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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의 '고무줄 잣대' 감정평가 관행, 법원이 제동을 걸다

  • 2026.01.09(금) 11:01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의의와 납세자의 대응 전략
[프리미엄 리포트]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세무사

​최근 몇 년간 상속·증여세 실무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국세청의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이었다.

소위 ‘꼬마빌딩’이나 나대지를 상속·증여받은 납세자들이 매매가액 등 시가가 존재하지 않아 세법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기준시가 등)’으로 성실히 신고했음에도, 과세관청이 신고기한이 한참 지난 뒤 직권으로 감정평가 사업을 실시하여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납세자들은 “신고할 때는 없었던 감정가액을 세무당국이 뒤늦게 생산하여 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그리고 지난 2025년 12월 15일, 서울행정법원 제9부는 이러한 국세청의 과세 관행에 제동을 거는 기념비적인 판결(2021구합85600)을 내놓았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개별 부동산의 가격 적정성을 다툰 것을 넘어, 과세당국이 직권 감정 과세의 근거로 본 시행령(제49조 제1항 단서 개정부분) 규정 자체를 ‘무효’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실로 막대하다.

1. 사건의 재구성: 무엇이 문제였나?

​이번 사건의 쟁점은 명확하다. 상속세 신고기한(사망한달의 말일부터 6개월) 내에 매매가액 등 시가가 없어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한 납세자에 대해 국세청이 신고기간 이후 법정결정기한(상속세 신고기한 후 9개월) 내에 직접 감정을 실시해 과세한 것이 적법하냐는 것이다.

국세청은 2019년 2월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를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평가기간(사망일 전후 6개월)이 경과한 후라도 법정결정기한 내의 기간에 감정가액 등이 ‘있는’ 경우,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를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조세 형평성을 위해 시세와의 괴리를 잡겠다”며 적극적인 감정평가 사업을 펼쳐왔다.

​2. 법원의 판단: “시행령은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없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철했다. 재판부는 해당 시행령 규정이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와 ‘법률우위의 원칙’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법원의 판단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상속세 납부의무자는 신고기한 내에 세액을 확정하여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신고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감정가액을 과세관청이 사후적으로(신고기한후 최대 9개월까지) 만들어내어 과세한다면 납세자는 자신의 세금 부담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법원은 이를 두고 “납세자가 활용할 가능성이 없는 기간을 과세관청에 대해서만 허용함으로써 과세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둘째,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했다.

상위법인 상증세법(법제60조 제3항)은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보충적 평가방법을 따르도록 명시하고 있다. 만약 보충적 평가액이 시세보다 낮아 문제라면 공시가액을 현실화하든지 아니면 보충법 평가방법에서 사용할 개별공시지가 등의 산정기준을 국회가 법률을 개정해 해결해야지, 행정부가 하위 법령인 시행령만 고쳐서 법률의 적용을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현재 시행령에 따라 법정결정기한 내에 감정평가를 자의적으로 할 수 있다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자체를 상정하기 어렵고 결국 위임받은 시행령이 법률보다 우선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 문제다. 이는 행정 편의주의에 대한 사법부의 준엄한 경고다.  

셋째, 문언적 해석의 오류를 지적했다.

해당 시행령은 “감정가액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유류분 소송과정 등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생산되었거나 납세자가 받아둔 감정가액이 ‘존재(Existing)’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직접 예산을 들여 인위적으로 감정을 ‘하는(Conducting)’ 행위는 ‘당초 없었던 가액을 새로이 만들어낸 가액’이므로, 법 문언의 범위를 넘어선 확장 해석일 여지가 다분하다.  

