사줄 수는 있지만 가격은 최대한 낮아야 해"
황 씨는 결국 가족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동소유자인 다섯 누나들에게 상황을 설명했어요. 경영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고, 회사가 정말 위태롭다고 했죠.
하지만 누나들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동생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어요. 누나들은 도울 수는 있지만 높은 가격으로 땅을 살 여력은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씨는 누나들과의 논의 끝에, 기준시가를 약간 넘기는 선에서 땅을 매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계약서에는 땅 가격을 필지별로 나눠 적었지만, 사실상 일괄적으로 매매한 거래였어요.
황 씨는 양도대금을 받자마자 곧바로 회사에 이자 없이 대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돈으로 밀려 있던 직원들 월급을 주고, 세금과 4대 보험료도 납부했어요. 회사가 하루를 더 버틸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자금이었습니다.
#다시 찾아온 위기
"특수관계인에게 저가로 양도했으므로 양도세를 다시 고지합니다"
"제가 득 본 건 하나도 없어요. 정말 살기 위해 판 겁니다"
하지만 국세청의 시선은 달랐습니다. 세무조사에서 문제 된 건 가격이었어요.
부동산 취득 후 7개월 만에 형제인 특수관계인에게 부동산을 양도했고, 계약서에 토지와 건물의 가액이 구분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정상적인 거래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황 씨가 누나들에게 시가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양도했기 때문에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에 해당한다는 것이었죠.
양도소득세 고지서를 다시 받아든 황 씨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국세청이 황 씨의 배경과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가산세까지 내야했던 황 씨는 고민 끝에 조세심판원을 찾았습니다.
#구원과도 같은 결정
"일부러 토지와 건물을 나눈 것은 아닙니다. 사실상 일괄매매였어요"
"회사를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거래였다고 인정합니다"
심판원은 황 씨의 사정을 인정했습니다.
이 거래는 매매 계약서가 하나이고, 등기 역시 일괄매매로 작성됐기 때문에 토지와 건물로 나눠 볼 것이 아니라 전체를 하나의 거래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또한 당시 황 씨가 땅을 제3자에게 매각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고, 대부분의 양도대금이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거래를 문제 삼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심판원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해, 특수관계인 거래라도 황 씨의 사정이 충분했기 때문에 과세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황 씨에겐 절망 속에서 만난 구원과도 같은 결과였습니다.
◆절세Tip
소득세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인에게 자산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 과세표준을 부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거래 당시 자금 사정이나 자산의 특성, 제3자와의 거래 가능성 등을 종합해 세법상 경제적 합리성이 있었는지를 살펴 부당행위계산부인 여부를 판단한다. 회사 자금 조달 등 합리적인 사유가 있고, 거래가 통상적인 경제인의 선택 범위에 해당한다면 특수관계인 간 거래라도 저가양도로 보지 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