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체납자(내국인)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환수하겠다고 공언한 지 10년이 넘었다. 최근에는 전임 국세청장(강민수) 시절과 비교해도 관련 보도자료가 눈에 띄게 늘 정도로, 해외재산 추적에 대한 징세 의지는 더 분명해졌다.
하지만 실적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세청의 징세권(과세·징수 권한)은 국내에만 미치기 때문에, 체납자의 해외재산을 찾아내 환수하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따른다.
실제로 재산 환수는 국가 간 '체납 징수공조'에 달려 있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징세 의지가 반복적으로 강조되더라도, 앞으로 실적이 과거와 크게 달라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3년간은 한 푼도 못 거뒀다
국세청이 체납자의 해외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길은 제도적으로는 넓다.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에 따라 협약이 발효된 국가 가운데 징수 지원을 유보하지 않은 71개국과 협력이 가능하고, 조세조약으로 이를 규정한 6개국까지 포함하면 대상 국가는 총 77개국에 달한다.
징수공조가 가능한 국가를 보면,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 30여 곳이 유럽 지역에 집중돼 있다. 프랑스(2005년 9월)는 조세행정 협력이 가능한 지 20년이 넘었다. 특히 룩셈부르크·아일랜드·쿡제도 등 낮은 세율이나 느슨한 규제로 자산 은닉지로 자주 거론되는 '택스 헤븐(조세피난처)' 국가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국세청이 체납자의 해외재산에 대해 환수 절차에 나선 것은 2015년부터다. 첫 징수공조 대상국은 일본이었다. 다자간 협약국 가운데서도 조세정보 교환이 비교적 원활한 국가라는 점이, 첫 타깃으로 선택된 배경으로 꼽힌다.
국가 간 징수공조는 ①자국 내 재산으로 체납액을 모두 징수하지 못하고 ②체납자의 국외 재산과 소재지가 명확히 확인된 경우에 한해 해당국 국세청에 요청하는 방식이다.
※ 용어 TIP!
협약상 적용되는 대상 조세는 소득·이윤·양도소득 또는 순자산에 대한 조세, 유산·상속 또는 증여세, 부동산에 대한 조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이다. 협약의 효력 발생 다음연도 1월 1일 이후 성립한 국세이며, 최소금액 제한은 없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국가 간 징수공조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2017년 동안 우리나라 국고에 환수된 세금이 한 푼도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징수공조 요청을 했는데, 징수가 안 된 상황"이라며 "징수공조 실적은 장기간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후 2024년까지 징수공조 요청 건수는 모두 19건이다. 이 과정에서 거둔 세금은 27억4000만원에 그쳤다. 10년 동안 거둔 실적으로, 성과라고 말하기 애매한 수치다. 어느 국가에서, 어떤 세목으로 얼마나 걷혔는지는 알 수 없다.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제22조, 비밀 유지)에 따라 국가별·세목별 징수 현황을 외부에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재산 환수, 제도와 현실의 간극
국가 간 징수공조는 형식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무 단계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 체납자의 재산이 그 나라에 있으니 대신 압류해 국고로 넘겨달라"고 요청하는 구조인데, 상대국 입장에서는 자국 세수와 무관한 사안에 굳이 행정비용을 투입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많은 국가가 자국의 국부 유출을 우려해 징수공조를 유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해외재산 환수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을 통해 정보교환이 비교적 활발한 미국과는 징수공조 협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체납자의 자산이 미국에 있더라도, 정보 확인을 넘어 실제 환수 단계로 나아가는 데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 미국은 자국에 불리한 협정이라는 이유로 협정을 맺지 않고 있다. 징수공조 가능국 가운데 택스 헤븐 국가가 많다는 점도 공조 실효성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지난해 11월, 임광현 국세청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세청장 회의에서 징수공조를 핵심 의제로 꺼낸 바 있다. 다만 상대국이 실제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실질적 유인이 없는 한, 이런 외교적 메시지는 '공조 가능'이라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년의 경험이 보여주듯, 해외재산 환수는 의지보다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