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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부 잘하고 일도 잘하는 로펌 조세 전문 변호사들

  • 2026.01.15(목) 08:33

서승원·이상욱·이승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운이 좋아 대학에 갈 수 있었어요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이 "공부를 잘한 편은 아니었다"며 손사레를 치는 모습은 뜻밖이었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졸업하고 조세 사건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엄친아'라는 호칭도 아까울 만큼 공부와 커리어 모두 탄탄해 보이는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 서승원 파트너 변호사, 이상욱 변호사, 이승현 변호사는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학창 시절의 조급함과 슬럼프를 털어놨다.

이들은 "쫓기듯 공부하다가 떠난 자전거 전국 일주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며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는 것보다 천천히 꾸준히 가는 게 가장 빠르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때 얻은 깨달음은 공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건을 맡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객의 사건을 남의 일로 대하면 딱 그만큼만 일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이들은 "고객의 사건을 내 일처럼 받아들이고, 내 안의 열정을 '풀(full)'로 썼을 때 오히려 내가 멋있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위대한 변호사는 소송에서 져도 고객이 다시 찾는 변호사다.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변호사인 것"이라고 외치는 태평양 조세팀 변호사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멋진 변호사'의 기준을 들어봤다. 

이상욱·서승원·이승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왼쪽부터)가 택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대형 로펌의 조세 전문 변호사라고 하면, 그야말로 '엄친아'라는 말이 떠오른다. 공부를 못해서 힘든 적은 없었을 것 같은데, 학창시절은 어땠나? 특히 서승원 변호사님은 회계사로 활동하다가 변호사로 진로를 바꾼 이력이 눈에 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서승원 변호사) 공부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스스로는 중상위권 정도라고 생각했다. 제가 수능을 봤을 때가 이른바 '물수능' 시기였는데,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왔다. 그래서 운이 좋아 대학에 갈 수 있었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무엇에 쫓기는 것처럼 굉장히 조급했다.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할 때도 일주일에 3~4일은 잠도 잊고 미친 듯이 하다가, 그 다음주에는 지쳐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가 계속 지지부진하니 어느 날은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떠났다. 

3주 동안의 일정이었는데, 이때 느낀 것이 크다. 빨리 가기 위해 단기적으로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전체 코스로 보면 아주 미미한 차이일 뿐이었다.

결국 천천히라도 꾸준히 가는 게 가장 빠르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로는 과욕을 부리지 말고 멈추지 말자는 생각으로 공부했고, 대학교 4학년 때 CPA에 합격했다.

처음 회계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이유는 전문경영인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늘 정주영 회장이라고 답했다. 전공으로 경영학과를 선택한 이유도 사업을 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하게 됐다. 여기서 일하면 기업인을 많이 만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기업인을 만나 경영에 대해 들을 일이 없더라. 그래서 1년 만에 퇴사했다.

내 사업을 하고 싶어서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결국 해보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았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사법고시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덜컥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정주영 회장이라고 늘 답했다는 서승원 변호사의 어릴 때 장래희망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이라고 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중상위권 성적이라고 해서 프로필을 다시 보니까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이다. 솔직한 답변을 기대한다. 그 어렵다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합격하고 사법고시까지 패스했다. 스펙이 남다른데 다른 변호사님들도 궁금하다. 
 
(이승현 변호사) 어렸을 때부터 법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제 형제들도 모두 법대를 나왔고,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됐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대형 회계법인에서 변호사를 했는데, 정작 중요한 업무에는 변호사를 활용하지 않더라. 세무조사 대응에는 투입을 안 시켜줬다. 내부에서 변호사로서 능력이 좋으면 대형로펌이나 정부기관에 가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급여 조건도 변호사 수준이 아니었다.

다른 회계법인에서는 급여도 더 주면서 변호사도 세무조사 대응 업무에 투입시킨다고 해서 이직을 하게 됐다. 이 경력으로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에 임기제 공무원도 하게 됐다.

이후 변호사가 메인인 조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태평양에 합류하게 됐다.