3. 사실관계의 모순: 예산과 홍보의 공백

​이번 판결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국세청의 행정적 모순이다. 국세청은 2019년 2월 시행령의 개정(제49조 제1항 단서)으로 과세당국이 직접 감정 과세의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국세청 감정평가사업 과세와 같이 납세자의 세부담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큰 폭의 개정이 있었다면 미리 이를 충분히 알리는 대국민 홍보가 필요했고, 2019년부터 이를 즉시 집행하기 위한 ‘감정평가 수수료 예산’도 미리 세워어야 할 것이나 그런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국세청이 ‘감정평가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예산을 집행한 것은 2020년 이후다. 이는 당초 2019년 개정 당시에는 적극적인 직권 감정 의도가 없었다가, 이후 세수 확보 목적 등으로 자의적 시행령 해석을 했다는 오해를 받기 충분하다. 법은 그대로인데 예산 사정에 따라 2019년 상속인은 보충적 평가를 인정받고, 2020년 상속인은 감정평가 폭탄을 맞는다면 이는 헌법상 ‘조세평등주의’와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4. 대법원 최종 판단 예상 및 향후 전망

​국세청은 이번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른바 ‘감정평가 사업’을 통해 확보한 수조 원대의 세수와 향후 확보할 세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되나, 이번 서울행정법원 판결은 ‘시행령 규정 자체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법리적 논거를 매우 설득력이 있게 제시하여 납세자 측 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된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이사건 시행령 개정 규정이 조세법률주의,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한 부분이다. 기존의 하급심 판례들이 절차적 정당성(평가심의위원회 등)을 이유로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과 달리, 이번 판결은 시행령 규정 자체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과 ‘조세법률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5. 상속·증여세 신고 시 고려사항 및 대응 전략

​이번 판결로 납세자들에게는 희망이 생겼지만,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았기에 무작정 안심할 수는 없다. 향후 상속·증여세 신고를 준비하거나 이미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납세자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묻지마’ 기준시가 신고는 위험하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대법원 확정 전까지 기존 관행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세와 기준시가의 차이가 큰 꼬마빌딩이나 나대지는 여전히 ‘세무 리스크 1순위’다. 부동산을 상속받아 이른 시간에 매각할 예정이라면 양도소득세의 부담을 고려하여 감정가액으로 신고할 필요도 있으므로 신고 전에 세무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하여 예상 감정가액을 미리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감정평가를 받아 신고하는 것도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다. 

​둘째, 현재 불복 중이라면 ‘가격변동 데이터’를 확보하라.

이미 국세청 감정가액으로 과세 예고를 받았거나 불복을 진행 중인 납세자는 이번 판결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과세당국에서 감정평가의 가격산정기준일을 상속개시일이 아니라 6개월이 경과한 날을 가격산정기준일로 보아 평가한 사안이라면 ①상속개시일 전후의 ‘개별공시지가 상승률’, ②해당 지역의 ‘지가변동률(한국부동산원 통계)’, ③국세청 감정평가서 작성일 등의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며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소급감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셋째, ‘경정청구’ 등 불복 기회를 놓치지 마라.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위법 판결이 확정될 경우를 대비한 차원에서, 납세의무자가 과세당국의 감정평가 사업에 따른 증액 세금을 이미 고지를 받거나 이를 납부하였더라도 불복 가능한 기한을 도과하였는지를 검토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문가의 조력을 통한 ‘전략적 신고’가 필수다.

이제 상속·증여세 신고는 단순한 서류 작성이 아니다. 국세청의 과세 논리와 법원의 최신 판례 흐름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와 함께, ‘신고’ 단계에서부터 방어 논리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법 문언상 “가액이 ‘있는’ 경우와 ‘하는’ 경우의 차이”를 파고드는 정교한 법리 구성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6.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행정의 효율성이나 과세 형평성이라는 명분이 법률이 정한 원칙과 절차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국가는 법률에 근거해서만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조세법률주의의 대원칙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국세청의 무리한 과세 관행에 제동이 걸린 지금, 납세자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예측 가능한 세금’을 내기 위해, 이제는 납세자가 더 똑똑해지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때다.

☞안수남 세무사는?
세무사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며, 국내 최대 규모의 세무법인 다솔을 이끌고 있다. 고액자산가를 위한 증여플랜, 부동산 및 법인 컨설팅, 종중 및 토지보상 등에도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다솔세무TV에 다양한 절세 강연 영상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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