(이상욱 변호사) 이승현 변호사와 같은 학교(한일고, 고려대)를 나왔다. 태평양에 입사하기 전에 법무부 법무관을 했는데 조세소송과 행정소송을 맡았었다. 국세청 대리인으로 조세소송을 하다 보니, 상대 대리인이 태평양이었던 사건도 꽤 있었다. 정반대 입장으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시각으로 사건 처리를 해본 경험이 지금 실무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Q. 세무사나,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 분들을 만나면 꼭 여쭤보는 것이 있다. 자녀 증여는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는지다. 어떤 분은 주식 계좌를 만들어서 조금씩 주식을 사모으기도 하는데, 변호사님들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 또 부모님의 노후 준비를 어떻게 도와드리고 있나?
  (서 변호사) 저는 초등학생 딸 2명이 있다. 거창하게 플랜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용돈을 받으면 스스로 관리하라고 말한다. 다만 세뱃돈은 제가 직접 자녀 명의의 증권 계좌에 넣어서 나스닥 'S&P500'이나 삼성전자 주식을 모아준다. 

*S&P500: 미국 증시에 상장된 500개 대형 기업의 주가를 반영해 산출하는 대표적인 주가지수로, 미국 증시 전반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

(이승현 변호사) 저는 누나 둘이 있는데 누나들이 부모님 노후에 많이 신경썼다. 아들인 저는 사실 제대로 신경쓰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큰 누나가 부모님 노후 자금으로 금을 모으라고 조언했다. 금에 투자할 때는 유의할 점이 있다. 소유권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을 소유한 시점을 증여 시점으로 보는데, 그 시점에 따라 증여가액 계산을 한다. 저희는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리고 부모님이 직접 금을 구매하시도록 했다. 이렇게 해야 증여 시점이 명확해진다.

이상욱 변호사는 "법무부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할 당시 조세소송을 포함한 행정소송을 계속 담당했던 경험이 태평양에 와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사건을 맡다 보면 기억에 남는 사건도 많을 것 같다. '레전드 사건'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한국철도공사 법인세 1조원대 환급소송에서 승소한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이 사건은 정부에서 주도한 2005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위해 코레일이 8조원의 사업부지를 매각하면서 벌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사업은 중단되고 코레일은 매매계약을 해제했다. 코레일은 매각대금에 대한 법인세를 이미 납부한 상태였고, 국세청에 이를 돌려달라고 경정청구를 했지만 국세청은 거부했다. 이를 서 변호사가 대법원에서 승소로 이끈 것이다. 

지난해 사회적 이슈가 됐던 제약회사의 증여세 과세 취소소송도 태평양이 맡아 승소했다. 과세당국은 회사 관계자를 사실상 최대주주라고 보고 과세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법 조항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한정해서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을 보고 나서야, 우리가 만든 선례의 무게를 실감했다.

Q.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고 나면, 부끄럽지만 '나 좀 멋진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 같다. 변호사로서 '멋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잘 나가고, 돈 많이 벌고, 사건을 많이 이기면 멋있는 변호사다. 그런데 억지로 버티면서 하는 일은 결국 오래 가지 않는다. 

고객의 일을 남의 일처럼 느끼지 않고, 내 일처럼 받아들일 때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된다. 재미있다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내 안의 열정을 풀(full)로 쏟았을 때 내 자신이 좀 멋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오너 사건을 맡을 때 그런 경우가 많다. 작은 회사라도 정말 고객의 전부가 걸려 있는 상황이면, 변호사도 자연스럽게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반대로 대표가 모든 걸 담당자에게 맡겨두는 일이었을 경우에는 함께 고민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담당 직원들은 필요 이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대리인의 역할도 축소된다.

정말 위대하고 멋진 변호사는 소송에 져도 고객이 고맙다고 다시 찾는 변호사다. 졌지만 잘 싸웠다를 '졌잘싸'라고 한다.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변호사가 정말 멋지게 사는 것 같다. 

Q. 인공지능(AI) 역할이 커지고 있다. AI가 변호사 업무 영역을 위협할 것이라고 보는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전문가일수록 시야가 좁아지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적으로 정교한 영역일수록, AI가 대체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글을 깔끔하게 쓰고 논리를 정확하게 전개하는 것이 변호사의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시야를 넓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고객을 만날 때도 '내가 정확한 답을 줬을까'보다는 '고객이 물어봐야 할 질문을 다 했을까'를 더 생각하게 된다.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로 상담을 요청한 경우에는, 무조건 고객이 하려던 것을 하지 말자고 하기보다는 법령 개정을 검토하거나 유권해석을 받아보는 등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앞으로의 변호사의 역할은 그렇게 확대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은 회계법인이나 기업에서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태평양은 고객 비밀 보호 때문에 AI 활용에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지금도 파일 업로드는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부터 AI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달부터는 변호사 전용 AI인 '슈퍼 로이어'를 전 직원이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어쏘 변호사들은 이미 AI를 잘 활용하고 있다. 어쏘들이 'AI를 내 어쏘로 쓴다'고 말할 정도다. 어쏘 변호사가 AI를 활용해 자료를 만들고, 철저하게 검증한 뒤 본인의 반짝이는 시각까지 더해 가져오는 것이 최고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파트너는 시장 변화나 사건의 큰 방향에 더 집중할 수 있다.

이승현 변호사의 MBTI는 ESFJ(사교적인 외교관)이다. 처음 로펌에 들어왔을 때 개인화된 업무 방식에 적응해야 했다는 그는, 조세팀의 좋은 분위기 속에서 스스럼 없이 소통하는 것이 멘탈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승소와 패소 등 결과로 실력을 증명하는 업무 특성상 멘탈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본인만의 멘탈 관리 방법이 있다면?
 아내와 함께 러닝을 자주 한다. 달리다보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운동으로 푸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마라톤도 한다. 

변호사들은 각자 방에서 혼자 일하다 보니 성향에 따라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소통도 이메일 중심으로 하다보니, 더욱 외롭게 느껴진다.

변호사들이 각자의 방문 하나를 넘어서 대화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행히도 저희 조세팀은 팀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선배 변호사와 주니어 변호사들도 자주 저녁을 함께하고, 워크숍도 주니어들끼리 기획해서 다녀오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멘탈 관리에 꽤 도움이 된다.

Q. 올해 세금 분야에서 주목할 키워드나 트렌드는 무엇이 있을까?
  역시 AI다. 국세청도 전용 AI 인프라를 구축해 세무 컨설팅, 신고 검증, 탈세 적발, 체납 관리까지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사람이 보던 영역까지 AI가 관리하게 되면,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점점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 명의신탁이나 자금 출처 관리 등에서도 준법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AI가 AGI(인공 일반 지능, 범용 인공지능) 단계로 발전하면 결제 시스템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크다. 디지털 자산, 스테이블 코인을 통한 거래가 늘어나면 자산 양도와 과세 문제도 지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단순히 2027년 이후 디지털 자산 과세만을 보는 게 아니라, 금융·결제 구조 전반의 변화를 함께 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왼쪽부터 이승현, 서승원, 이상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사진: 이대덕 기자]

서승원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의 파트너 변호사로, 조세 일반 자문과 조세불복, 관세 자문·불복,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등 세금·관세 분쟁 전반을 다룬다. MBTI는 INTJ(용의주도한 전략가)로, 사건을 감에 의존하기보다 구조적으로 설계해 풀어가는 유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공인회계사(CPA)로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등 실무를 경험한 뒤 법조계로 진출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42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으며, 회계와 법률을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복합적인 조세 분쟁과 기업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이상욱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의 변호사로, 조세 사건과 조세 관련 민·형사소송, 행정사건 및 헌법소송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법무부 국가송무과와 대전고등검찰청에서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하며 국가를 대리한 조세·행정소송 실무를 경험했다. MBTI는 ESTJ(엄격한 관리자). 변호사로 일하기 전에는 ENTJ(대담한 통솔자)였으나, 로펌 실무를 거치며 디테일과 절차를 중시하는 성향으로 변화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과를 이중전공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6기)을 거쳐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이승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의 변호사로, 조세 분야 자문과 소송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과 국세청 조사국에서 근무하며 세무조사 및 불복 업무를 수행했다. MBTI는 ESFJ(사교적인 외교관)로, 납세자와 과세관청 양측의 실무를 모두 경험한 이력을 바탕으로 사건의 맥락과 소통을 중시하는 조세 자문이 강점이다.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조세법 과정을 수료했으며, 제47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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